- 작성일
- 2026.07.06
- 수정일
- 2026.07.06
- 작성자
- 동남아연구소
- 조회수
- 81
[글로벌 인턴 사스키아]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사이에 있는 싱가포르
과거 말레이시아의 연방에 편입되었던 싱가포르는 1965년에 분리독립하였다. 싱가포르는 지리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어 영의 식민 지배를 경험했다. 또한 천연자원이 부족했던 싱가포르는 독립 직후 높은 실업률과 경제난에 직면하면서 국가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컸다. 그러나 현재의 싱가포르는 이러한 예상을 뒤엎고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 강력한 정부 주도의 정책을 통해 경제 문제를 극복했으며, 오늘날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최고 수준에 속한다. 이러한 성과 덕분에 싱가포르 국민들은 독립 이후 오랫동안 집권해 온 인민행동당(People's Action Party, 이하 PAP)에 높은 신뢰를 보여 왔다.
하지만 경제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자유와 민주주의 측면에서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선거 제도와 언론의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자주 제기된다.
정치학자들은 싱가포르에 선거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정치학에서 민주화 과정을 설명할 때 자주 언급되는 이론 중 하나가 근대화 이론이다. 근대화 이론에 따르면 국가가 부유해질수록 민주주의가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이러한 이론의 대표적인 예외 사례로 꼽힌다.
본 글에서는 싱가포르가 왜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평가받지 않는지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싱가포르 사례와 함께 자주 언급되는 ‘아시아적 가치(Asian Values)’의 의미를 간략히 논의하고자 한다.
싱가포르 민주주의로 보이기 어려운 이유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요소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다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핵심 요소는 대체로 다섯 가지이다. 첫째는 민주적인 선거 제도이고, 둘째는 정치 참여권이다. 셋째는 시민의 자유와 권리이며, 넷째는 권력분립과 견제·균형이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국가를 실질적으로 통치할 수 있는 실효적 지배권을 들 수 있다.
싱가포르의 선거 제도는 민주적인 선거 제도라고 보기 어렵다. 선거 자체는 존재하지만, 선거 방식이 여당인 PAP에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2025년 총선에서 PAP는 전체 97석 가운데 87석을 차지했다. 반면 가장 큰 야당인 노동자당(Workers’ Party, 이하 WP)은 10석을 얻는 데 그쳤다. 2020년 총선에서도 PAP는 약 60%의 득표율로 전체 93석 중 83석을 차지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싱가포르의 선거 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싱가포르의 국회의원은 단순다수대표제(First Past the Post, 이하 FPTP)와 집단선거구제(Group Representation Constituency, 이하 GRC)를 통해 선출된다. FPTP는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당선되는 제도이다. 즉, 한 표라도 많은 후보자가 해당 지역구 의원으로 선출되게 되며 다른 후보들은 의회에 진출하지 못한다. 반면에 GRC에서는 각 정당이 4~5명 규모의 후보팀을 구성해 출마하며,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팀이 GRC의 모든 의석을 차한다.
GRC 제도는 승자독식 현상을 더욱 강화한다. GRC에서는 각 정당이 한 명의 후보가 아니라 하나의 팀을 구성하여 선거에 참여한다. 한 팀은 보통 3~6명으로 구성되며, 반드시 한 명 이상의 소수민족 (말레이인, 인도인 등) 후보를 포함해야 한다. PAP는 풍부한 자금과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GRC 후보단을 쉽게 구성할 수 있지만, WP와 같은 야당은 충분한 후보와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PAP는 오랜 집권 경험으로 인해 행정 능력에 대한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는 점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있다.
또한 PAP는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을 통해 선거구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의 경계를 변경하거나 다른 선거구와 통합함으로써 야당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선거에서는 투표를 앞두고 선거구 개편이 발표되기도 했다.
게다가 선거구마다 GRC의 규모가 크게 다르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어떤 선거구는 5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반면, 어떤 선거구는 단 1명의 의원만 선출한다. 이로 인해 유권자들의 표가 동등한 가치를 가지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아래의 싱가포르 선거구 지도에서도 이러한 GRC 분포를 확인할 수 있다.

싱가포르의 2025 선거구 안내도
PAP가 장기간 집권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언론에 대한 영향력이다. 싱가포르의 주요 언론은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환경 속에서 기자들은 자기검열을 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선거 과정에서 PAP에 비판적인 보도는 제한되는 반면, PAP에 우호적인 내용은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 이는 유권자들이 PAP를 실제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도록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선거 제도뿐만 아니라 시민권 보장 측면에서도 싱가포르 정부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Freedom House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집회의 자유 부문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경찰은 집회를 쉽게 금지할 수 있으며 평화적인 시위도 해산시킬 수 있어 시민의 집회 자유가 제한된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표현의 자유 역시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는 온라인상의 허위 정보 확산을 막기 위해 2019년 Protection from Online Falsehoods and Manipulation Act(이하 POFMA)를 제정하였다. 이 정책은 정부가 거짓 정보라고 판단한 내용을 퍼뜨리는 사람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국가 안보, 공공 질서, 국민 건강에 해를 끼치거나 민족 간 갈등을 일으키는 내용, 또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내용이 대상이 된다. 심한 경우에는 약 33만 유로의 벌금이나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은 정부 비판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실제로 활동가와 야당 인사들은 정부 정책을 비판한 내용이 허위 정보로 간주되어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무엇이 합법이고 무엇이 불법인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기관은 법원이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사법부는 완전히 독립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고위 법관이 정부에 의해 임명되는 구조 때문에 법원이 PAP에 우호적인 판결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야당 정치인과 시민운동가들은 오랫동안 법적 압박의 대상이 되어 왔다. 특히 명예훼손법이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법원이 정부에 유리한 판결을 내린다는 비판이 있어, 많은 시민들이 공개적인 비판을 자제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민주주의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싱가포르는 매우 독특한 사례이다. 과거에는 한 나라가 부유해질수록 민주화가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널리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싱가포르는 민주주의 국가라고 보기 어렵다. 민주주의의 다섯 가지 요소 가운데 세 가지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싱가포르를 완전한 권위주의 국가라고 보기도 어렵다. 싱가포르의 정치 체제는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중간에 위치한 체제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싱가포르의 건국자인 리콴유는 민주주의가 서구 사회에서 발전한 개념이며 아시아 사회에는 반드시 적합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민적 자유보다 주택, 의료, 교육, 일자리와 같은 실질적인 삶의 조건이 더 중요하다고 보았다.
실제로 싱가포르 시민들은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주택과 우수한 교육·의료 서비스의 혜택을 누리고 있으며, 높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혜택과 함께 정치적 자유에 대한 일정한 제약도 존재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싱가포르 시민들이 어떤 사회와 정치 체제를 원하는지 스스로 결정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정부가 비판을 위협으로만 받아들이기보다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한 의견으로 수용하고, 이를 통해 싱가포르가 더욱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출처: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09420
https://www.lec.co.kr/news/articleView.html?idxno=724935
https://democratic-erosion.org/2022/03/07/technocracy-autocracy-and-democracy-in-singapore/
https://taz.de/Singapur/!6126550/
https://freedomhouse.org/country/singapore/freedom-world/2022
https://capesingapore.com/grcs-how-do-they-affect-elections/2025/
https://www.tagesschau.de/ausland/asien/wahl-singapur-102.html
https://www.tagesschau.de/ausland/asien/singapur-lee-wong-100.html
https://library.fes.de/pdf-files/iez/01361007.pdf
- 첨부파일
- 첨부파일이(가) 없습니다.
- 다음글
-
[글로벌 인턴 사스키아] 동티모르의 ASEAN 가입: 동티모르는 어떤 나라인가?동남아연구소 2026-07-20 13:13:29.0
- 이전글
-
[글로벌 인턴 사스키아]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ASEAN 관계의 미래동남아연구소 2026-06-12 15:21:57.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