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일
- 2026.06.12
- 수정일
- 2026.06.12
- 작성자
- 동남아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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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턴 사스키아]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ASEAN 관계의 미래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 오랫동안 강대국 사이에서 외교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위치에 놓여 있었다. 냉전 시기 한국은 미국 중심의 안보 질서에 편입되어 있었지만,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이 한국의 주요 교역 상대로 부상하면서 안보와 경제가 서로 다른 국가에 의존하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한다는 뜻의 ‘안미경중(安美經中)’이 이러한 상황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 이후 미·중 경쟁이 심해지면서 한국은 안보와 경제를 분리하여 관리하기 어려운 환경에 직면하게 되었다. 한국은 두 강대국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받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안미경중 전략이 앞으로도 계속 효과적일지는 불확실해졌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특정 강대국에 대한 의존을 완화하고 외교적, 경제적 협력의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동남아시아와 인도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 윤석열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그리고 최근 이재명 정부의 대외정책 구상 모두 이러한 맥락에 자리한다.
이 글에서는 각 시기 한국 정부가 추진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주요 특징을 살펴보고, 한국이 장차 이 지역의 핵심 행위자인 ASEAN과의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
2017년 11월 한국 정부는 인도네시아 방문을 계기로 신남방정책(New Southern Policy)을 발표하였다. 신남방정책은 ASEAN과 인도를 한국 외교의 핵심 협력 파트너로 설정하고, 기존의 주변 4강 중심 외교를 넘어 외교·경제 협력의 다변화를 추구하고자 하였다.
신남방정책은 ASEAN 공동체 비전과의 연계를 강조하며 사람(People), 번영(Prosperity), 평화(Peace)를 3대 추진 축으로 제시하였다. ‘사람‘ 분야에서는 인적 교류와 문화 협력을 확대하고, ‘번영‘ 분야에서는 무역과 투자 협력을 강화하며, ‘평화‘ 분야에서는 정치안보 협력을 심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실제로 한국과 ASEAN 국가 간 교역 규모는 신남방정책 시행 이후 증가세를 보였으며, ASEAN은 중국에 이어 한국의 주요 교역 파트너로 자리매김하였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신남방정책 플러스(New Southern Policy Plus)‘를 통해 보건 협력, 디지털 경제, 공급망 안정 등의 분야가 추가되었다.
그렇지만 신남방정책은 여러 한계도 드러냈다. 첫째, 사람과 경제 협력 분야에 비해 정치·안보 협력 분야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둘째, 인도·태평양 지역 질서에 대한 명확한 전략적 비전이 부재하였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셋째, ASEAN 및 인도와의 협력을 확대하는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을 실질적으로 완화했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그럼에도 신남방정책은 ASEAN을 한국 외교의 주요 파트너로 격상시키고, 동남아시아와의 협력 기반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윤석열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윤석열 정부는 이전 정부가 추진한 신남방정책을 계승하는 대신 지역 범위를 더욱 확장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제시하였다. 2022년 12월 발표된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인도·태평양 지역이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 아래 수립되었다. 이 전략에서 한국 정부는 자유, 평화, 번영을 3대 비전으로 제시하고, 포용성, 신뢰, 호혜성을 협력 원칙으로 강조하였다. 또한 규범 기반 국제질서의 유지, 공급망 안정성 확보, 기후변화 대응, 디지털 협력 등을 포함한 다양한 중점 추진 분야를 제시하였다.
윤석열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이전까지 한국이 유지해 온 균형 외교와 비교할 때 미국과의 협력을 더욱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협력체인 ‘Chip 4’ 참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은 한국의 참여에 우려를 나타냈지만, 한국은 결국 협력에 참여하였다.
윤석열 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ASEAN 중심성(ASEAN Centrality)을 핵심 원칙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였다. 이는 ASEAN이 역내 다자협력 체제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 연구에서는 이러한 접근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춰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정부는 이후 한-ASEAN 연대구상(KASI, Korea-ASEAN Solidarity Initiative)을 발표하며 ASEAN과의 협력 강화를 추진하였다. 그 내용에서 KASI는 신남방정책과 상당 부분 유사했지만, 외교부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직과 권한이 충분하지 않았고, 인도·태평양 전략의 하위 정책으로 인식되면서 독자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한편 중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일대일로(BRI), 디지털 및 인프라 협력 등을 통해 ASEAN 국가들과의 경제적 연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이에 따라 한국의 ASEAN 정책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지속가능한 협력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어 왔다.
한편 윤석열 정부가 한·미·일 협력 강화에 집중하면서 한국의 동남아 정책은 형식적인 외교 활동에는 적극적이었지만 동남아 국가들의 필요와 이해관계를 반영한 실질적인 협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 한국과 미국이 ASEAN과의 관계를 충분히 심화시키지 못한 사이, 중국은 ASEAN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수 있었다.
이재명 정부의 인도·태평양 해양 협력 구상
윤석열 정부와 비교하면 현 정부는 보다 신중하게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구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선택의 구체적인 배경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 중국과의 관계 역시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실용 외교’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될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이를 이른바 ‘양다리 외교’로 비판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독자적인 인도·태평양 정책이나 전략을 아직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음에도 인도를 중심으로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게획을 밝혔다. 특히 해양 질서, 경제, 안보, 환경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 ‘인도·태평양 해양영역인식 파트너십(IPMDA)’이다. 이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쿼드(Quad) 국가들이 추진하는 협력 구상으로, 역내 국가들의 해양 감시 능력과 정보 공유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협력 구상은 협력 대상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두 정책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도 존재한다. 특히 ASEAN중심성에 대한 인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신남방정책이 ASEAN을 핵심 협력 대상으로 삼았다면, 인도·태평양 해양협력 구상에서 인도와의 관계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또한 경제 협력뿐 아니라 공급망 안전과 해양 안보와 같은 분야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결론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정부에 따라 그 방향과 우선순위에서 차이를 보여 왔다. 문재인 정부는 ASEAN과 인도를 중심으로 협력 다변화를 추구하였고, 윤석열 정부는 규범 기반의 인도-태령양 질서와 한-미 동맹 강화를 강조하였다. 현재 이재명 정부는 실용 외교를 바탕으로 새로운 대외전략을 모색하는 과정에 있다. 그럼에도 세 정부의 정책은 특정 강대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 경향을 줄이면서 외교적 자율성을 확대하려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한국은 안보와 경제가 서로 다른 국가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적 조건 속에서 외교적 자율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왔으며, 인도·태평양 전략은 그러한 어려움을 헤쳐나가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의 ‘안미경중’ 외교 전략은 미국으로부터 ‘양다리 외교’라는 비판을 받아 왔으며, 특히 미-중 경쟁이 심화되고 트럼프 정부가 동맹국들에게 더욱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면서 이러한 시각은 더욱 강해졌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는 안보와 경제를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한쪽만을 선택하기가 어렵다. 한국의 안보는 한미동맹에 크게 의존하는 반면, 중국은 한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이자 경제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은 특정 강대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면서 외교적 자율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ASEAN과 인도는 중요한 협력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오늘날 국제사회는 국가 간 상호의존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ASEAN이나 인도와의 협력을 확대하더라도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 강대국들과의 관계를 완전히 대체하거나 단절하기는 어렵다. 결국 한국의 과제는 특정 국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외교적·경제적 선택지를 넓혀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강대국들이 인도·태평양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상황에서 한국 역시 전략적으로 중요한 인도·태평양 지역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IPMDA를 통해 해양 안보와 경제 협력을 확대하려는 최근의 노력은 한국의 외교적 활동 범위를 넓히고 역내 협력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장기적으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단순히 강대국들의 전략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역내 국가들과의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ASEAN을 단순한 협력 대상이 아니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인식하고, ASEAN 국가들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접근은 한국과 ASEAN 간 신뢰를 높이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https://www.swp-berlin.org/publikation/south-koreas-evolving-indo-pacific-strategy#hd-d22994e1276
https://m.sedaily.com/amparticle/20034569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us/2025/07/29/Y5GRVONQ5RFUHHW24R4XBGTHLI/
https://kims.or.kr/issubrief/kims-periscope/peri361/
https://sejong.org/web/boad/1/egoread.php?bd=2&seq=6435
https://www.mofa.go.kr/www/wpge/m_25838/contents.do
https://v.daum.net/v/uQ8WENYcg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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