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3.12.01
수정일
2024.02.12
작성자
동남아연구소
조회수
140

2024년도 정부 예산 ‘0원’? 문 닫을 위기에 처한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지난 9,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가운데 고용노동부 소관인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이 ‘0으로 편성했다는 소식이 공개되었습니다. 지난해 소폭 증액되었던(689,500만원 718,000만원) 예산이 내년도엔 전액 삭감되었습니다. 거점센터의 경우 인건비와 운영ㆍ사업비를 전액 재정 지원을 받아왔기 때문에 예산 전액 삭감은 곧 센터를 운영할 수 없게 되었다는 뜻이나 다름없습니다.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는 1993년 도입된 산업연수생 제도가 초래한 폐단을 시정하여 새로운 외국인력 고용제도로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설립되었습니다. 20038월에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이듬해 8월부터 최초로 필리핀 노동자 92명이 입국하면서 고용허가제를 통한 외국인 노동자 도입이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20041223,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들의 한국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한 첫 번째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가 문을 열었고, 2023년 현재 전국에 9개 거점센터와 31개의 소지역센터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업장에서 겪는 임금체불 등의 노동 조건 관련 상담과 한국어 및 산업안전 교육 등이 센터를 통해 운영됩니다. 노동자들의 본국과는 낯선 문화 환경에 적응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데, 언론이나 연구를 통해 종종 접하는 열악한 근로조건을 고려하면 관련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민간단체를 통해 위탁 운영되는 외국인지원센터의 역할은 대단히 큽니다. 그런데 내년도 예산 전액 삭감으로 이 센터들이 모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소식이 발표된 지 2주쯤 지나 우리나라에 비전문취업(E-9) 노동자들을 파견하는 16개 송출국 중 8개 국가의 주한 대사관에서 이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서한을 보냈다는 사실이 뒤늦게 한겨레 신문의 기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우리나라에 고용허가제를 통해 비전문취업(E-9) 자격 노동자를 보내는 송출국은 16개국, 2021년 도입 인원 순으로 캄보디아, 네팔,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미얀마, 필리핀,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방글라데시, 몽골, 파키스탄, 동티모르, 중국, 키르기스스탄, 라오스입니다. 이 가운데 우리 정부에 직접 공문을 보내는 데까지 동의한 8개 국가의 주한 대사관이 서한을 보냈다고 합니다한겨레에서 1129일 취재한 바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에서는 이들 대사관에서 보낸 서한의 내용이 우려 표명이라기보다는 설명을 듣고 싶다는 내용이었다고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서한을 보낸 대사관 중 한 곳의 관계자는 우려를 밝힌 것이 맞다, 이에 앞서 16개국 송출국 대사관의 노무관이 모여 외국인지원센터 예산 삭감안에 대해 함께 논의한 결과 문제가 있다고 결론을 내린 끝에 취한 행동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가 사라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우려와 함께 명확하게 반대의견을 제시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한국 정부의 정책과 관련하여 재외공관이 문서를 보내 의견을 피력하는 일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하니, 우리나라에 노동자들을 보내는 이들 국가의 염려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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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래프로 볼 수 있듯이 코로나19 시기 주요 송출국의 출입국 제한 조치에 따라 급감했던 외국인 노동자 도입 인원은 이후 급속도로 예년 수준을 회복하여 증가하는 추세를 보입니다. 2024년도에는 신규 도입 인원을 올해보다 45,000명 더 많은 165,000명으로 확정했다고 합니다. 우리 산업현장의 수요에 응하여 외국인 노동자 도입 인원은 해마다 늘려가는 상황인데 이들 노동자의 안전과 한국살이 적응에 도움을 줄 지원센터는 문을 닫을 위기라니, 고용허가제 시행과 함께 센터를 설립한 취지 자체를 망각한 근시안적 조치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간 센터 운영이 미흡했기 때문이라면 더 나은 대안이 속히 제시되어야 할 것입니다.

 

참고:

이준희. “아시아 8개국, 윤석열 정부에 우려공식 서신 보냈다.” 한겨레2023/11/30.

https://m.hani.co.kr/arti/area/area_general/1118461.html#ace04ou

김해정.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 ‘0’...거점센터 사실상 폐지 수순.” 한겨레2023/09/14.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08536.html

국가통계포털(KOSIS) 고용허가제고용동향, 체류외국인통계

https://kosis.kr/statisticsList/statisticsListIndex.do?vwcd=MT_ZTITLE&menuId=M_01_01#content-gr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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