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일
- 2025.08.13
- 수정일
- 2025.08.16
- 작성자
- 동남아연구소
- 조회수
- 465
[41] 대 싱가포르 공공외교 사용법 2.0: 한국-싱가포르 수교 50주년을 맞이하여 | 홍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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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이 글은 2025년 대한민국과 싱가포르 수교 50주년을 계기로, 양국 관계의 발전 경로와 향후 협력의 전략적 방향을 고찰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양국은 정치ㆍ안보, 경제, 문화, 교육 등 다층적 영역에서 협력을 심화해왔고, 다자주의, 규범 기반 국제질서, 개방적 무역체제를 지향하면서, 첨단기술, 공급망 회복력, 디지털 전환, 지속가능발전 등 신흥 의제에서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양국 간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지속가능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 간 협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한 양국 국민들의 확고한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긴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일관되고 체계적인 공공외교의 꾸준한 시행이 필수적이다. 2024년 주싱가포르 한국대사관이 싱가포르 언론과 공동으로 시행한 인식조사와 ISEAS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싱가포르와 동남아에서 문화적으로 높은 호감도를 얻고 있으나, 신뢰할 만한 전략적 협력 파트너로서의 인식은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단순한 문화상품의 소비 수준을 넘어서는 공공외교의 외연 확장과 함께 정부ㆍ진출기업ㆍ재외동포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Team Korea’ 공공외교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현지의 주류 언론과 인플루언서들을 정책고객이자 협업 파트너로 활용하는 포괄적 공공외교를 꾸준히 시행해 나갈 경우 머지않아 한국은 싱가포르 국민들에게 가장 신뢰받는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수교 50주년을 맞이한 한국-싱가포르
올해는 대한민국과 싱가포르가 수교한 지 5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1975년 외교관계 수립 이후 양국은 정치ㆍ안보, 경제, 문화,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확대해 왔으며, 양국 간 협력 관계는 이제 일상적인 우호 관계를 넘어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한류의 확산, 경제협력의 다변화,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파트너십 강화 등은 양국 간 인적ㆍ물적ㆍ정서적 연결을 더욱 공고히 하는 토대가 되고 있다.
동남아 내 싱가포르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잘 알 것이다. 싱가포르는 지정학적ㆍ지경학적으로 동남아시아의 핵심 거점에 자리하고 있으며, 세계 2위 규모의 컨테이너 항만과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서 국제 교역과 투자, 물류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과 정부는 싱가포르를 통해 아세안 10개국 전체를 조망하고, 동남아 시장 진출 및 협력의 관문으로 삼아왔다. 또한 싱가포르는 아세안 내에서도 기술혁신과 경제 선진화 측면에서 가장 앞선 국가로 평가받으며, 디지털 전환, 스마트시티, 지속가능성 등 한국의 전략적 관심사와도 높은 접점을 지닌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전략적으로 중요한 싱가포르와의 양국관계를 보다 지속가능하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국관계 발전에 대한 양국 국민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출발하여 주싱가포르 대한민국 대사관은 다양한 공공외교 활동을 수행해 왔으며, 2024년에는 싱가포르 국민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인식조사를 통해 향후 대(對) 싱가포르 외교정책 및 싱가포르 국민들과의 소통 강화 방안 마련을 위한 실증적 기초자료를 확보하기도 하였다.
이 글에서는 한국-싱가포르 수교 50주년을 맞아 양국 간 협력의 주요 성과를 정리해 보고, 향후 지속가능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토대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주싱가포르 대사관의 공공외교 활동을 평가하고자 한다. 아울러, 인식조사 결과를 토대로 향후 대 싱가포르 공공외교의 전략적 방향을 어떻게 추진해 나가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자 한다.
한국-싱가포르 양국관계 개요
(1) 전반적 양국관계: 전략적 동반자관계로의 진화
한국과 싱가포르는 국제무대에서 유사한 외교적 지향성을 공유하고 있다. 양국 모두 다자주의,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 개방적 무역체제를 지지하며, 이를 토대로 ASEAN, EAS, APEC, RCEP 등 다양한 지역ㆍ국제협력체에서 활발히 협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정상회담을 통해 첨단기술 협력, 공급망 파트너십, 스타트업 협력 등 새로운 협력의 지평을 열었다. 이는 양국이 전통적인 외교 영역을 넘어 신분야 글로벌 아젠다에 대한 공동 대응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협력의 폭과 깊이를 반영하듯 양국은 2025년 중 한국-싱가포르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Strategic Partnership)로 격상할 예정이다. 이는 양국 관계가 기존의 정치ㆍ경제ㆍ문화 협력을 토대로 사이버안보, 신기술, 지속가능발전 등을 포함하는 보다 포괄적이고 심화된 협력의 단계로 도약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2) 경제협력: 디지털ㆍ에너지 전환 협력의 중심축
싱가포르는 2024년 기준 한국의 10위 교역 대상국이자, 한국 기업의 동남아 진출을 위한 주요 거점 국가이다. 2024년 기준 양국 간 교역규모는 약 288억 USD에 달하며, 반도체, 석유 화학, 조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역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2023년 발효된 디지털무역협정(DPA, Digital Partnership Agreement)은 데이터 이동, 전자상거래, 핀테크 등 디지털 분야 협력을 제도화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양국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글로벌 아젠다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수소 에너지, 스마트시티 네트워크 구축 등의 분야에서 협업이 본격화되면서 향후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경제협력의 모델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3) 문화ㆍ교육ㆍ인적교류: K-컬처를 넘어 정서적 유대로
한국 문화에 대한 싱가포르 국민의 관심은 지난 10여 년 사이 눈에 띄게 증가하였다. K-POP, K-드라마, K-movie, K-food 등이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으며, 한국어 교육에 대한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 난양공대 등 주요 대학에서도 한국학 강의와 교류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한국인이 연간 약 60만 명, 한국을 찾는 싱가포르인은 약 40만 명에 달하는 등 인적교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청년층의 교류 확대는 장기적인 양 국민간 상호이해의 토대를 마련하는 중요한 축이 되고 있다.
싱가포르 국민 대상 최초의 한국 인식조사
이처럼 싱가포르 내에서 한국, 한국어 그리고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면서, 싱가포르 국민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정량적으로 분석해 보고자 주싱가포르 대한민국대사관은 2024년 7월에 최초로 인식조사를 실시하였다.
본 조사는 싱가포르 국영방송사 Media Corp 산하의 전문 여론조사 기관인 Media Research Consultants가 수행하였으며, 총 1,000명의 싱가포르 국민을 대상으로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응답자는 성별, 연령대, 민족 구성을 고려한 대표 표본으로 구성되었고, 조사 항목은 한국의 이미지, 문화ㆍ관광 관심도, 국제협력 인식, 개인적 교류 경험 등 총 7개 영역이었다.
인식조사의 주요 결과를 살펴보면, 전체 응답자의 66%가 한국에 대해 ‘긍정적’ 또는 ‘매우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63%가 한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로 ‘한류(K-Wave)’를 꼽았다. 특히 15∼29세 청년층에서는 긍정 인식 비율이 70%를 상회하는 등 상대적으로 높은 호감도를 보였다. 또한, 응답자의 약 60%가 한국어 학습이나 한국 문화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어 한류를 중심으로 한 문화적 친밀감이 싱가포르 내에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한국 문화 콘텐츠 소비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였는데, 최근 1개월간 한국 관련 콘텐츠를 소비한 비율은 TV/영상(54%), 음악(49%), 라이프스타일(40%) 순이었으며, 특히 청년층에서 K-POP과 K-뷰티 콘텐츠 소비가 두드러졌다. 이는 공공외교 콘텐츠 기획에 있어 연령별 콘텐츠 선호도 차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해 주었다.
조사에는 싱가포르 국민의 한국 방문 경험에 관한 질문도 포함되었다. 응답자의 52%가 한국 방문 경험이 있으며, 이 중 23%는 최근 2년 이내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호 방문 계절은 가을(51%), 봄(41%) 순이었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는 음식(56%), 문화유산 방문(50%), 테마파크(34%)가 꼽혔다. 향후 방문 의향은 93%로 매우 높았으며, 한국 음식(63%), 길거리 음식 (58%), 쇼핑(49%) 등이 주요 방문 동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 양국 협력이 활발한 분야로는 기후변화(49%), 글로벌보건(48%), 경제불안정(44%), 기술변화(42%) 등이 지목되었으며, 다양한 연령대에서 예술ㆍ문화 교류 프로그램과 기술 분야가 향후 협력해야 할 영역으로 제시되었다. 이는 공공외교가 단순한 문화의 소개나 제품의 소비 단계를 넘어 양 국민의 실질적 교류 증진을 통해 서로를 실제적인 협력 파트너로서 신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략으로 진화해야 함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또한, 싱가포르 외에 거주하거나 일하고 싶은 국가로 가장 많이 꼽은 나라는 호주(15%)였으며, 이어 뉴질랜드(12%), 일본(12%) 그리고 한국(8%)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이 안정적이고 매력적인 생활 환경과 경력 개발 기회를 제공하는 국가로 평가받기 시작하고 있음을 시사하나, 한류의 열풍에도 불구하고 호주와 일본 등의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음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결과이다.
개인 커리어 측면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7%가 한국에 소재한 기업 또는 제3국 소재 한국 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러한 경험이 없는 93% 중 절반에 가까운 49%가 기회가 있다면 한국 기업에서 근무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이는 한국 기업과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확산하고 있으며,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국과의 실질적인 네트워킹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식조사가 보여준 긍정적인 결과는 한국 대중문화가 싱가포르 사회 전반,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번 조사는 몇 가지 한계점도 함께 드러냈다. 한류를 중심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반면, 한국의 정치, 사회, 경제, 기술 등의 분야에 대한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한국에 대한 관심이 단순한 한국 문화와 제품의 소비 행태에 국한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즉, 싱가포르 국민에게 한국이 ‘문화 콘텐츠 수출국’으로는 인지되지만, ‘정책과 사회에 대한 이해 및 협력의 대상국’으로까지 인식되지는 않고 있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
싱가포르 소재 동남아 싱크탱크 ISEAS-Yusof Ishak Institute의 ‘The State of Southeast Asia’ 설문조사5) 결과에서는 놀랍게도 일본이 가장 신뢰받는 협력 파트너로 선정되었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에서 잔혹한 식민 통치를 시행했던 일본이 역설적으로 가장 신뢰받고 있는 이유로서, 1977년 ‘후쿠다 독트린’을 천명한 이래 상호 신뢰와 평등에 기초하여 진정성 있게 다져온 일본의 일관성 있는 동남아 정책을 꼽는다. 단기간의 구호나 캠페인이 아닌, 수십 년에 걸쳐 내각 교체에 상관없이 정부와 국민이 함께 노력해 온 일종의 공공외교 성과물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은 동남아 각국과 활발한 경제협력 및 인적ㆍ문화적 교류를 이어오고 있고, 한류 열풍이 이 지역을 휩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남아인들에게 전략적 협력을 기대하는 주요 파트너로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는 한국이 아세안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더욱 더 지속적이고 일관된 공공외교 전략과 고위급 교류 확대, 지역 맞춤형 협력 프레임워크 수립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타국을 침략한 적이 없고 K-컬처라는 독보적 소프트파워를 보유한 한국이 앞으로도 상호 존중과 신뢰에 기초하여 일관된 동남아 정책하에 공공외교를 강화해 나간다면 이 지역에 있어 우리 외교의 장래는 분명 더욱 밝아지리라 전망한다.
주싱가포르대사관의 공공외교 활동
이러한 인식하에, 주싱가포르 대사관은 양국 국민 간 상호이해와 우호 증진을 위해 다양한 공공외교 활동을 추진해 왔다. 특히 대사관은 문화, 교육, 디지털, 정책공공외교 분야를 아우르는 다각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싱가포르 국민에게 한국을 더욱 친숙하게 알리는 노력을 지속해 왔다.
또한 주싱가포르 대사관은 대사관저를 수시로 개방하여 한-싱 청년간 스타트업 협업 지원 프로그램 등 양 국민 간 상호 소통의 장을 마련해 오고 있다. 아울러 GKS(Global Korea Scholarship) 장학생으로서 한국을 다녀온 싱가포르 청년들을 GKS 동창회로 영입하여 대사관저 등에서의 특별행사를 통해 싱가포르 공공외교의 든든한 우군으로 삼는 작업도 진행한 바 있다.
이 외에도 K-서포터즈 프로그램, Korea Weeks 개최, 퀴즈 온 코리아 싱가포르 예선 대회 개최, 디지털 공공외교 및 SNS 채널 운영 등 공공외교 활동들을 해오고 있다.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이 적지 않긴 하지만, 앞서 언급한 인식조사 결과를 반영하여 다층적ㆍ복합적ㆍ실질적 관계 구축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 대사관은 인식조사 결과에서도 제시되었던 것처럼 보다 유기적인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정책고객 메일링 리스트’를 구축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데, 이 리스트에는 공관장 및 공관원들이 면담하거나 공식 오찬 또는 만찬 등의 자리를 통해 교류한 인사들의 소속, 직책, 연락처 등 구체적인 정보를 기록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 관계자, 기업인, 학계, 언론계, 문화예술계 인사 등 다양한 분야의 주요 인물이 분야별, 직급별, 중요도 등으로 분류되어 망라되어 있는 것이다. 이 메일링 리스트는 단순한 연락처 관리 차원을 넘어, 대사관이 국경일 리셉션 등 주요 외교 행사의 초청 대상자를 선정하거나 대사관이 추진하는 정책홍보, 문화행사, 경제협력 관련 주요 행사를 특정 계층에게 홍보하는 등 맞춤형 외교 활동을 전개하는 데에도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 대사관은 다양한 공공외교 활동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느꼈던 몇 가지 한계와 애로사항을 공유하고자 한다.
첫째, 인식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 바와 같이 대다수 활동이 한국 문화 소비에 편중되어 있어, 한류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높았으나, 한국의 사회ㆍ정책ㆍ과학기술 등 보다 깊이 있는 분야에 대한 이해 확산에는 한계가 있었다.
둘째, GKS 동문회 및 K-서포터즈 등 현지 인적 네트워크 활동이 참여 인원의 한계 및 일회성 행사에 그쳐 참여 인원들의 지속적인 관여가 이루어지지 않음에 따라 자발적이고도 지속가능한 교류로 발전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었다.
셋째, 디지털 공공외교 역시 소수의 특정 플랫폼과 한정된 팔로워층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고, 신문ㆍ방송 등 주류 언론과의 괴리로 인해 보다 넓은 대중과의 유기적 소통으로 확장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넷째, 우리 민간기업, 정부 기관, 동포 사회 등이 공공외교 주체로서 함께 참여하는 소위 ‘Team Korea’ 공공외교도 아직까지 많이 부족한 부분인데, Team Korea 공공외교는 한국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알리고 경제ㆍ문화ㆍ정책 외교를 함께 강화할 수 있는 유기적 전략이므로, 각 주체의 강점을 모아 협력한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속적인 우호관 계 형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한계들은 향후 주싱가포르 대사관이 보다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공공외교 추진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다시 말해 양국 국민 간 교류가 일방적 소비에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상호 협력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하는 공공외교 전략의 필요성을 확인해 주었다.
예를 들어, K-POP 팬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한국 사회 토크 콘서트나 한국의 과학기술이나 정책을 소개하고 함께 토론하는 전시 및 강연회를 개최하여 한국에 관한 관심이 한국 또는 한국인과의 협력 네트워킹 추구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교류형ㆍ참여형 프로그램을 확대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자 한다.
아울러 이러한 공공외교 활동 외에도, 한국 정부 대표단이 싱가포르를 방문할 때의 홍보 전략 역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여겨진다. 그동안 한국 정부 대표단은 싱가포르 주요 인사들과의 면담이나 협의를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해 왔으나, 이러한 성과는 대개 전혀 홍보되지 않거나, 홍보가 되더라도 싱가포르 국민이나 정부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주로 한국 국내 언론을 대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여 한국 내 보도만을 유도하는 방식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었다.
싱가포르 현지에서의 한국 위상과 영향력 제고, 그리고 싱가포르 국민 대상 공공외교 관점에서 현지 언론을 통한 노출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한국 정부 또는 학계, 기업들의 싱가포르 방문 계기에 The Straits Times, 『聯合早報』7) 및 CNA(Channel News Asia) 등 싱가포르 주요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하거나, 그들과의 공개적인 인터뷰 및 언론 브리핑 등을 통해 한국의 외교적 입장과 정책 방향, 협력 성과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한국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싱가포르 내 정책 결정자 및 여론 주도층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싱가포르 인구 구성에서 전체의 약 75%가 중국계인 만큼, 중국어 언론을 통한 홍보는 대중 접근성과 효과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聯合早報』와 같은 대표적인 중국어 일간지는 광범위한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어 정부 정책, 문화행사, 공공외교 활동 등을 효율적으로 알릴 수 있는 핵심 채널로 기능하고 있다. 현지 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메시지의 파급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처럼 현지 언어별ㆍ문화권별 언론매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주싱가포르 대사관은 각종 주요 행사나 기념일, 문화행사, 경제ㆍ산업 협력 행사 등 계기에 The Straits Times, 『聯合早報』 등 싱가포르 내 대표적인 유력 언론에 영문 및 중문 보도자료를 배포하여 실제 기사화된 다수의 성공 사례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보도는 다시 대사관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재확산됨으로써 다양한 공공외교 활동과 성과가 연속적으로 소개되고, 싱가포르 국민과 댓글을 주고받으며 이른바 ‘댓글 외교’를 통한 상호 소통에도 기여하고 있다.
2025년 한-싱 수교 50주년 계기 공공외교 프로젝트
올해 한-싱 수교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우리 대사관은 양국의 긴밀한 우호관계를 되새기고 미래 협력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다양한 문화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싱가포르에는 탄종파가(Tanjong Pagar)라는 지역이 있는데, 이곳은 수많은 한식당이 밀집해 있어 자연스럽게 한-싱 문화교류의 거점이자 상징적인 무대로 자리 잡았다. 주싱가포르 대사관에서는 바로 이 거리에 양국 간의 우호를 형상화할 수 있는 대형 벽화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거리의 시각적 매력을 높이는 동시에, 이를 하나의 포토존이자 랜드마크로 조성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더불어 이와 연계한 한식거리축제(K-Food Street Festival)도 함께 개최하여, 탄종파가 일대에 자리한 주요 한식당들과 협업함으로써 다채로운 콘텐츠를 통해 싱가포르 국민에게 한식의 매력을 보다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 모든 활동은 다큐멘터리 및 쇼츠 등의 디지털 영상으로도 제작되어 양국의 수교 역사, 문화 교류, 경제협력 사례 그리고 이번 축제의 현장 분위기까지 담아내어 싱가포르 언론매체 및 SNS 인플루언서, 대사관 SNS 계정 등을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홍보 콘텐츠로 활용될 예정이다.
대 싱가포르 공공외교 사용법 2.0
싱가포르는 지정학적 요충지이자 글로벌 허브로서, 한국에 경제적ㆍ외교적으로 전략적 가치를 지닌 매우 중요한 국가이다. 그렇기에 한국은 싱가포르와의 관계를 단기적 성과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속가능하고 미래지향적인 협력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은 물론 싱가포르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편적인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체계적이고 정교한 공공외교 전략을 통해 싱가포르 사회 전반에 한국의 진정성과 매력을 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지난해 대사관이 실시한 인식조사 결과는 싱가포르 국민들의 기대와 인식을 면밀히 분석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다. 이를 토대로 정부, 기업, 문화계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Team Korea’ 방식의 입체적이고 지속적인 공공외교를 전개해 나가야 한다.
일본이 싱가포르 사회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와 선호도를 단순히 경쟁 구도에서만 바라볼 일이 아니다. 한국만의 독창적 강점과 K-컬처를 통한 문화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와 매력을 제시한다면, 한국은 싱가포르 국민들에게 가장 신뢰받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확신한다.
* 각주
1) 로고는 한국예술종합대학과 싱가포르 Nanyang Academy of Fine Arts 학생들이 참여한 디자인 공모를 통해 제작함.
2) 2024년 국경일 리셉션에서 홍진욱 대사의 색소폰 연주에 맞추어 참석자들이 싱가포르 국가를 제창함.
3) 2023.11.21. 싱가포르 서부의 선진 제조업 산업단지 ‘주룽 혁신지구’에서 준공식 개최(Lawrence Wong 당시 부총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최훈 당시 주싱가포르대사, Eric Teo 당시 주한싱가포르대사 등 참석)
4) 2025년 4월 4일부터 5일까지 양일간 개최되었으며, 용호성 문체부 1차관과 Alvin Tan 문화청소년부 국무장 관이 참석하여 축사함.
5) ISEAS-Yusof Ishak Institute는 2019년부터 아세안 각국의 여론 주도층을 대상으로 매년 설문조사를 시행하 고 있으며, ‘The State of Southeast Asia’ 설문조사 결과는 동남아 지역의 전략 환경과 주요 협력 대상국에 대한 신뢰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평가받고 있음.
6) GKS를 통해 한국에서 유학한 경험자들의 모임으로, 올해 개최된 동문회에서는 하반기부터 한국 유학 예정인 학생들도 함께 참여하여 한국 생활 경험담 등을 공유함(좌측 상단 사진 촬영 장소는 대사관저).
7) 『聯合早報』(연합조보, Lianhe Zaobao)는 Singapore Press Holdings에서 발행하는 싱가포르 최대의 중국어 일간지로, 1995년에 첫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싱가포르 내 구독자 약 40만 명, 전 세계 화인(華人) 구독 자 420만 명, 1일 평균 조회수 800~1,000만회에 이를 정도로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음(AC닐슨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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