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일
- 2023.02.21
- 수정일
- 2023.02.21
- 작성자
- 동남아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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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동남아에선 어떤 일들이 있었나? 제5회 동남아지역동향설명회 발표 토론 내용 소개
전북대 동남아연구소와 (사)한국동남아학회 편집위원회가 공동으로 지난 2월 1일과 2일 양일간에 걸쳐 개최한 동남아지역동향설명회가 온라인 화상회의로 개최되었습니다. 첫날인 2월 1일에는 베트남과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 싱가포르 국가 동향이, 이튿날에는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아세안 동향에 관한 발표와 토론, 질의응답이 이루어졌습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2023년을 전망하는 데 참고하십사 설명회에서 다루어졌던 주요 내용을 요약하여 소개합니다.
※ 동남아지역동향설명회의 녹화영상은 국가별로 편집하여 유튜브에 게시, 공개하고 있습니다. ‘전북대 동남아연구소’로 검색해보세요. 올해 영상뿐 아니라 작년까지의 영상도 모두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베트남 2022: 가시적 성과에 가려진 구조적 모순
베트남 동향 발표는 단국대 백용훈 교수가 맡아 2022년 베트남이 이룩한 경제적 성과를 요약하는 한편 그 이면에 자리한 구조적 모순을 짚었다. 베트남은 2022년 8.02%의 GDP 성장률을 기록하여 1995년의 9.5% 다음으로 높은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사회경제지표 목표치를 초과달성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룩했지만, 제조업과 목제품 등 중간 가공품에서는 미진한 성과를 보여 마냥 긍정적으로만 평가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 백용훈 교수의 진단이다. 정치⸱사회적 측면에서는 지방으로까지 확산한 반부패운동을 가장 큰 이슈로 꼽았다. 응우옌푸쫑 총비서가 주도한 “불타는 화로” 운동과 관련하여 ‘권력투쟁인가 부패척결인가’로 여론이 갈려 맞서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부정부패의 근본적인 원인을 막을 수 있는 제도가 여전히 부족한 현실 속에서 당 간부에 대한 징계와 도덕적 개혁에만 주력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순 없다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2022년은 한-베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로서, 12월 5일 양국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관계를 격상하는 공동선언문이 채택되었다. 갈수록 깊어지는 양국 관계에서 경제 협력 외에도 꼭 필요한 사회 및 문화 분야에서의 협력 불균형을 어떻게 해소해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선언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백용훈 교수는 지적했다.
토론을 맡은 서강대의 이한우 교수는 경제 부문에서 2022년에 베트남이 큰 성과를 기록하긴 했지만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감소하는 상황이라며, 그 원인에 대한 설명을 리뷰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베트남의 자동차 산업이 이전까지 조립 중심 산업이었으나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고 ‘빈패스트’를 출범시킨 상황인데, 그 성공 가능성에 대한 전망을 주문했다. 대외관계와 관련하여 2022년에 주목할 만한 사건 중 하나로 베트남이 유엔인권이사회에 두 번째로 이사국으로 선임된 사실은 국가 이미지 제고 차원에선 축하할 만한 일이긴 하나 미국이 베트남을 종교 자유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사실도 언급하여 베트남의 인권 상황이 아직은 상당한 수준으로 개선되었다고만 평가하긴 어렵다는 반론을 제시했다.
2022년 베트남 사회를 뒤흔든 부패척결운동에 휘말려 두 명의 부총리가 사임한 사실과 관련해서는, 사임한 두 부총리가 그 능력을 인정받던 인물들이어서 베트남 사회에서 ‘너무 아깝다’는 여론이 형성되었던 점, ‘정치화된 부패척결’이라는 외부 관찰자들의 평가가 있는 점 등도 소개하길 당부했다. 아울러 2023년 초 응우옌쑤억푹 국가주석이 사임한 것 등과 관련해서는, 단지 지난 정권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한 책임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가족의 부패 연루설, 권력 다툼 등과도 관련된 것이었음을 부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한국 정부가 현 정부에서 이후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놓으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앞으로의 양국 간 협력에 관한 전망을 보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태국 2022: 위기가 가지고 온 변화의 기회
발표를 맡은 서강대 동아연구소의 현시내 교수는 “쁘라윳의 위태로운 줄타기”로 요약되는 태국의 정치적 위기와 그 와중에 전개된 다양한 정치 세력의 경합, 포스트 팬데믹 국면의 경제 회복 및 대외관계 전망을 제시하였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시작된 정치적, 사회적 혼란 속에서 태국의 실질 GDP는 6.2%까지 하락했지만, 2021-2022년 사이 봉쇄완화 정책과 정부의 “반값 지원” 보조금 정책이 효과를 보이면서 태국 경제는 2023년 들어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해갈 조짐을 보인다. 특히 태국 경제에서 무려 13%라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관광산업의 회복과 민간 소비 회복이 이러한 변화를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에 힘입어 서비스업이 회복됨에 따라 100만여 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고 불완전 고용도 팬데믹 기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는 등 태국의 경제전망은 비교적 밝은 듯 보인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장기화와 미-중 대결의 심화에 따른 경제적 고충도 예상된다. 연료비 상승 등에 따른 수출 지향적 제조업의 부진은 관광업과 민간 소비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경제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다. 저소득층의 빈곤을 해소하려는 방안으로 2022년 10월 도입된 최저임금 인상안도 미숙련 남성 근로자에게는 긍정적인 효과를 냈지만, 중기적으로는 중소기업의 일자리 축소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근로자의 취업난을 유발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 결과도 소개하였다.
유연성과 중립성을 강조하는 태국의 “대나무 외교” 전략으로 자국의 이익과 지역 내 평화 구축이 수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존재하는 한편으로 국내 정치 위기로 인해 소홀해진 대외관계에서 태국이 지역 정치와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잃어가는 데 대한 우려도 공존한다. 2023년 태국은 총선은 이처럼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변수들이 작용하는 가운데 정치엘리트의 세대교체를 향한 시발점이 될 것이며, 이러한 변화는 곧 태국 경제와 대외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현 교수는 전망했다.
태국 2022 리뷰에 대한 토론은 연세대 문화인류학과의 이상국 교수가 맡았다. 왕실모독죄를 공개적으로 폐지하자는 주장이 현재 태국 사회에서 일반 국민이 반감 없이 수용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는지 의문이라며, 이와 관련된 설문조사 등의 자료를 제시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한편 지난해 태국에서 큰 이슈로 부상한 마리화나 합법화와 관련하여 대마 합법화 수준이 현재 어떤 단계에 이르렀고, 이러한 합법화가 태국의 핵심 산업 중 하나인 관광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지, 아니면 반감을 불러일으켜 역효과를 내는 측면은 없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부연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적으로는 2023년 5월 총선을 앞두고 ‘프레너미(frenemy)’ 관계로 거론되고 있는 프아타이당과 까오끌라이당이 개혁진보 표를 두고 경합하고 있는 상황이 오히려 보수당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과 관련하여 양당이 연대하거나 연정을 구성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한 질문도 제기되었다. 현재 태국에서 민주화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MZ 세대와 관련해서는 세대 내부에 있을 수 있는 성별, 지역별, 계급별 차이 등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외에 이상국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정부와 여러 정당에서 내놓고 있는 반값 지원정책이나 최저임금 인상 공약의 실현 가능성, 대륙부 동남아시아를 연결하는 고속철도 사업에서 라오스와 태국 구간을 연결하는 계획, 한-태 문화교류 현황 등에 관한 보충 설명을 발표자에게 주문했다.
캄보디아 2022: 위기 극복과 권력 세습
발표를 맡은 창원대 국제관계학과 정연식 교수는 2022년 캄보디아에는 훈센 정권이 과감한 봉쇄 정책과 백신 접종률을 높임으로써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응하였고, 그 결과 2023년 총선의 전초전으로 치러진 2022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할 수 있었다고 요약했다. 경제면에서는 수출이 회복세에 접어들고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관계 회복을 꾀하고 중국의 백신 지원을 얻는 한편 아세안 의장국으로서 미얀마 위기와 관련하여 목소리를 높이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였다고 전했다. 훈센은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아들인 훈 마넷에게 차기 정권을 넘기기 위한 준비에 돌입한 상태다.
토론에 나선 전북대 동남아연구소의 박진영 박사는 반대세력을 용납하지 않는 현 캄보디아의 권위주의 정치체제에서 돌파구는 노동운동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기하였다. 야당과 시민사회, 노동조합 등 정치적 반대세력이 탄압과 압박, 회유를 통해 극도로 약해진 상황이고, 노동자들도 각종 사회 복지 제도의 구축과 시행, 최저임금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인해 현 정치 상황에 대해 별다른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은 상황이기는 하나, 자본가가 대부분의 재정적인 부담을 지고 있는 이러한 상황이 계속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며 이는 자본의 이탈 또는 노동자들의 저항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는 진단을 제시하였다.
미얀마 2022: 혼돈의 지속과 암울한 미래
설명회가 개최된 2월 1일은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발발한 지 2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했다. 그런 만큼 발표자와 토론자 모두 주어진 시간을 훌쩍 초과하여 열띤 논의를 전개했고 청중의 참여도도 높았다. 발표자로 나선 동아대의 박장식 교수는 군부와 저항운동 세력 간의 무장충돌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치적, 사회적 혼란이 심화하고 있는 미얀마의 현 상황은 앞으로도 얼마간 돌파구를 찾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에 없던 수준으로 마약 복용과 절도, 강도 등의 범죄가 횡행하고 있는 현상 등을 현재의 암울한 상황을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했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가 2021년 선포한 국가비상사태의 최장 연장기한인 2년의 기간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발표한 새 선거법의 주요 내용도 다루어졌다. 2023년 8월에 실시하겠다고 군부가 발표한 총선이 실제로 치러질 수 있을지조차 의문인 상황에서 캘러한(Callahan) 등 미얀마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하여 군부 정당인 USDP의 승리를 위해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등의 변화가 예상된다고 박 교수는 전했다.
쿠데타 이후 경제 상황과 관련하여 박 교수는 러시아와 중국, 인도, 태국 등 주변국가가 보이고 있는 방관적 태도 이면에 자리하는 천연가스 등을 비롯한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자리하고 있음을 거론했다. 한편 박 교수는 쿠데타 이후 미얀마 GDP가 –17.9%에 이르고 짯화의 가치가 57.9% 급락하는 등 크게 악화한 상태이기는 하지만, 봉제업이나 외국인 투자기업 등은 노동운동이 금지되고 달러 가치 상승 등의 변화에 힘입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미얀마의 경제구조나 군부 소유 기업들에는 거의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약 복용, 절도 및 강도 등 범죄가 급증하고, 이전까지는 성역이었던 종교 부문에 대한 불신이 제기되는 등 사회문화적 위기가 심화하는 등 혼돈의 지속은 쉽사리 수습되지 못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과 함께 발표를 마쳤다.
토론에 나선 전북대 동남아연구소의 김희숙 박사는 쿠데타 이후 미얀마 사회가 겪고 있는 심각한 사회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위기 상황을 기업 활동 측면뿐 아니라 국민의 삶이 봉착한 위기에 초점을 맞춰 보는 관점도 균형적으로 보강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현재 미얀마에서 다양한 형태의 범죄가 급증하는 현상의 원인을 ‘치안 부재’로 볼 경우, 이러한 현상을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 즉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조차 수습하지 못한 상태에서 군부가 일으킨 쿠데타가 미친 영향이 제대로 조명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국 곳곳에서 무장충돌이 빈발하고 있고, 그에 따라 군부의 통치력이 매우 제한적인 영토 범위에만 미치고 있는 상태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군부를 국가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도 지적했다. 쿠데타 이후 제조업 등의 사례를 들어 경제가 ‘회생의 기미’를 보인다는 박 교수의 진단에 대해서도 그러한 현상이 일부 산업 부문에만 국한될 뿐이고, 그나마도 2021년에 비해 조금 나아졌다는 정도일 뿐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미얀마의 핵심 산업 중 하나로서 군부에 든든한 자금줄이 되어주고 있는 봉제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쿠데타 이후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쿠데타 이후 정규직 일자리가 임시직이나 일일고용으로 전환되는 등 일자리의 질이 크게 저하되고, 임금체불과 퇴지금 미지급 등의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노동운동이 전면금지된 상황에서 노동조건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자 가구의 생계가 크게 위협받고 있는 실태에 관한 설명도 보강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소수종족집단의 경우 자신들의 독립 외엔 관심이 없고 언론에 보도된 것과 달리 까렌민족해방군(KNLA)와 같은 무장단체는 괴멸된 상태라는 언급과 관련하여 김희숙 박사는 쿠데타 이후 이들을 포함하여 까친독립군(KIA) 등의 단체들이 반군부 무장투쟁 전선의 전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그동안 무장충돌이 없었던 지역에서까지 소수종족무장단체들이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고 반박하며 쿠데타 이후 군부와 NUG, 소수종족무장단체 간의 관계에서 나타난 지형 변화를 리뷰에 반영하길 주문했다. 이외에도 2022년 말 1948년 미얀마의 UN 가입 관련 결의안이 채택된 이래 74년 만에 미얀마에 대한 결의안이 UN에서 채택된 점이나, 2021년 4월 5개항 합의안이 도출된 이후로도 실천적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아세안 내부의 최근 사건에 대한 리뷰를 제시하며 새 의장국이 된 인도네시아가 주도하는 아세안의 미얀마 위기 관련 대응에 대한 전망을 요구했다.
싱가포르 2022: 포스트 팬데믹, 포스트 고령사회의 제도적 조치를 선도한 국가
싱가포르 2022년 동향에 관한 국가리뷰는 서강대 김종호 교수와 인하대 김지훈 교수가 공동으로 집필했고, 설명회 발표는 김종호 교수가 맡았다. 싱가포르 정치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사안은 4대 총리 인선을 확정한 것이다. 4대 총리로 지명된 로렌스 웡은 11년의 정치 경력을 가진 젊은 관료 출신 정치인이다. 발표에 나선 서강대 김종호 교수는 보수화된 집권 여당의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한 시도로 로렌스 웡의 인선 배경을 2020년 총선에서 야당인 노동당을 지지했던 젊은 유권자를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2022년 싱가포르의 주요 경제지표는 전반적으로 성장세를 보여주었다. 다만,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 김종호 교수는 싱가포르 정부가 2022년 내내 인플레이션율 감소를 위한 통화정책과 직접적인 현금 지원정책을 펼쳤지만 인플레이션은 잡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며, 지원도 충분치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대외관계에서는 미중경쟁 속 외교전략의 다각화, 디지털 경제와 녹색경제를 중심으로 한 유럽과의 협력 모색이 있었다. 미국과 중국에서 벗어난 비동맹 운동이 필요하다는 외교부 장관의 제안이 특징적이지만, 이러한 주장의 실현 여부는 2023년의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김종호 교수는 덧붙였다.
사회 분야에서 눈여겨볼 만한 일들도 많았다. 초고령사회를 앞둔 싱가포르에서 정년을 기존의 62세에서 63세로, 노년층의 재고용 연령을 67세에서 68세로 연장하는 「정년과 재고용 법」 개정안이 실행되었다. 김종호 교수는 이번 조치가 정년 연장을 공식적으로 법제화하고 노년층 재고용을 위한 다양한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동성 간의 성관계를 처벌하는 형법 377A의 폐지도 싱가포르의 2022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다. 김종호 교수는 이번 결정으로 인민행동당이 비판적인 젊은 유권자의 지지를 얻고자 하면서도, 동성결혼에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며 전통 유권자들의 지지를 유지하려는 전략을 펼쳤다고 평가했다.
토론을 맡은 전북대 동남아연구소의 김주영 박사는 로렌스 웡의 구체적인 인선 배경과 젊은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전략, 인플레이션 부양책의 효과, 초고령사회를 앞둔 싱가포르가 선도한 「정년과 재고용 법」 개정안의 의미, 형법 377A 폐지와 적극적인 고급인력 유치 계획 발표 사이의 연관성을 중심으로 토론했다. 김종호 교수는 구체적인 인선 배경이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 없으며, 인플레이션 부양책의 효과는 시간을 두고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고 답했다. 「정년과 재고용 법」 개정안은 초고령화에 대비하는 종합적인 패키지 대응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강조했으며, 형법 377A 폐지를 통해 다른 성적지향을 가진 고급인력 유치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하는 토론자의 의견을 수용하며 추가적인 분석을 하겠다고 밝혔다.
필리핀 2022: 전통적 가문정치의 귀환과 코로나19 이후의 경제회복 과제
발표를 맡은 부경대의 정법모 교수는 필리핀 정치와 관련해서는 2022년 실시된 총선과 그 결과로서 나타난 가문정치의 부활을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았다. 두테르테 집권 마지막 해로서 재임 기간 중 그가 약속했던 개혁과제가 얼마나 달성되었는지를 평가할 때 구조적인 정치적ㆍ경제적 개혁이 이루어졌다고 평가하기는 힘들고, ‘가문정치의 부활’이라는 말이 압축적으로 말해주듯이 단지 권력의 주체만 이동한 셈이라고 진단했다. 2022년의 필리핀 경제는 국가 경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 산업과 해외노동자 송금이 코로나19 상황에서 급감한 데 따른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신정부는 두테르테 정부의 ‘Build, Build, Build’ 정책에서 더 나아가 ‘Build, Better, More’를 천명하며 팬데믹 복구를 위한 경제 정책으로 인프라 사업에 더욱 주력하려는 태세다. 한국과의 관계도 이러한 정책 기조에 힘입어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이 2022년 말에 규모가 큰 필리핀 남북부 도시철도사업을 수주한 상태다. 2019년부터 시작된 한-필리핀 FTA 협상으로 양국은 전체 가운데 약 95%에 이르는 품목에서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하였으나 여전히 공식 서명 및 발효를 남겨둔 상태여서 향후 어떻게 귀결될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신정부는 독립외교를 계속한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떤 노선을 취할지와 관련해서는 중국과 미국 어느 한 편에 분명히 서지 않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르코스 가문의 정치적 근거지인 일로코스 북부 지역이 오랫동안 중국과의 교역 중심지였던 점도 중국과의 실리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입장에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등 전통적 우방국들과의 관계도 회복하려는 태도를 보여 향후 양자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이루어갈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토론을 맡은 부산외대 아세안문화원장 김동엽 교수는 지난해 열렸던 필리핀 선거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분히 결과론적인 측면이 있다며, 필리핀 국민이 단지 70년대를 위대했다고 기억하기 때문에 봉봉 마르코스와 사라 두테르테를 찍었다고 보는 것은 필리핀 정치의 특징을 간과하는 분석이라고 지적했다. 선거가 시작될 즈음 봉봉의 입지가 상당히 약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실상 필리핀 선거에서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한 것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입장, 즉 그가 누구를 지지하느냐가 핵심이었다고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임기 말까지 70~80%대의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되고, 여기에 일로코스, 아로요, 세부, 민다나오 지역의 전통적 엘리트 가문의 네트워크가 총동원되어 지지기반이 공고화되었다는 사실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 선거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던 것이 매표, 즉 돈이 유권자들을 움직였다는 사실이다. 이는 공식 선거기간이 3개월에 이르는 필리핀 선거제도의 특수성에서 비롯되는 문제로, 재력을 쥔 지역 토호세력의 결집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김동엽 교수는 덧붙였다.
한편 필리핀의 외교 노선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나는 미국 편도, 중국 편도 아니고 필리핀 편’이라고 공언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이른바 ‘양다리 외교’라 불리는 독립외교 혹은 자주외교 노선을 표방해왔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는 필리핀의 전통적인 외교전략으로 회귀한 것에 가까우며, 남중국해 분쟁 등에서 국제법에 의지하는 규칙기반 외교도 그 일면이라고 언급했다. 다른 한편으로 민주주의나 인권 등을 중시하는 ‘가치외교’ 측면에서는 우리나라와 협력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고는 볼 수 없다며 앞으로의 한-필리핀 외교 관계에서 유의할 점으로 꼽았다. 끝으로 인적 교류와 관련해서 김동엽 교수는 요즘 큰 화젯거리인 한국영화 <카지노>를 보면 위험하고 범죄가 난무하는 곳으로 필리핀이 묘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한국인들이 필리핀에 가는 이유는 필리핀 사회가 가진 자유로운 분위기 때문인데, 한국인들이 자유는 만끽하면서도 그에 따르는 책임은 방기한 결과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를 계도하는 필리핀 연구자들의 교육적 역할을 강조했다.
말레이시아 2022: 안와르 집권과 개혁과제
2022년 말레이시아 리뷰는 경상국립대의 황인원 교수와 연세대의 김형종 교수가 공동으로 집필하였고,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해서는 황인원 교수가, 경제와 대외관계는 김형종 교수가 나누어 발표했다. 먼저 황인원 교수는 정치 부분을 맡아 안와르 이브라힘의 총리 선임으로 귀결된 지난 총선이 일어나기 전 말레이시아의 정치 상황과 15대 총선 결과, 그리고 그러한 결과가 갖는 정치적 함의를 설명했다. 15대 총선은 약한 리더십, 종족, 종교, 코로나19 팬데믹과 경제 상황 악화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 ‘단일 승자 부재’로 귀결되었지만, 개혁 지향적인 안와르의 총리 취임으로 개혁 기반이 마련되고, 정책 기반 정치와 민주주의 공고화를 위한 전환점이 될 수 있으리라고 황 교수는 분석했다.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해 말레이시아 역시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에 처하긴 했지만, 경제는 상대적으로 성장세를 유지했다. 민간소비 증가와 수출회복 등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총선을 앞둔 정부의 정치적 동기가 작용한 측면이 있고 대외 여건이 더욱 악화한 점을 고려하면 2023년은 성장이 둔화할 전망이다. 그에 따라 안와르 총리가 이끄는 정부의 경제개혁 필요성이 한층 대두되는 상황이라고 김형종 교수는 전했다. 국내 정치 격동으로 인해 아세안 및 국제 문제에 대해서는 말레이시아가 외교적 역할과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미얀마 이슈에 대해서는 군부에 대해 적극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던 사이푸딘 장관이 정권 변화로 사임함에 따라 향후 어떤 자세로 임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토론을 맡은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의 고영경 교수는 61년간에 걸친 BN의 오랜 독재 끝에 마하티르의 복귀와 함께 시작된 말레이시아의 정치적인 혼돈 또는 변동 끝에 마침내 안와르의 총리 취임에 이르는 복잡하고 지난했던 말레이시아 정치가 정치력의 부재로부터 비롯되는 문제였다고 진단하며, 이러한 문제가 내각제의 문제인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볼 때 민주주의 과정일 뿐인지, 아니면 리더십의 교체에 따른 것이었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러한 정치 변동의 과정에서 매우 많은 선거와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러한 비용이 민주주의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지불해야 하는 수업료인지, 아니면 불합리한 것인지 그 비용에 대한 해석도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말레이시아의 경제는 정치불안과 리더십의 부재가 경제 이슈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항상 제기되어왔다. 팬데믹 초기에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고 심각한 봉쇄 상태가 상당히 오랫동안 계속되었는데, 선거로 인해 그 위기가 심화한 측면이 있는 등 말레이시아의 경우 정치적 변혁이 계속 일어나는 것이 민주화가 되면서 궁극적으로 경제발전의 동력으로 이어지기보다는 경제 이슈에 대해 매번 지연된 대응을 하게 되는 문제를 초래했다고 고영경 교수는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레이시아 경제가 2022년 일정 수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정학적 요인과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 등과 같은 부정적인 요인이 오히려 기회요인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제조업 등에서 일부 장해요인으로 작용한 점은 있었지만,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수출에는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한 해 말레이시아 관련 뉴스가 경제 상황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거의 전적으로 정치 문제로 도배되다시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런 중에도 말레이시아 국민이 가장 자랑스럽게 혹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사건으로 나집 라작 전 총리에 이어 그 부인이 부패 스캔들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건을 꼽았다. 이 사건은 유력한 정치 가문도 사법적 판결에 따라 감옥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말레이시아도 부패를 척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대단히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사건으로 거론했다. 아울러 말레이시아 출신 배우 미셸여(양자경)가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일을 말레이시아 국민에게 큰 자부심을 불러일으킨 사회문화적 이슈로 꼽았다.
인도네시아 2022: 재도약을 위한 첫걸음
2023년 한-인도네시아 수교 50주년이 되는 해로, 지난 한 해 동안의 동향을 짚어보는 일이 향후 양국 관계의 발전 방향을 탐색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발표를 맡은 서강대 동아연구소의 정정훈 박사는 2022년 인도네시아에서 있었던 주요 정치, 경제, 외교 이슈를 요약하고 2023년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였다.
2019년 대선 승리 이후 조코위 정부의 최우선 관심사는 경제성장이었다. ‘번영하는 인도네시아(Kabinet Indonesia Maju)’라는 캐치프레이즈와 일명 ‘옴니버스법’으로 지칭되는 고용창출법 등이 현 정부의 정책 방향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타격에도 불구하고 조코위 대통령이 계속 높은 지지율과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2024년 인도네시아 선거는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 선거와 의회선거, 지방선거가 동시에 열리는 매우 중요한 정치 이벤트인 만큼 올해부터 선거정국에 돌입하게 될 예정이다. 결국엔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나머지 선거도 영향을 받게 되겠지만, 그만큼 대통령 후보자를 선정하는 일과 관련한 복잡한 정치과정이 전개될 전망이라고 정정훈 박사는 전했다.
조코위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경제 분야에서의 성과와 국제외교에서의 노력을 통해 성취된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정치개혁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경제성장 과정에서의 환경 문제와 옴니버스법의 부정적 측면, 즉 노동자 권익 훼손과 민주주의 쇠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신개발주의를 제창하는 조코위 정부 아래서 논쟁의 대상이 되는 경제정책들은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아래 추진되고 있다. 팬데믹 여파와 높은 인플레이션 및 에너지 위기를 초래한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이러한 정책이 정치적으로는 문제적일 수 있지만 국가경제에는 큰 도움이 된다고 역설하고 있으며, 활발한 국제외교를 통해 그 당위성을 확보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정정훈 박사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인도네시아 경제에 미친 긍정적 영향, 팬데믹을 거치면서 일상의 전 영역으로 확장된 디지털 경제의 성장, 발리에서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국제외교 분야에서 거둔 성과 등을 2022년 인도네시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로 꼽았다.
토론을 맡은 강원대의 김형준 교수는, 리뷰에 추가할 만한 주제들을 거론했다. 첫 번째로는 최근 이루어진 인도네시아의 형법 개정 내용이 거론되었다. 발리를 찾은 관광객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 법이 포괄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상황이기도 한데, 김형준 교수는 새로 개정된 형법이 이슬람에 기반을 두고 상당히 보수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경향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정치적인 영역에서는 뚜렷하지 않으나 공적인 영역에서는 이슬람 세력이 요구하는 바가 관철되고 있다는 의견인데, 할랄 법제화를 비롯하여 부부가 아닌 사람들의 성행위까지도 국가법을 통해 통제할 수 있다는 규정 등이 이슬람 샤리아에 기반을 둔 법제화의 방향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앞으로 수년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기는 하지만 시행령이 마련되는 등 수도 이전을 위한 준비가 착수된 만큼 그 현황을 독자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한국의 이태원 참사와 비교할 만한 주제로서 지난해 수백 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말랑 참사나, 인도네시아 정치 변동을 촉발한 중요한 촉매제로 작용하곤 했던 유가 인상과 관련한 내용도 포함되어야 할 주제로 꼽았다. 특히 두 이슈는 인도네시아 시민사회 차원의 대응이 가진 특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주제일 뿐 아니라 복지 정책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2022년 동향에서 꼭 언급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한편 2024년 동시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정치 현상에 대한 분석이 유력한 후보자들을 중심으로 한 인물 중심 분석뿐 아니라 구조적 요인, 즉 종족이나 인종, 민족주의, 과두체제 등 구조적 차원까지 고려하여 통합적으로 서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가령 프라보워와 같은 인물들이 선두로 부상하는 현상이 인도네시아 정치에서 갖는 함의가 종합적으로 분석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발표자가 현 조꼬위 정부를 ‘구시대의 막차’라고 표현한 것과 관련하여, 2024년 선거가 과연 현재와의 급격한 단절을 가져올 것인지는 의문이라며, 이러한 표현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발표자는 첫 민간인 대통령으로서 조꼬위 정부의 성취가 인도네시아 국민이 걸었던 개혁에 대한 기대에는 못 미쳤던 점을 가리키는 표현이었다고 답했다. 2024년 선거가 새로운 출발을 여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아세안 2022: 아직 찾지 못한 출구
2023년 동남아지역동향설명회의 대미는 아세안 편으로 마무리되었다. 한국동남아연구소 소장직을 맡고 있기도 한 아산정책연구원의 이재현 선임연구위원이 아세안의 2022년 동향 발표를 맡았다. 이재현 연구위원은 국가별 차이는 있지만 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세안이 나름 출구를 찾으려는 시도들은 하고 있지만 아직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세안 내부적으로는 통일성(unity)과 중심성(centrality)의 약화를 겪는 상황이다. 아세안 통일성은 특히 미얀마 문제에 대한 대응과 관련하여 아세안 내부에서 이는 균열과 관련된다. 이는 미-중 경쟁과 함께 대외적 차원에서 아세안 중심성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2021년 4월에 이루어진 5개항 합의 이후 미얀마 위기에 대한 아세안의 역할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캄보디아가 의장국을 맡게 된 데 대해선 ‘Phnom Penh Fiasco’라 할 정도로 큰 우려가 제기되었다. 하지만 캄보디아는 그러한 우려와는 달리 나름 기계적인 균형을 잡으려 노력했고, 아세안 국가들의 의견도 수용하여 행동하려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부자적 관점에서 볼 때 아세안은 미얀마 사태와 관련하여 무능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아세안이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거냐는 입장이 대두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얀마 상황이 아세안을 규정하게 놔둬선 안 된다’는 인도네시아 조꼬위 대통령의 발언이 단적으로 대변해주듯이 미얀마 위기에도 불구하고 아세안은 아세안대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 곧 “The show must go on”의 인식을 보여준다. 한편 지난해 큰 이슈였던 동티모르의 아세안 가입 관련 내용도 다루어졌다. 지난해 열린 정상회의에서 아세안은 동티모르에 ‘옵저버’ 자격으로 2023년부터 모든 아세안 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고 결정했는데, 아세안이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한다면 가입할 수 있다는 조건부적 가입이라는 점에서 ‘원칙적(in principle)’ 가입인가, 아니면 변형된 거절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세안을 둘러싸고 강대국 경쟁, 특히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관건이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2021년과 2022년 미국은 동남아에서 적극적인 공세를 보여왔다. 2022년에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을 새로 발표하면서 기존 싱가포르, 베트남만 언급했던 데서 더 나아가 더 많은 국가들까지 포괄하면서 더욱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5월에 개최된 특별정상회의나, 같은 달 라오스와 캄보디아, 미얀마를 제외한 7개 아세안 국가들이 참여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회의 등에서 동남아 지역에 대한 미국의 의지가 엿보인다. 이에 반해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미국에 밀리는 형국을 보였다. 하지만 제로 코비드 정책이 끝난 후 다시 빗장을 푼 중국이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경제적 접근을 적극적으로 전개해가는 추세여서 향후 두 강대국의 경쟁 속에서 아세안 각국이 어떠한 입장을 견지할지 지켜볼 만하다.
한-아세안 관계와 관련해서는 현 정부에서 신남방정책을 공식적으로 폐기하고 새로 발표한 ‘한-아세안연대구상’이 언급되었다. 정부의 정치적 의지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형식적인 수준의 협력은 계속 이루어지겠으나 얼마간 특별히 주목할 만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이재현 위원은 내다보았다. 다만 2024년 한-아세안 포괄적전략동반자 관계 수립을 추진하고 있는 점은 향후 2, 3년간 지켜볼 만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아세안의 2022년 동향에 대한 토론은 전북대의 이진영 교수가 맡았다. 아세안 연구자로서 동티모르의 아세안 가입 지연요인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던 경험을 토대로 이진영 교수는 동티모르의 아세안 가입이 원칙적 가입인지, 아니면 변형된 거절인지를 둘러싼 논의에 대해 특별히 공감을 표했다.
최근 2, 3개월 동안 캄보디아, 베트남, 말레이시아에서 만난 학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이들이 신남방정책에 대해 매우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던 점을 인상적이었던 일화로 소개하며, 이들이 신남방정책이 아세안, 동남아시아 국가를 포함한 일 대 일 양자 협력뿐만 아니라 양자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들이 담겨있었던 점을 가장 큰 강점으로 꼽았다고 전했다. 현 정부 들어 신남방정책이 폐기되고, 정권 변화에 따라 대 아세안정책 기조도 달라지고 있는 점은 아쉽지만, 신남방정책 이후 아세안 국가들과 한국이 더욱 다양한 사안들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고 공감대를 확장할 수 있었던 점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AOIP(인도ㆍ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를 통해 전략적 부분, 특히 안보와 관련해서 아세안 국가들이 더욱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점에 대해서도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한편, 아세안 블록 내의 말썽꾸러기가 된 미얀마 문제와 관련하여 패널티를 부과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는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됨에 따라 아세안 편에 관한 질의응답은 미얀마 이슈로 다시 돌아갔다. 이재현 박사는 아세안의 협의와 합의를 원칙으로 하는 의사결정방식이 내정불간섭과 주권 존중 원칙을 바탕으로 캄보디아나 라오스, 미얀마와 같이 힘이 없는 국가들도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수단으로 마련되었던 만큼, 아세안 차원에서 미얀마를 퇴출하거나 제재하기는 원칙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언급했다. 청중으로 참여한 고려대 고영경 교수는 미얀마 관련 최근 기사를 인용하며, 봉제업 등에서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으로의 무역이 증가한 점을 들어 현재 미얀마에 대해 가하는 국제사회의 제재가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재현 박사는 미얀마 문제가 사실, 앞에서 비판하는 국가들은 도덕적 마일리지를, 뒤에서 거래하는 국가들은 경제적 마일리지를 얻는 상황이라며 이 사안의 복잡성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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