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일
- 2025.07.22
- 수정일
- 2025.07.22
- 작성자
- 동남아연구소
- 조회수
- 94
분쟁지역을 향하는 인도네시아의 의료구호단체, MER-C
1999년, 인도네시아 말루꾸(Maluku)에서는 이슬람과 기독교간의 충돌로 수천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이때 인도네시아대학교(UI)의 의대생으로 구성된 의료팀이 말루꾸의 암본(Ambon)으로 긴급 파견되었는데, 이들은 현지에서 의료진들조차 종교에 기반한 편견으로 환자를 차별하고, 의료서비스와 자원의 분배가 분쟁 당사자 양측에 균등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진정한 의료 구호는 신뢰성 및 전문성과 더불어 중립성과 독립성이 필수적이며, 오직 환자의 긴급함에만 기반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젊은 의료진들은 그들만의 인도적 의료구호단체를 설립합니다. 그렇게 1999년 8월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인도네시아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이 단체는, 인도네시아의 의료구호단체 MER-C (Medical Emergency Rescue Committee)입니다.
MER-C는 이슬람의 ‘모든 세계에 대한 자비’(rahmatan lil’aalamiin) 정신을 바탕으로 종교와 인종, 국적을 불문하고 가장 취약하며 소외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돕는다는 원칙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 철학에 따라 MER-C는 인도네시아 국내는 물론이고, 미얀마, 필리핀 남부, 태국 남부, 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수단, 레바논, 카슈미르 등 세계의 분쟁지역에 의료팀을 파견해왔습니다. 필요한 곳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이외에도, 인도네시아에서 테러 용의자나 마약 사범들에 대한 의료 지원을 담당하는 것은 중립성과 보편적 인도주의 원칙에 대한 MER-C의 일관된 실천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MER-C의 가장 상징적인 프로그램은 미얀마 러카잉의 난민캠프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설립한 ‘인도네시아 병원’(RS Indonesia)입니다. 2008년 이스라엘의 가자 공습으로 희생자와 피해자들이 발생한 뒤 MER-C는 즉시 가자지구로 의료팀을 파견한 뒤, 팔레스타인 정부가 부지를 제공하고 MER-C가 모금하는 기부금을 자금으로 병원을 건설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2015년에 ‘가자지구 인도네시아 병원’을 개원하기에 이릅니다.
가자지구 인도네시아 병원(ⓒ MER-C 홈페이지)
미얀마에서는 2012년 로힝자 사태가 발생했을 때 MER-C는 의료팀을 파견하고 무슬림인 로힝자 난민캠프 뿐만 아니라 러카잉주의 불교도 양측 모두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최초의 NGO였으며, 더 나아가 병원 건립을 계획하고 정부의 승인을 받아 인도네시아적십자사(PMI),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대표적 불교단체 중 하나인 왈루비(WALUBI)와 공동으로 병원 건립을 추진했습니다. 러카잉주에 위치한 병원 건립 부지 인근에서 지속적으로 교전이 발생하여 현지 시공업체가 철수한 뒤에도 MER-C의 자원봉사자들이 남아 병원을 완공시켰고 2021년 8월에 정식으로 의료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2018년 자카르타의 MER-C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러카잉주에 병원을 건립해서 무슬림과 불교도 모두에게 차별없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공간이 분쟁 당사자들이 평화적으로 만나고 소통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하던 MER-C의 활동가들의 뜨거운 다정함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MER-C 러카잉주 인도네시아 병원 (ⓒ MER-C 홈페이지)
가자지구에 위치한 MER-C의 ‘인도네시아 병원’은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공습으로 일부가 파괴되었고, 이스라엘군에 의해 봉쇄되어 의료진이 강제로 철수한 상태이지만, 이후에도 팔레스타인 의사인 병원장과 MER-C의 의료팀 및 자원봉사자들은 가자지구에 남아 병원을 다시 가동시키기 위해 힘써왔습니다. 그러나 이달 초(7월 2일), 극한의 상황에서도 MER-C 의료팀과 함께 병원 운영을 지휘해 온 마르완 알 술탄(Marwan Al-Sultan) 원장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며 물질적, 정신적인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2025년 4월, 가자지구 인도네시아 병원(ⓒ MER-C 인스타그램)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MER-C 팀은 가자지구에 남아 팔레스타인 보건부와 협력하여 클리닉을 운영하고, 병원 의료진 및 주민들에게 식료품을 제공하는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병원 재건 작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MER-C가 걸어온, 또 분투해 온 26년간의 여정은 진정한 연대와 인도주의는 국경과 종교, 정치적 이해관계들을 뛰어넘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MER-C의 다양한 활동과 소식들은 MER-C의 공식 웹사이트(https://www.mer-c.org)와 인스타그램(@mercindonesia, https://www.instagram.com/mercindonesia/)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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