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일
- 2025.02.14
- 수정일
- 2025.02.21
- 작성자
- 동남아연구소
- 조회수
- 184
국가인권위 보고서「이주노동자 사망에 대한 원인 분석 및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 소개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김승섭 교수가 연구 책임을 맡아 국내 이주노동자들의 사망 현황과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경감할 정책을 탐색한 연구가 2024년 10월, 국가인권위위회에서 출간되었습니다.
2023년 기준 150만 명에 육박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위험한 사업장에서 저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국에 도착하여 살아가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삶이 어떤지에 관한 연구도 많지 않지만, 그들의 죽음에 관한 연구, 즉 얼마나 많은 이들이 사망하였고, 주로 어떤 원인으로 사망했는지, 그리고 죽음 이후의 과정은 어떠한지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사례는 아예 없었습니다. 그러한 공백으로 인한 사회적 관심의 부재와 이를 예방할 국가의 책임 방기야말로 매년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그중 상당수는 알려지지조차 않는 이주노동자 사망의 근본적인 원인일 것입니다.
이주노동자 죽음에 관한 연구의 부재라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연구팀은 1)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사회적 원인을 규명하고, 2) 다양한 행정 통계를 모아 사망한 이주노동자 수와 국적, 성별, 사인을 확인하며, 3) 사망 원인 규명 및 배ㆍ보상 과정에서 유가족이 겪는 어려움을 검토하고, 4) 이를 토대로 이주노동자의 사망 예방과 존엄한 장례 및 합당한 보상을 위해 필요한 정책을 제안하는 것을 목적으로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보고서의 연구요약문은 국문뿐 아니라 중국어, 베트남어, 영어, 우즈베크어, 네팔어, 캄보디아어, 인니어, 태국어, 러시아어, 미얀마어, 스리랑카어, 방글라데시어로도 작성되었습니다. 흡사 이 나라에 와서 생을 다한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을 잊지 않고 그와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처럼도 보입니다.
국문요약문을 토대로 이 연구의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이주노동자를 병들고 다치게 하는 여덟 가지 사회적 원인
이주노동자들을 병들고 다치게 하는 주된 사회적 원인은 크게 8가지로 나타났습니다. 1) 다양한 유해 요인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거부할 힘 없이 수용할 수밖에 없는 근무환경, 2) 사업주의 폭력과 위력이 행사되는 폭력적인 근무환경, 3) 장시간ㆍ불규칙한 근무ㆍ빈번한 야간 노동 등 노동시간 문제, 4) 저임금에도 불구하고 종종 발생하는 임금 체불 문제, 5)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등 열악한 거주환경, 6) 의료비 부담에 따른 제한된 의료 접근성, 7) 경기침체로 인해 아무런 보호제도 없이 생겨나는 갑작스러운 임금 감소와 실업, 8) 노동자를 보호하는 산업안전 시스템에서의 배제 등.
등록 여부를 막론하고 이주노동자 전체에 해당하는 이 같은 원인 외에 미등록 노동자들은 추가적인 위험 요인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미등록 신분으로 인해 더욱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일하고, 그로 인한 건강 악화의 위험도 한층 높지만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한 채 은폐되며, 때로 단속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인권적 조치 등으로 사망하는 사례로 발생한다고 합니다.
2. 이주노동자 사망에 관한 통계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에서 사망한 이주노동자 통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5년간 근로복지공단 등을 통해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이주노동자 사망은 총 729명입니다. 그중 61.5%가 49세 이하이며, 남성이 695명(95.3%), 등록노동자가 639명(97.7%)로 집계되었습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같은 기간 발생한 이주민 변사자 수는 총 3,220명으로, 연평균 600명이 넘습니다. 그중 ‘기타 사망’이 1,507명(46.8%)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과실사 896명(27.8%), 자살 704명(21.9%), 타살 82명(2.5%)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2022년 한 해 동안만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신고된 사망자 가운데 이주노동자 사망자 수가 3,340명에 달합니다. 지난 5년간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이주노동자 사망자 수가 729명에 불과한데, 일 년 동안 사망한 노동자들의 수가 이처럼이나 많다니, 산업재해를 인정받지도 못한 노동자 대다수가 어떤 이유로 사망한 것인지는 알 수조차 없습니다. 관계 기관의 행정 데이터를 최대한 집계한 통계 밖에 있는, 여전히 집계되지 않은 죽음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변사와 무연고 등을 제외하고 한국의 행정 시스템에 사망 관련 최소한의 정보가 남아있는 이주노동자 수는 214명으로, 전체 이주노동자 사망의 6.4%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이 수치도 그나마 경제적 보상과 관련한 필요로 집계된 통계뿐, 현재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사망 현황과 원인을 기록한 체계적인 통계를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3. 죽음 이후의 문제들
연구팀은 이주노동자 사망 이후 발생하는 주된 문제점을 1) 사망 원인 규명의 장벽, 2) 유가족이 겪는 어려움, 3) 장례 및 시신ㆍ유해 송환 과정의 어려움 등을 꼽았습니다. ‘사망 원인 규명의 장벽’은 이주노동자들의 죽음 자체가 대부분 외부로 알려지지 않아 사회적으로도 주목받지 못하는 것과 관련됩니다. 죽음이 알려지더라도 변사의 경우 사망 원인에 범죄 혐의가 있는지만 중점 수사하는 경찰 조사만으로는 그 원인에 관한 정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유가족이나 민간 지원기관 차원에서 관련 정보를 획득하기가 매우 어렵고, 여기에 더하여 종교적, 문화적인 이유로 유가족이 부검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사인 규명은 더욱 어렵다고 합니다.
‘유가족이 겪는 어려움’은, 장례 정차와 배보상 문제와 관련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유가족이 한국에 입국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어렵게 입국하더라도 산업재해 보상에 대한 인식이 부재하거나 보상을 신청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서, 또한 대사관이 조기합의를 종용하거나 보상 과정에 개입해 돈을 챙기는 브로커의 개입으로 부당 합의를 하는 일 등을 꼽았습니다.
‘장례 및 시신ㆍ유해 송환 과정의 어려움’으로는 각국 대사관과 종교기관의 장례절차 집행이 불투명하거나 시신ㆍ유골의 본국송환 절차가 어렵고,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경우 화장 과정에서 비싼 화장 비용을 치르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상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시급히 필요한 정책 대안으로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의 자유 확보’, ‘미등록 이주노동자 의료접근성 확보’, ‘이주노동자 사망에 대한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현황 및 원인 통계 수집 및 발표’, ‘이주노동자가 죽음 이후에 존엄한 대우를 받기 위한 공공지원제도 확보’를 제안했습니다.
이 나라에서 안타깝게 생을 다한 이주노동자들 ― 그들의 죽음을 기록하고 그 원인을 밝혀 고쳐나가려는 노력이 계속 이어진다면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한국에 들어와 살아갈 이주노동자들이 불의한 죽음을 맞는 일을 조금은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연구의 정책 제언이 말해 주듯이, 그러한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아직 살아있는 이주노동자들의 노동 환경과 삶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더 많은 연구가, 그리고 그로부터 나온 제안들을 수용하고 이행하려는 국가 차원의 정책적 노력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김희숙| 전북대 동남아연구소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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