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일
- 2024.11.21
- 수정일
- 2024.11.27
- 작성자
- 동남아연구소
- 조회수
- 244
태국 내 미등록 이주민을 위한 건강보장 프로그램 M-Fund
태국에는 약 500만 명에 이르는 주변국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체류하고 있습니다. 대다수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미얀마와 캄보디아, 라오스에서 온 노동자들입니다. 그런데 이들 노동자가 모두 합법적인 경로로 취업한 것은 아닙니다. 태국의 경제 성장으로 주변국과 임금 격차가 커지면서 비공식 경로로 입국하여 취업하려는 노동자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쇄도했습니다. 이에 태국 정부는 2000년대 들어 주요 송출국인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정부와 노동자 고용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부정기적으로 국적확인절차(Nationality Verification Process)를 실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주를 정규화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에 소요되는 절차나 비용면에서의 장벽이 너무도 높아 비공식 경로를 통한 취업은 여전히 상당한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현재 태국에는 150여만 명에 이르는 미등록 노동자들이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외에도 태국에는 수많은 난민과 무국적자들이 체류하고 있기도 합니다. 미등록 노동자들을 포함한 이들 모두가 태국 정부에 의해 “불법 이민자”(illegal immigrants)로 규정되어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갖추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이주민들은 여러 형태의 어려움을 겪습니다. 불시에 진행되는 이민국이나 경찰의 단속에 걸려 체포, 송환될 수 있다는 두려움뿐 아니라 그 불법적인 지위로 인해 필요한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다는 점도 큰 문제 중 하나입니다. 태국은 보편적 건강보장을 위한 제도를 갖추고 있고, 이주노동자들의 건강보장을 위한 제도 또한 구비하고 있습니다. 태국 노동부와 공중보건부가 각각 관장하는 사회보장제도(Social Security Scheme)와 이주민의무건강보험(Compulsory Migrant Health Insurance)이 그것입니다. 문제는 이 두 종류의 의료보험이 합법적인 경로로 취업한 노동자들만이 가입할 수 있어 수많은 미등록 노동자를 배제하고 있고, 가입 자격을 갖춘 노동자들이라도 보험료가 상당하여 가입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이런 노동자들은 결과적으로 미등록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높은 의료비를 지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직면하는 이런 문제를 완화할 목적으로 도입된 이주민 건강보장 프로그램이 바로 M-Fund입니다. 이주민기금(Migrant Fund)이라는 말 그대로 이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보장 프로그램인 M-Fund는 사회적 기업/재단인 Dreamlopments가 2017년 출범시킨 소액보험(microinsurance)의 한 종류입니다. 체류 자격에 무관하게 공식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노동자라면 누구나 매달 100THB(한화 약 4,000원)의 적은 비용으로 보험에 가입하여 광범위한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태국 내 이주노동자 건강보장의 사각지대를 좁혀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출범 초기 100THB이던 보험료가 수년째 유지되다 최근 130THB으로 인상되긴 했지만, 태국 정부의 건강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선 한 번에 1,000THB 이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까지는 M-Fund가 이주노동자들에게 최선의 대안임이 분명합니다. 기본 옵션 외에 임산부(330THB)와 만성질환자(330THB), 50세 이상 고령층(220THB)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추가한 옵션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주민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의료서비스 기반을 구축하는 일이 필수적입니다. M-Fund는 이를 위해 국경지대의 다양한 의료시설을 파트너로 확충하는 일에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2024년 현재 태국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병원과 민간 클리닉 등 M-Fund가 운영되는 여러 국경도시 소재 200여 개의 의료시설이 M-Fund의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M-Fund 운영 지역과 프로그램 참여 파트너 의료시설 현황>
2017년 9월, 태국 내 최대 이주노동자 송출국인 미얀마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딱주 매솟에서부터 시작된 M-Fund는 이후 딱주 내 다른 지역으로까지 확장되었으며, 2019년 8월에는 이들 노동자의 월경 관문인 미얀마 먀와디 타운십에도 M-Fund 사무소가 설립되었습니다. 이후 2019년 9월부터는 캄보디아와 라오스에 접한 국경도시들로까지 사업 지역을 확장하여 더 많은 이주노동자를 수혜 대상으로 포괄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2024년 6월 기준 약 83,000명의 이주민이 M-Fund에 등록하여 외래 진료에서 입원에 이르는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태국에 체류하고 있는 500여만 명의 이주노동자들 가운데 미등록 노동자를 포함하여 공식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노동자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 여기에 난민과 무국적자까지 합하면 그 수가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까지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는 이주민 수는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우선은 이 프로그램이 더 많은 이주민에게, 그리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겠습니다. 펀드에 등록한 이주민들의 기여금 외에 월드비전(World Vision)과 국제이주기구(IOM), Expertise France, People of Japan과 같은 국제기구 및 민간 후원단체 등을 통한 자금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Dreamlopments와 함께 펀드의 공동운영 주체로 참여하고 있는 태국 정부 차원의 더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해 보입니다. 나아가 수혜 대상인 이주민들의 주요 송출국인 미얀마와 캄보디아, 라오스 정부도 자국민의 건강 보호를 위한 프로그램인 만큼 다양한 차원에서의 협력도 필요하겠습니다.
M-Fund는 프로그램의 직원으로 활동하는 Community Workers가 지역사회 이주민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등록하게 하여 지역 의료시설과 연계하는, 일종의 지역사회 기반 돌봄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주민이 M-Fund에 대해 알지 못하고, 알고 있는 경우라도 월 130바트의 보험료가 부담스러워 가입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태국 정부가 보편적 건강보장을 위해 자국민에게 제공하는 ‘30바트 건강보험’이 이들 미등록 이주민에게까지 확장되길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그 중간 어디쯤에선가 좀 더 나은 대안이 마련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재로선 M-Fund와 같은 소액의료보험만이라도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M-Fund의 역사와 운영 현황, 성과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분들은 아래 사이트와 자료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The Migrant Fund 공식 웹사이트(https://th.m-fund.online/)
L’Initiative et al. 2024. “The M-Fund: A Low-Cost, Not-For-Profit Health Access Fund for Migrants, Stateless and Marginalized Border Populations.” https://tinyurl.com/2b7s6vru
Ko̎nig, Andrea, Jarntrah Sappayabanphot, Li Lian, Steffen Fleϐa, Volker Winkler. 2024. “The Impact of the Health Microinsurance M-Fund on the Utilization of Health Services among Migrant Workers and Their Dependents in Thailand: A Case-Control Study.” Journal of Migration and Health 9(2024) 100236. https://doi.org/10.1016/j.jmh.2024.100236
Pudpong, Nareerut, Nicolas Durier, Sataporn Julchoo, Pigunkaew Sainam, Neena Kuttiparambil and Rapeepong Suphanchaimat. 2019. “Assessment of a Voluntary Non-Profit Health Insurance Scheme for Migrants along the Thai-Myanmar Border: A Case Study of the Migrant Fund in Thailand.” 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16(14):2581. doi: 10.3390/ijerph16142581
(김희숙 | 전북대 동남아연구소 전임연구원)
- 첨부파일
- 첨부파일이(가) 없습니다.
- 다음글
-
제7회 동남아지역동향설명회 발표ㆍ토론 주요 내용동남아연구소 2025-01-31 15:11:46.0
- 이전글
-
사회보장기금 감소에 맞서는 태국의 대응동남아연구소 2024-10-28 15:48: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