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3.12.06
수정일
2023.12.11
작성자
동남아연구소
조회수
248

[미얀마] 해외 취업 노동자의 주머니까지 털려는 군부의 불순한 기획

미얀마 경제는 2011년 개혁개방 정책 이후 10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2020년의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 이어 이듬해 쿠데타까지 발발함에 따라 2021년 -18%로 급락했습니. 쿠데타 이래 전란에 휩싸인 미얀마 경제는 현재까지도 회생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현재 미얀마 경제가 직면한 주요 문제 중 하나는 통화인 짯(Kyat)의 평가절하입니다. 현재 짯화의 가치는 쿠데타 전과 비교하여 반토막이 난 상태이며,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도 심각하여 2022년에 최대 16%까지 상승했습니다. 그 결과 시민들의 구매력은 크게 떨어져 기본적인 생필품조차 구매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미얀마 전체 인구의 25%가량이 식량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추산합니다. 통화 평가절하로 인해 기업 활동도 타격을 입었고, 수입품과 원자재 가격도 크게 올라 경제 전반이 위축된 상태입니다. 군부가 자행하는 학살과 인권 탄압 상황에 대한 대응으로 전면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미국을 위시한 서구 국가들이 부과한 경제 제재로 유수의 글로벌기업을 비롯한 다국적 기업 다수가 이 나라를 떠나는 등 미얀마 경제는 날로 악화하는 실정입니다. 그에 따른 고통은 고스란히 그 국민의 몫입니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소득은 급감했는데 물가는 날로 치솟고 있으니 엄청난 곤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얀마에서 일자리를 찾기 힘드니 해외로 나가 일할 길이라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개혁개방 이후 경제 성장기에도 미얀마 노동자의 근로조건은 열악했습니다. ‘저임금노동력이 풍부하다는 이점이야말로 외국계 기업이 이 나라로 진출하는 중요한 이유였으니까요. 그런 이유로 이 나라의 젊은 노동자들은 더 높은 임금을 주는 일자리를 찾아 오래전부터 해외로 나갔습니다. 한국도 그 목적지 중 하나이긴 하지만, 가장 많은 미얀마 이주노동자가 취업해 있는 나라는 바로 인접해 있는 태국입니다. 현재 태국에는 합법적인 경로를 통해 취업한 등록 노동자만도 180만 명이 넘고, 미등록 노동자까지 합하면 300만 명, 일각에선 500여만 명까지 추산하기도 합니다.

 

쿠데타로 인해 경제가 급강하하는 상황에서 이들 해외 취업 이주노동자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미얀마에서 살아가는 그 가족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모든 곤경의 주범인 군부가 이들 노동자가 피땀 흘려 번 돈을 가로채려는 기획에 나섰습니다. 해외에서 일하는 자국민 이주노동자들에게 강제로 급여의 25%를 자신들이 만든 은행 시스템을 통해 송금하라고 한 것입니다. 만약 이에 불응한다면 현재의 취업 허가가 만료된 후 3년간 해외 취업을 금지할 것이라는 협박과 함께 말이지요. 미얀마 노동자들이 공식적인 경로로 해외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미얀마 정부의 국적 확인과 고용기관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미얀마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향하는 태국의 경우 2009년 미얀마 정부와 체결한 MoU에 따라 인력 송출이 이루어집니다. 군부는 이를 악용하여 이주노동자 고용기관에 미얀마중앙은행(CBM)이 관리하는 은행에 공동계좌를 개설하고, 이를 통해 급여의 4분의 1이나 되는 돈을 송금하도록 노동자와의 계약 내용을 수정하도록 한 것입니다. 가령 미얀마 이주노동자가 월 급여로 20,000밧을 받는다면, 그 중 5,000밧을 군부 은행시스템에 송금해야 합니다. 그런데 짯화의 평가절하로 인해 군부가 임의로 정한 공식 환율은 시중 환율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기준 환율로는 1밧이 56짯밖에 되지 않지만, 시중에서는 약 100짯에 유통됩니다. 그러니 해외 노동자들로부터 송금을 받는 군부는 300,000짯만으로 5,000밧을 받게 되니 그로부터 큰 이득을 보게 됩니다. 반면 노동자들은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지요. 더구나 그 돈이 어찌 쓰일지도 뻔한 상황이니 결코 수용할 수 없는 부당한 조건입니다. 무력으로 정권을 빼앗고 그 국민을 잔혹하게 학살하는 군부가 이처럼 국가라고 나서서 그 국민이 해외에서 열악한 근로조건을 감수하며 힘겹게 번 돈까지 노골적으로 착취하려 드니 참담한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태국에서 살아가는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은 출신국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국제인권법이 보장하는 인권은 물론 태국의 노동보호법의 보호조차 받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전체 이주노동자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등록 노동자들은 물론이거니와 합법적인 경로를 통해 고용된 노동자들조차 그렇습니다. 본국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건 그로부터 달아나야 했던 사실상의 난민들도 상당수에 이릅니다. 그런데 MoU를 통해 취업한 노동자들뿐 아니라 태국 정부가 자국 경제 수요에 맞춰 간헐적으로 미등록 노동자들을 등록하는 제도로 인해 노동자 본국의 권한은 미등록 노동자들에게까지 행사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강제 송금에 관한 군부의 이번 조치는 태국 정부의 시혜성 등록 제도로부터도 숨어 다수의 노동자들이 미등록 상태로 체류하는 것을 선택하는 쪽으로 내몰 가능성이 높습니다. The Irrawaddy가 인터뷰한 한 미얀마 이주노동자의 말처럼 우리가 타국에서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거나 착취당할 때는 우리를 외면하면서 우리가 번 돈은 빼앗으려 하는국가는 국가라고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참고:

The Irrawaddy. 2023.09.12. “Cash-Starved Junta Milks Myanmar Migrant Workers With New Remittance Rule.” 

https://www.irrawaddy.com/news/burma/cash-starved-junta-milks-myanmar-migrant-workers-with-new-remittance-rule.html

 

Byrd, Miemie. 2023. “Myanmar Economy in Tailspin, 2 Years After the Military Coup.” Asia-Pacific Center for Security Studies, February 1.

https://dkiapcss.edu/myanmar-economy-in-tailspin-2-years-after-the-military-c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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