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일
- 2025.08.11
- 수정일
- 2025.08.26
- 작성자
- 동남아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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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부경대 국제지역학부의 동남아학 교육 성과와 과제 | 정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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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부경대 국제지역학부는 정부의 대학특성화(CK)사업이나 대학인문역량강화(CORE) 사업의 일환으로 교과과정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2015년 국제개발협력분야와 동남아 및 중남미 지역학 과목을 신설하였다. 주제에 대한 전문성뿐 아니라 지역학이나 현지어를 강조하는 교육전략에도 보조를 맞춘 것이다. 이를 위해 국제지역학부는 다수의 동남아 전공자를 전임교원으로 채용하고, 베트남어 과목을 전공필수 외국어 강의 중 하나로 정하는 등 동남아학 교육의 기반을 구축하였다. 그 결과 동남아 지역에 대한 학부생의 관심이 증가하고, 신설된 글로벌지역학과 대학원에서 동남아 지역 관련 논문을 작성하는 대학원생도 늘었다. 이와 함께 국제지역학부는 동남아 지역 대학과의 학생 교류를 목적으로 한 AIMS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및 태국의 대학에 학생을 파견하거나 초청해 왔다. 이러한 인적 교류는 동남아 현지에서 개발협력 관련 인턴십이나 취ㆍ창업 기회를 찾는 수요를 증대시키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동남아 관련 연구를 하거나 동남아 관련 국책 사업에 실무자로 참여하는 학생을 배출하는 등의 성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학부나 대학원에 동남아 관련 전공이 별도로 없으며, 동남아 지역과 연관된 진로가 불확실하다는 점은 대학의 동남아학 교육이 앞으로도 헤쳐가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국제지역학부의 창설 및 발전
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부는 “세계화/국제화의 세계적 추세에 부응하여 세계 주요 지역에 대한 체계적 지식과 실무능력을 갖춘 지역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된 학과이다. 1995년 유럽학과로 출발하여 1997년에 국제지역학부라는 이름으로 변경되었다. 부산수산대학교와 부산공업대학교가 부경대학교로 통합된 것이 1996년이니, 통합 시점을 전후하여 대학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에 발맞추어 학과를 조직하고 재편한 것으로 보인다.
설립 당시에는 국제지역학부 아래 세부 전공으로 유럽학 전공, 북미학 전공, 동북아 전공이 있었다. 동북아 전공이 있던 시기에는 중국이나 일본 등 동북아 국가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었을 뿐, 동남아 과목은 학과뿐만 아니라 학교 전체에서도 거의 개설되지 않았다. 2010년에는 동북아 전공이 폐지되고 중국학 전공이 신설되었는데, 2017년에 중국학과가 신설되면서 중국학 전공이 분리되어 나갔다. 이후 학부 내의 일본학 전공 교수도 일문학과로 자리를 옮기는 등의 재편으로 동북아 관련 색채는 더욱 옅어졌다. 대신 국제지역학부는 유럽이나 동북아 같은 지역 이름이 아니라 국제학 전공과 국제개발협력학 전공으로 전공명을 개편하고, 입학 후 1년 뒤에 양 전공 중에 하나를 택하도록 하였다. 학부는 ‘국제학’과 ‘국제개발협력학’으로 명명되었지만 전임 교수의 전공에 따라 국제학 전공에는 경제학이나 정치학, 지역으로는 북미나 유럽 관련 과목을 주로 개설하였고, 국제개발협력학 전공에는 인류학, 개발협력학 기반의 남미나 동남아 관련 과목이 주를 이루고 있다. 2023년말 기준으로 국제개발협력학 전공에는 중남미 전공자 3명과 동남아 전공자 3명이 소속되어 있으며, 동남아 전공 교수 중 한 명은 태국인이다. 국내 대부분의 국제학이나 국제개발협력학 전공이 경제/통상이나 국제관계 위주로 설계되어 있는 반면, 부경대 국제지역학부는 주제 전문성의 제고와 더불어 “지역전문성 배양”이나 “언어 전문성 향상”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점이 있다. 특히 스페인어나 베트남어 수강이 졸업 필수 항목 중 하나가 된 것은 타 대학의 유사 전공과 구별되는 지점이다.
이러한 일련의 교과 개편은 2014년의 지방대학특성화사업(CK, University for Creative Korea)과 2016년의 인문역량강화사업(CORE, Initiative for COllege of humanities’ Research and Education)에 선정되면서 추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20살의 어엿한 성인인 국제지역학부는, 나날이 성장하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역할에 발맞추어 2016학년도부터는 기존의 지역연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 세계 모든 나라와 더불어 세계의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자 국제개발협력 전공을 신설하고, 기존의 지역연구는 유럽·북미학 전공으로 개편하여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인류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분과학문 영역을 지역연구와 결합시켜 오신 학부 교수님들과 함께, 한편으로는 세계 각 지역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의 변화를 더불어 모색하고 실천할 수 있는 글로벌 시대의 국제지 역 전문가를 양성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2015년 부경대 국제지역학부 소개 브로셔 중>
국제지역학부가 참여하는 지방대학특성화사업에서는 ‘해양수산국제개발협력전문인력양성’을 목표로 2014년부터 개발협력학 관련 교과목의 개발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국제개발협력역량 강화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특히 국제개발협력과 관련하여 동남아시아 지역과 중남미 지역 이 중점 협력국으로 부상함에 따라 2015년과 2016년, 동남아시아 지역과 라틴아메리카 지역 전공자가 신임 교수로 채용되었다. 2015년 2학기에 새로 개설된 <국제개발협력과 동남아시아> 과목은 이러한 교과과정 재편의 서막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016년부터 시작된 부경대의 CORE 사업은 크게 글로벌지역학 모델, 인문기반융합전공 모델, 기초학문심화 모델의 세 분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특히 글로벌지역학 모델 사업 추진을 계기로 국제지역학부 내의 유럽학, 북미학 전공을 국제학 전공으로 개편하고 국제개발협력학 전공을 신설하였다. 국제개발협력학 전공이 신설되면서 동남아시아 지역과 중남미 지역의 사회문화 관련 수업과 함께 스페인어와 베트남어 수업이 추가되었다. CK와 CORE 사업을 통한 교과 개편 과정에서 지역학과 현지어 교육이 강조면서 2016년부터 기존의 유럽학이나 북미학뿐만 아니라, 세부 전공에 따라 동남아나 중남미 지역 수업을 수강할 수 있게 되었으며 기존의 정치, 경제 과목 중심 수업 외에 사회문화 수업이나 더욱 다양한 언어 과목을 수강할 수 있게 되었다.
국제지역학부의 동남아학 운영
국제지역학부에서 동남아시아 관련 강의는 2015년도 2학기에 부임한 베트남 전공자 최호림 교수가 <국제개발협력과 동남아시아> 과목을 개설하면서 시작되었다. CK 사업의 일환으로 해양수산국제개발협력 전공을 2014년에 신설하였고, 개발협력학, 동남아지역 및 중남미 전공과목도 개설하여 관련 전공자를 전임 교수로 채용하였다. 개발협력학 과목이 개설되면서 <국제개발협력과 동남아시아> 과목은 더 이상 개설되지 않았고, 대신 2016년도 2학기부터 <동남아시아 사회와 문화>가 전공선택과목으로 개설되었다. 2017년 2학기에는 <동남아시아의 이해> 과목이 ‘세계화 역량’ 과목으로 분류되어 부경대에 재학 중인 모든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교양과목으로 개설되었다. 2016년까지는 교양교육과정을 공통교양, 선택교양, 기초교양 등으로 구분했지만, 2017년도부터는 인문 역량, 인성 역량, 세계화 역량으로 구분하였고, 각각 8학점, 2학점, 2학점 이상을 필수적으로 이수하게끔 하고 있다.
2017년 2학기부터는 아세안 관련 과목도 국제지역학부에 개설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2010년에 부임하여 국제교류부 소속으로 있던 태국인 우타이 우프라센(Utai Uprasen) 교수가 국제지역학부에 유럽학 전공으로 부임하였다. 경제학 전공인 우타이 교수는 부임 이후 유럽과 아시아의 경제 및 통상 관련 수업을 주로 개설하였으나, 2017년 2학기부터는 아세안 관련 경제 및 통상 수업을 개설하고 있다. 2018년에는 필리핀 전공자인 인류학자 정법모 교수가, 2023년 에는 미얀마 전공자인 정치학자 문기홍 교수가 전임으로 채용되어 동남아 사회문화, 정치 등의 수업을 개설하였다. 최호림 교수가 퇴직한 뒤 우타이 교수가 국제학 전공에서 국제개발협력학 전공으로 보직을 변경하면서, 2023년말 기준으로 동남아 관련 전공은 정법모, 우타이, 문기홍 교수가 담당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사회와문화>와 <동남아시아종족과종교>는 정법모 교수가, < 동남아시아기업과시장>, <아세안과 국제관계>, <아세안의정치와경제> 등은 우타이 교수가, 그리고 <동남아시아지역특강>, <동남아시아의이해> 등은 문기홍 교수가 주로 담당하고 있다. 이외 에 베트남어 언어 과목은 베트남인 강사(찐티한이, 루우티로안, 보람수언, 푸옹 등)가 담당해왔다.
국제지역학부에서 동남아 관련 언어 수업은 2016년 1학기부터 시작되었다. <초급 베트남어>로 시작한 베트남어 수업은, 2017년도 1학기에 <중급 베트남어>, 2017년도 2학기에는 <베트남어 회화>라는 이름으로 개설되었다. 초기에는 최호림 교수가 직접 베트남어 수업을 담당하면 서 베트남을 소개하거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독려하는 역할을 맡았다. 언어 수업은 학부 내에 서 2018년부터 <국제지역언어>라는 과목으로 재편되었고, 베트남어와 스페인어 수업이 <국제 지역언어 Ⅰ>, <국제지역언어 Ⅱ>, <국제지역언어 Ⅲ>, <국제지역언어 특강>이라는 이름으로 매 학기 개설되어 학생들로 하여금 단계별로 이 과목들을 수강하게끔 하고 있다. 국제지역학부 학생은 국제학 전공과 국제개발협력학 전공에 상관없이 베트남어와 스페인어 중 하나를 선택하여 단계별로 <국제지역언어> 수업 네 과목을 이수할 수 있다. 두 개의 언어 수업은 별도로 분리하여 진행하지 않고 1학기에는 <국제지역언어 Ⅰ>과 <국제지역언어 Ⅲ>이라는 이름으로 베트남어 수업이 개설되고, 2학기에는 <국제지역언어 Ⅱ>와 <국제지역언어특강>으로 베트남어가 개설된다. 스페인어는 베트남어와 교차하여 <국제지역언어 Ⅰ>과 <국제지역언어 Ⅲ>이 2학기에 개설되고, <국제지역언어Ⅱ>와 <국제지역언어특강>이 1학기에 개설된다. 다른 과목은 모두 전공선택과목 이지만, <국제지역언어특강>은 필수과목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학과에서는 이 과목을 듣기 전에 <국제지역언어 Ⅰ,Ⅱ, Ⅲ> 과목을 순차적으로 수강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다소 복잡할 수 있는 이 편재는 한정된 수강인원을 효과적으로 배치하기 위한 목적과 더불어 강의를 진행할 외국어 강사 채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채택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베트남어를 수강하는 학생이 스페인 어에 비해 적어서 경우에 따라선 베트남어가 개설되지 못하거나 폐강되는 일도 발생하지만, 비 언어전공학과에서 베트남어를 졸업 필수 요건 중 하나로 채택한 것은 흔치 않은 시도였다고 평 가할 수 있다.
국제지역학부의 동남아학 성과(2015-2023년)
(1) 동남아 관련 수업 과목의 증가와 수강생 증가
2015년부터 부경대 국제지역학부에 한 번이라도 개설된 동남아 관련 수업은 다음과 같다. 교양 수업으로는 <동남아시아의이해>(균형교양)와 <초급베트남어>가, 전공선택과목으로는 <동남 아시아사회와문화>, <아세안정치와 경제>, <동남아시아종족과종교>, <아세안과 국제관계>, <동 남아시아지역연구특강>, <동남아시아기업과시장>, <동남아시아의민주주의와사회운동> 등이 개설되었다. 학과의 재편성을 상징했던 <국제개발협력과동남아시아> 수업은 2015년에 한 번 개설된 이후로는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그렇기는하나 이러한 변화는 국제개발협력이나 동남아시아와 관련하여 훨씬 세분화된 교과목이 개설되는 출발점이기도 했다. 동남아 관련 언어 수업은 교양과목에 <초급베트남어>가 개설된 이후, 전공과목으로 <중급베트남어>, <베트남어회화> 수업이 열렸다. 선택교양으로 분류된 <초급베트남어>는 교양과목으로 개설되어 2019년부터는 매 학기 운영되었으며, 2020년 1학기에는 분반까지 나뉘어 총 61명이 수강하였다. 2022년에는 교양교육원 차원에서 <글로벌외국어-대학베트남어>라는 이름으로 개설하여 필수교양으로 운영하면서 운영주체가 학과에서 대학으로 이동하였다. 국제지역학부 내에서는 2018년 이후로 <국제 지역언어>라는 이름으로 재편되면서 ‘베트남어’라는 수업명은 사라졌지만, 실제로는 매학기 단계별 베트남어 수업이 개설되고 있다.
부경대 국제지역학부의 동남아 관련 전임교원은 문화인류학, 정치학, 경제학 등으로 다양하여 동남아시아 경제, 사회, 문화, 역사, 정치 등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과목을 2015년부터 개설하고 있다. 또한 베트남어도 교양과목의 베트남어뿐만 아니라, <국제지역언어 Ⅰ, Ⅱ, Ⅲ>과 <국제지 역언어특강> 등을 단계별로 수강하여 언어전공이 아니더라도 언어 관련 수준을 높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관련 전공과목 수강인원은 남미와 동남아에 대한 관심 차이가 반영된 것이었다기보다는 국제학 전공과 국제개발협력학 전공을 선택하는 비중에 따라 달라지는 경향 을 보였다. 국제개발협력학 전공이 신설된 초기에는 국제지역학부 내에서 국제학 전공 선택자가 다수를 이루었으나, 이후 동남아나 남미 지역학 수업에 대한 관심, 그리고 개발협력학 분야에 대 한 기대가 늘면서 국제개발협력학 전공이 다수를 넘게 되었다. 또한 국제학 전공에 비해서 국제 개발협력학 전공의 남미 및 동남아 전공자 전임교원 충원이 더 원활하게 되면서 전반적으로 전공선택 학생이 늘고 남미나 동남아 과목의 수강생도 안정적으로 확보되는 추세이다. 다만 학교 차원의 정원 조절에 따라 전체 학부 학생 수가 60~70명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국제개발협력학 전공 학생 수도 30~40명 수준이 되었다. 이는 곧 단순히 수강인원 수만 놓고 동남아 관련 과목 에 대한 관심도가 감소했다고 해석할 수는 없음을 의미한다. 다만 동남아시아 관련 수업에 비해 베트남어 Ⅱ, Ⅲ단계, 특히 필수과목인 <국제지역언어특강>을 선택하는 학생 수가 감소한 것은 확연히 눈에 띈다. 베트남어 수강인원에서의 이 같은 변화를 차치하면, 대체로 동남아시아 관련 언어나 교과목이 증가하면서 국제지역학부 내에 동남아 지역에 관심을 두는 학생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동남아 지역을 연구하고자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교환학생이나 인턴십 기회를 찾아 동남아 지역을 선택하는 학생도 증가하고 있다.
(2) 대학원 과정 동남아 지역학 과목 개설과 동남아 지역 전공자의 배출
국제지역학부의 재편과 함께 대학원에도 동남아 관련 교육과정이 신설되었다. 신설된 과정이 곧바로 동남아 지역 전공을 뜻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학부에서와 마찬가지로 동남아시 아나 남미 지역 관련 과목의 개설로 이어졌고, 이들 지역을 대상으로 학위논문을 작성하는 학생 도 늘어가는 추세다. 국제지역학부 내에는 일반대학원 국제지역학과가 오랫동안 유지되었고, 아프리카를 비롯하여 중국, 중앙아시아 등 다양한 국적의 유학생이 이 과정을 이수하였다. 대부분의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었다. 학부와 마찬가지로 2016년 CORE 사업에 선정된 이후 여러 차례 진행된 재편 과정의 일환으로 국제지역학부 주관하에 일어일문학부, 영어영문학부, 중국학과가 공동으로 참여하여 협동과정을 창설하였다.
“글로벌지역학협동과정”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 과정에서는 동남아와 남미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미국 등 개별 국가 단위 지역학을 연계하여 융합적 교육을 통해 글로벌지역학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를 두었다. 국제지역학과 대학원과 달리 수업이 한국어로 진행되면서 학부 졸업생의 참여도 늘었고, 타 전공 졸업 학생의 대학원 입학도 증가하였다. 특히 현지 조사를 바탕으로 한 석사학위 논문 작성을 권장하고 각 지역 관련 수업 중심으로 과목이 개설되면서 라틴아메 리카나 동남아시아 전공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글로벌지역학협동과정이 신설된 2016년 이래 2023년까지, 석사과정에서 3명의 한국 학생과 3명의 동남아(베트남, 미얀마) 출신 학생, 그리고 1명의 우즈베키스탄 출신 학생이 동남아 관련(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 등) 논문을 작성하고 졸업했으며, 박사과정에서는 2명의 한국 학생이 동남아 관련 학위논문을 준비 중이다. 박사과정생 중 1명은 글로벌 지역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진학했으며, 석사 졸업생 중 2명은 동 대학의 다른 대학원이나 타 대학 박사과정에 진학해 동남아 관련 학위논문을 준비 중이다. 2021년 대학원 글로벌지역학과가 BK21사업에 선정됨에 따라 위 대학원생은 예산 지원을 받아 동남아 지역에 대한 현지 조사를 수행하기도 하였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국제적 이동 제한으로 현지 조사를 수행할 수 없게 된 학생은 한국 내 동남아 국가 출신 결혼이민자나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수행하여 학위논문을 작성하였다.
대학원 과정에서의 동남아 지역학 교육은 2017년 일반대학원 국제지역학과에 <동남아시아 사회와문화> 과목이 개설된 것이 시작이었다. 협동과정 글로벌지역학과가 신설된 이후에는 주로 이 협동과정에 동남아 관련 과목이 개설되었다. <동남아시아종족과종교>, <동남아역사와ASEAN> 등의 과목이 순차적으로 신설되었다. 과목을 담당할 인력이 부족했지만 동남아 관련 전공자가 수강할 과목이 너무 적어 신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글로벌지역학과가 신설되기 전에도 동남아 출신 유학생이 논문을 작성한 경우가 없지는 않았지만, 복수의 동남아 관련 과목이 개 설되고 동남아 관련 전공자가 공부 모임이나 세미나를 조직하여 동남아 관련 문헌을 같이 읽고 동남아 지역 현지조사를 공동으로 수행하게 된 것은 글로벌지역학과가 신설된 이후라고 볼 수 있다.
한편, 국제지역학부가 주관하는 대학원 과정으로는 글로벌정책대학원의 국제학과도 있다. 이는 특수대학원의 하나로서 야간에 개설되는 과정이며, 논문 작성이 의무는 아니어서 동남아 관련 과목은 <동남아지역연구> 정도만 주로 개설되고 있다.
(3) 학생 교류를 통한 동남아 지역 및 현지어에 대한 관심 증대
베트남어가 졸업을 위한 필수과목 중의 하나가 되면서 베트남 관련 단기 어학연수 및 교환학 생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였다. 학부가 주도하여 호치민이나 하노이 소재 대학교와 학 교간 MOU를 체결하여 중단기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어학연수나 교환 학생으로 현지 대학에 다녀오는 학생이 증가하였다. 국제개발협력학 전공 학생 중에는 국제개발에 대한 주제와 함께 동남아지역에 대한 관심이 더해, 코이카(KOICA)나 코트라(KOTRA) 등이 제공하는 동남아 국가에서의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학생도 증가하였다.
이러한 분위기에 호응하여 국제지역학부는 2019년에 교육부가 후원하는 CAMPUS Asia- AIMS 프로그램에 지원하여 선정되었다. CAMPUS(Collective Action for the Mobility Program of University Students)는 2011년 한ㆍ중ㆍ일 3국 간 학생교류프로그램으로 시작되 었는데, 2012년 아세안에서 조직된 AIMS(ASEAN International Mobility for students)1)와 결합하여 시작된 것이 CAMPUS Asia-AIMS 프로그램이었다. CAMPUS 프로그램이 주로 대학 원의 복수/공동 학위 프로그램이었던 것과 달리 CAMPUS Asia-AIMS(이하 ‘AIMS’)는 한일과 아세안 국가간의 학부생 교환프로그램이었다는 차이가 있다. 국내에서는 2016년 4개 대학 중 심으로 시작되었는데, 부경대는 AIMS 사업 1주기 중이었던 2019년부터 합류하였다. 국제지역 학부가 주관이 되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부경대는 말레이시아의 말라야대학교(University of Malaya), 베트남의 통상대학교(Foreign Trade University)와 후에대학교(Hue University), 필리핀의 아테네오대학교(Ateneo de Manila University)와 교류를 시작하여, 이후 태국의 탐마삿대학교(Thammasat University)와 필리핀국립대학교(University of the Philippines)로까지 교류대학을 확장하여 학생을 파견하거나 초청하고 있다.
2024년 상반기까지 부경대에서는 49명이 동남아 지역의 AIMS 참여대학들에 파견되었고, 동남아/아세안 현지에서는 28명의 학생을 초청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일반적인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갖는 장점에 더하여 파견 기간 동안 교육부가 지원하는 체류비를 장학금으로 받을 수 있다는 혜택이 있다. 또한 초청학생은 문화체험, 참여대학 공동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어, 한국 학생과 아세안 학생이 폭넓게 교류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 AIMS 프로그램에는 연세대 미래캠퍼스나 부산외대처럼 동남아 전공 교수가 사업 책임을 맡고 있는 대학이 참여하고 있어, 가령 연세대가 주도하여 진행한 아세안전문가특강시리즈2)와 같이 동남아 관련 지식을 국내 다른 대학에 확산하는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부경대 국제지역학부에서는 동남아시아 현지 대학에서 수학한 이후 대학원에 진학하여 동남아시아 지역 관련 연구를 수행하거나, 동남아 지역에서 국제개발협력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이 증가하고 있다. 이 학생 교류 프로그램에는 국제지역학부 내의 학생 동아리 YSM(Young Southeast Asian Masters)이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데, 이 동아리는 국제지역학부에 동남아 관련 교과목이 신설되기 시작한 2016년에 결성되었다. 이 동아리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동남아 관련 서적이나 영상물을 통해 동남아 관련 지식이나 대중문화를 학습할 목적으로 운영되며, 동남아 출신 학생이 교환학생으로 왔을 때 버디(buddy)를 결성하여 지원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실질적인 인적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동남아 언어 및 지역 지식에 대한 관심도 커져, 현지 파견을 앞둔 학생들은 부산외대와 전북대가 진행하는 동남아언어캠프에도 참여하여 현지어를 습득하고 있다.
동남아학 발전을 위한 국제지역학부의 과제
부경대는 국제지역학부로의 학과 재편 과정에서 동남아학 관련 과목을 신설하였고, 전임으로 동남아 전공자도 다수 채용하였다. CK, CORE 등의 여러 국책 사업의 지원을 받으며 학생들이 동남아 국가와 교류할 기회가 늘었고, 대학원에서는 동남아 지역을 연구하는 학생이 빠르게 증가 했다. 짧은 기간에 제도적 개편과 맞물려 동남아 관련 교과목이나 전공 학생이 급속히 성장하긴 했지만, 이 관심이 향후에도 지속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첫째, 동남아 관련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는 동남아 지식 및 언어가 실제 취업 및 창업 시장에서 유효하다는 결과가 있어야 한다. 현재까지는 스페인어와 비교하여 베트남어를 선택하는 학생 수가 적다. 학생들이 스페인어 강의를 더 많이 신청하는 이유는 실질적으로 라틴아메리카 지역을 개발협력 관련 직업이나 현지 기업 취업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기보다는 이 력서에서 인정되는 제2외국어로 스페인어가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많은 학생이 언급한다. 베트남어가 배우기 쉽지 않다는 인식까지 더해져, 실질적인 혜택이 없을 경우 베트남 언어 수업에 대한 수요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 학부 전체의 정원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베트남어에 대한 실질적인 이점이 체감되지 않으면서 베트남어 수업은 정원을 채우기 어려워지고, 베트남어Ⅱ나 Ⅲ처럼 상급 단계 수업은 폐강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학과 내에서도 베트남어 수업의 존치 여부가 논의될 정도로 제2외국어에서 스페인어와 베트남어 수요 사이에는 불균형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동남아시아 언어 중 다른 언어를 선택하거나 제2외국어를 스페인어로 통일하자는 의견이 거론되기도 했다. 대안으로 인도네시아어나 태국어 수업을 학점 교 류 대학에서 수강하게 하여 선택 폭을 넓히는 방안도 강구되기도 했지만, 타 대학에서 수강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만약 온라인수업이 교내에서 폭넓게 인정된다면 훨씬 기회가 많이 있겠지만, 교내에서 온라인수업이 인정되는 조건은 점점 엄격해지고 있다. 결국은 베트남이 나 동남아 관련 전공이 취ㆍ창업에 도움이 되는 사례가 축적될 필요가 있으며,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실질적인 인턴이나 자원봉사 활동에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 인다.
둘째, 지역학으로서의 동남아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대학원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CORE 사업 등을 통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을 위한 학업 지원금이 제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부 출신의 학생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으며, 진학한 학생들 가운데는 학업을 중단하는 사례도 생겼다. 이는 대부분의 지방 대학이 겪는 공통된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대학원 진학의 실효성이 입증되지 않는 한 쉽게 해결될 수 없는 사안으로 보인다. BK사업에 선정된 이후에도 타 대학에서 입학하는 학생이 증가하여 대학원 전체의 인원은 충분해 보이지만, 학부 졸업생 가운데 진학하는 비율은 크게 늘지 않았다. 학ㆍ석사 연계과정을 통해 학부 고학년 때부 터 대학원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있고, 학부 차원에서도 연구 관심을 갖도록 노력하고 있긴 하지만 대학원에 진학한 이후에도 졸업 후 진로 문제를 고민하다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국제지역학”이나 “글로벌지역학” 석사 학위나 박사 학위가 실제 졸업 후 진로에서 어떤 이점이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협동과정으로 신설 되어 BK 사업에 선정됨에 따라 학생들에 대한 지원은 늘었지만, 현재까지는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난 후 관련 직종에 취업한 사례가 거의 없다.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졸업 후 본국에서 연구 직종에 취업한 사례가 있지만, 한국인 학생의 경우 박사 학위 과정이 길어지거나 학위 취득 후에도 관련 직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동남아학회에는 연구회원 등과 같이 학위 과정에서 타 대학 대학원생과 교류할 수 있는 장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학회 참여나 인적 교류에 제약이 많은 상황이다. 최소한 부·울·경, 즉 물리적으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부산, 울산, 그리고 경남 지역 소재 대학의 동남아 전공자들끼리라도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대안 중 하나일 것으 로 보인다.
셋째, 학부나 대학원에서 확실히 ‘동남아 지역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부여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대학에서는 복수전공이나 부전공 외에도 점점 융합 전공이나 마이크로 전공 형태 등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만들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지역학부에서도 ‘동남아 마이크로 전공’과 같은 세부 전공을 만들어 전문성을 부여하기가 어려운 일은 아니다. 관 건은 이러한 ‘지역학’ 전문성을 부여받는 것이 졸업을 앞둔 학생에게 ‘얼마나 매력적인가’일 것이다. ‘스마트’, ‘디지털’, ‘빅데이터’ 등의 팬시한 접두어가 즐비한 요즘에 ‘지역학’ 전공을 높이 평가해 줄 분야를 발굴하여 사례를 만들어 내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 물론 대학원 과정에서는 지역학 전공 특색을 더 강화하는 것이 졸업 후 취업에 훨씬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숙제는 한 대학 에 있는 동남아 전공 전임교원 숫자가 한정되어 있다는 점과, 동남아 관련 전공을 통해 취업할 기회가 적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동남아학회에서 제안하는, 학교별 연대를 통해서 공동으로 동남아 교과과정을 진행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동남아 지역연구를 희망하는 대학원생 간의 더욱 활발한 교류가 꼭 필요하다. 또한 학부생을 위한 AIMS 프로그램과 같이 동남아 대학과의 복수학위나 공동학위제를 통해 석ㆍ박사 과정생의 지역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1+1 시스템을 대학원 과정으로까지 확대 하여 현지어 습득이나 현지조사 기회를 더욱 많이 부여하는 일이 현재 부경대에서는 중요한 작업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부경대는 학부에 비해서 대학원의 교환프로그램이나 복수학위 기반이 부족한 편이다. 교과과정에 대한 상호 이해 및 조정을 통해 대학원 협력 과정을 한 대학이 성공적으 로 구축한다면 타 대학에 대한 파급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한다.
* 각주
1) AIMS 사업은 아세안 국가 간 학생 이동성 증진을 위해 동남아시아교육장관회의(SEAMEO, Southeast Asian Ministers of Education Organization)에서 운영하는 정부와 대학과의 다자협력 상호교류프로그램이다. 2009년에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M-I-T) 등 세 나라가 주도하여 동남아 국가 대학 간의 교환학생 프로 그램으로 시작해서, 현재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브루나이, 필리핀 등의 여섯 개의 동남아 국 가와 한국 및 일본이 참여하고 있다. AIMS의 첫 글자 ‘A’는 초기엔 ASEAN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되었지만, 현재는 한국과 일본이 참여한다는 의미에서 ‘Asian’으로 바꾸어 쓰고 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2012년 시작 시점을 언급한 것이므로 ASEAN으로 표기했다.
2) 연세대 미래캠퍼스 AIMS 사업단이 실시하는 ‘아세안 전문가 특강 시리즈’는 연세대 재학생 및 국내 AIMS 참 여 대학의 학생들에게 아세안 및 한-아세안협력에 관한 관심을 유발하고 이해를 높이고자 2021년부터 매년 진행 되고 있다. AIMS에 참여하는 동남아 5개국 및 아세안 소개 강의를 온라인으로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2 년 아세안특강시리즈에는 필리핀(정법모/부경대), 태국(Utai Uprasen/부경대), 인도네시아(박광우/부산외대), 말레이시아(Julia/남서울대), 베트남(심주형/인천대), 아세안(이재현/아산정책연구원)에 대한 강의가 포함되었 다. 강의는 영어로 진행되며, AIMS 초청 학생들도 국내 대학생과 함께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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