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3.10.12
수정일
2023.10.12
작성자
동남아연구소
조회수
616

[27] 대만에서 만난 동남아시아: 2023 동남아연구신진학자학술대회 참관기

[27] 대만에서 만난 동남아시아: 2023 동남아연구신진학자학술대회 참관기 첨부 이미지

초록


이번 이슈페이퍼는 2023년 9월 11일과 12일 대만 중앙연구원(中央硏究院) 아시아태평양지역연구센터(亞太區域硏究專題中心)에서 열린 2023 동남아연구신진학자학술대회(Asian Conference for Young Scholars of Southeast Asian Studies, 이하 AYSEAS)의 참관기를 담고 있다. 참관기는 학술대회의 현장뿐만 아니라 대만의 대 동남아 정책방향, 이를 수행하는 정책 및 연구기관, 동남아 출신 이주노동자에 관한 내용을 포괄적으로 포함한다. 이 글을 통해 독자들이 필자가 대만에서 만난 동남아를 간접적으로나마 흥미롭게 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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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동남아연구신진학자학술대회를 참석하며


  2023년 9월 11일과 12일 대만 중앙연구원(中央硏究院) 아시아태평양지역연구센터(亞太區域硏究專題中心)에서 2023 동남아연구신진학자학술대회(Asian Conference for Young Scholars of Southeast Asian Studies, 이하 AYSEAS)가 열렸다. AYSEAS는 아시아에 위치한 동남아 연구기관의 컨소시엄인 SEASIA(The Consortium for Southeast Asian Studies in Asia)가 회원기관 간의 협력을 통해 개최하는 학술대회로 2016년 11월 대만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이번 AYSEAS는 2016년에 이어 7년 만에 재개되었고, 대만이 올해도 호스트로 나섰다. 전북대 동남아연구소(이하 전동연)에서는 필자가 참석하여 신진 동남아 연구자로서 연구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AYSEAS에서는 총 16개의 발표가 이루어졌다. 이 중 2개는 대만에 대한 동남아 국가의 인식과 이미지에 관한 발표로 주최 측에서 마련하였다. 14개의 발표는 소속기관 기준으로 대만,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싱가포르, 필리핀, 홍콩, 중국, 일본, 한국 등 7개국에서 초청받은 참가자가 준비하였다. 학술대회에 참석한 동남아연구 신진학자는 조교수, 박사후연구원, 박사과정생으로 다양했으며, 소속기관도 국책연구기관, 대학교, 대학 부설 지역연구소 등이어서 동남아에 대한 학술적인 관심뿐만 아니라 정책적인 측면의 조망도 살펴볼 수 있었다.

  전동연의 이번 AYSEAS 참석은 국제교류 추진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전동연은 2020년 SEASIA 회원기관 가입 신청을 준비하여 2021년 운영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컨소시엄에 합류하였다. 현재 SEASIA에는 전동연 외에 프놈펜미국대학교 동남아연구센터, 대만 중앙연구원 아시아태평양지역연구센터, 인도네시아 국립연구혁신부처의 인문사회과학연구소, 태국 쭐라롱껀대학교의 아시아연구소, 브루나이다루살람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대만국립정치대학교 동남아연구센터, 홍콩성시대학교 동남아연구센터, 대만지난국제대학교, 교토대학교 동남아연구소, 필리핀대학교 아시아센터, 국립싱가포르대학교의 아시아연구소, 대만동남아학회, 싱가포르 ISEAS-Yusof Ishak 연구소,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 사회과학부 등 동남아 지역연구로 역사가 오래되고 규모도 상당한 15개 기관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1)

  개방과 연대를 설립과 운영의 정신으로 하는 전동연은 SEASIA 합류를 통해 국내외 동남아 연구의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전동연은 SEASIA에 회원기관으로 참여하기 전인 2020년부터 이미 한국동남아학회와 SEASIA 사무국인 교토대학교 동남아연구소를 연계해 한일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처럼 SEASIA에서도 전동연은 회원기관 간 학술대회 공동주최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패널 구성과 참여를 통해 연구자 간의 교류를 활성화하고자 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AYSEAS는 전동연이 SEASIA 회원기관으로서 공식적으로 참석한 학술대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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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이슈페이퍼는 필자가 참석한 AYSEAS의 참관기를 주요 내용으로 다루고자 한다. 여기에 대만에서 마주한 동남아를 전달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하였다. 추가로 시간을 내어 만난 동남아 출신 이주노동자 지원활동가로부터 전해들은 현장의 이야기도 공유하려고 한다. AYSEAS를 공동개최한 대만의 대동남아 정책과 관련된 연구기관 및 단체도 짧게나마 소개할 것이다. 이 글을 통해 독자들이 필자가 대만에서 만난 동남아를 간접적으로나마 흥미롭게 접하길 바란다.




중앙연구원: 대만 최대의 학술연구기관2)


  우선, AYSEAS가 열린 중앙연구원을 먼저 소개하고 싶다. 9월 10일 필자가 처음으로 중앙연구원에 도착했을 때 거대한 규모와 방대한 시설에 놀랐다. 주최측에서 중앙연구원 내 숙소를 제공해주었는데 깔끔하고 정돈된 상태가 인상적이었다. 바로 옆에는 수영장, 조깅트랙, 헬스장, 테니스장, 농구장, 배트민턴장, 탁구장 등이 갖추어진 대규모 체육관도 있었다. 하늘로 높이 솟은 이국적인 야자수 나무가 만들어낸 가로수길이 아름다웠다. 이른 저녁에는 지역주민들도 이곳을 찾아 산책과 운동을 즐겼다. 전반적인 느낌은 한국의 종합대학교와 유사하지만, 중앙연구원은 1928년 설립된 유서 깊은 국립 종합연구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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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연구기관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현재 중앙연구원에는 이공물리과학, 생명과학, 인문사회과학 세 분야의 총 32개 연구소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 8천 명이 넘는 연구원과 행정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 발전의 균형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주목할 만한 최근 연구 성과도 이공계뿐만 아니라 역사학과 중국학 등에서도 활발하게 산출되고 있다. 자체적인 연구뿐만 아니라 후속 연구자를 양성하기 위해 국내 대학과 협력해 박사과정생 장학금, 연구와 관련된 장비, 박사학위 취득을 독려하기 위한 상담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그래서인지 필자가 학술대회에서 만난 참가자 중 박사학위 취득을 앞둔 경우, 졸업 이후 중앙연구원에서 일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대만의 연구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직장이 중앙연구원이라는 것이다.

  AYSEAS가 열린 중앙연구원 아시아태평양지역연구센터는 2003년 중앙연구원과 세계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연구기관 간의 협력을 촉진하고 학술교류를 강화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주로 해양시대 역사학, 초경계적인 횡단과 순환, 개발과 인구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학술교류와 협력을 중시하면서 SEASIA에 회원기관으로 참여한 아시아태평양지역연구센터는 이번 AYSEAS의 장소를 제공하고 참가자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발표와 토론에 임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동남아연구 신진학자들의 관심사


  AYSEAS의 주제는 포스트 코로나시대 동남아 연구의 미래 방향(The Future Directions of Southeast Asian Studies in the Post-COVID Era)이었다. 학술대회를 구성한 다섯 개의 세션은 1) 코로나 정책과 에너지, 2) 종교 민족주의, 생태주의, 이슬람 경계, 3) 이주노동자, 농촌-도시 개발과 이주, 4) 지식, 운동, 그리고 시각적 내러티브, 5) 춤과 치안 유지 활동으로 나누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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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세션에서 인도네시아, 대만, 일본에서 온 발표자가 포스트 팬데믹 시기 인도네시아의 기회와 불평등, 아세안 국가를 대상으로 한 국가 주도 코로나19 팬데믹 방역 연구, 동남아의 에너지 전환에서 일본의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싱가포르, 캄보디아, 대만의 발표자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말레이시아와 태국 남부의 종교 민족주의, 캄보디아에서 테라바다 불교 신앙과 환경운동, 인도네시아 성노동자를 둘러싼 담론을 소개하였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필자가 싱가포르 가사노동자 커뮤니티의 인정투쟁을, 대만의 발표자들이 미얀마의 농촌-도시의 변화와 개발 서사, 싱가포르 인도인 커뮤니티의 민족성과 문화적 변화를 발표했다. 네 번째 세션에서는 중국, 일본, 대만의 발표자가 싱가포르의 역사 다시쓰기, 인도네시아 시민사회의 마약 방지 운동, 시각적 내러티브를 통한 동남아 해양 시대 지도의 재구성을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필리핀과 홍콩의 발표자가 동남아 춤 전통의 변화, 필리핀의 마약과의 전쟁을 통해 본 치안 유지 활동에 관한 연구 성과를 공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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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연구가 각각 두 편, 아세안을 포함한 전반적인 동남아지역을 다룬 연구가 두 편, 주제로 보자면 사회운동을 다룬 연구가 두 편(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이주민 연구가 두 편(싱가포르) 있었다. 이 중에서 싱가포르에 관한 연구가 세 편이나 소개되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는데, 가사노동자 커뮤니티 활동과 인도인 커뮤니티의 변화에 관한 발표는 이주민을 다룬다는 점에서 결이 비슷했다. 또 다른 흥미로웠던 점은 대만의 동남아 연구자 중 몇몇이 말레이시아와 미얀마 등 동남아 출신이라는 것이었다. 필자와 같은 세션에서 미얀마 농촌과 도시의 개발 서사를 발표한 박사과정생은 미얀마인으로 대만에서 오랜 유학생활을 하였다. 인도네시아 성노동자 담론을 연구한 박사수료생도 말레이시아인이었다. 싱가포르 인도인 커뮤니티의 변화를 발표한 대만의 박사과정생은 인도인으로 대만의 동남아 연구자 구성이 매우 다채롭게 느껴졌다.

동남아연구 신진학자들이 모인 학술대회여서인지 향후 연구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동남아지역에 대한 관심을 고취하기 위한 토론이 이어졌다. 주최 측에서는 박사과정생, 박사수료생, 박사 후 연구원급의 연구자에게는 특정한 동남아지역을 연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질의하기도 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오랜만에 대면으로 진행된 학술대회여서 팬데믹으로 인해 동남아지역 연구에 어떠한 어려움이 있었는지를 파악하고자 했다. 

  참가자들은 소규모로 밀도 있게 진행된 논의에 만족감을 표했다. 주최 측은 이번에 발표된 연구 성과를 엮어 2024년 학술서적으로 발행하기로 합의하고 이후의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다음 AYSEAS의 시기와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브루나이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특히 주최 측에서는 한국의 참가를 무척이나 반겼다. 한동안 SEASIA와 한국 사이에 네트워크가 이어지지 않았는데, 전동연의 SEASIA 참여와 이번 학술대회 참석으로 다시 상호 연결되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비교적 최근에 싱가포르 이주노동자 연구를 시작한 신진 동남아 연구자인 필자 개인적으로는 AYSEAS 참여가 연구를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전동연 차원에서도 SEASIA의 공식 학술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네트워킹을 강화할 수 있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음으로, 학술대회 현장을 넘어서 대만으로 관점을 넓혀 대만의 동남아 정책, 관련된 연구기관과 단체의 현황을 살펴보고, 동남아 출신 이주노동자가 만들어내는 풍경으로 들어가 보려고 한다.




대만과 동남아시아


(1) 동남아 연구기관과 관련 정책 동향

  2023 AYSEAS는 중앙연구원 아시아태평양지역연구센터뿐만 아니라, 대만아시아교류재단(Taiwan-Asia Exchange Foundation), 국립정치대학교 동남아연구센터(Center for Southeast Asian Studies)와 국제관계연구소(Institute of International Relations), 대만동남아학회(Taiwan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Studies)가 공동으로 개최하였다. 

  대만아시아교류재단(이하 재단)은 2018년 설립된 대만 최초의 정책 씽크탱크로 신남향정책(New Southbound Policy)이 중요한 대상 국가로 포함하는 동남아, 남아시아, 호주, 뉴질랜드에 초점을 맞추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2016년 총통으로 당선된 차이잉원(蔡英文)은 신남향정책을 국가발전전략의 핵심으로 제시하면서 아세안 회원국, 남아시아 6개국, 호주, 뉴질랜드 사이의 협력을 강조한 바 있으며, 2020년 재선 성공 이후에도 이와 같은 정책 기조를 유지해 왔다. 이러한 정책적 배경 아래에서 재단은 대만과 신남향정책이 포괄하는 국가 사이의 연결 촉진을 중요한 목표로 한다. 재단은 대만-아시아청년리더교류, 신남향정책의 ‘사람 중심성’ 실현을 위한 시민사회 간의 연결 강화, 아시아 씽크탱크 협력, 자연재해로부터의 지역 회복, 문화교류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상호협력을 위해 일한다. 재단의 업무에서 파악할 수 있듯이 대만의 신남향정책은 경제교류뿐만 아니라 문화, 교육, 인재 교류, 자원 공동개발, 관광 등의 세부적인 영역에서 협력을 추구한다.

  신남향정책은 대만을 독립된 주권국가로 주장하는 차이잉원 총통의 양안정책과 이를 공고히 하려는 외교 전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3)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이 대만의 자주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인식하에 차이잉원 총통은 2016년 집권 이래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동남아와 남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관계를 강화하고자 하였다. 또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구상에 따라 높아진 대만의 전략적 가치는 미국과 군사협력을 본격화하면서 인도, 호주, 뉴질랜드와도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중국의 해양 진출을 봉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외교 전략의 일환으로 동남아지역이 중요한 협력 대상국으로 부상한 것이다. 대만에 자리 잡은 동남아 연구기관의 역할도 이러한 정책 방향성과 일정 부분 관계가 있다.

  국립정치대학교 동남아연구센터(이하 동남아연구센터)는 2015년부터 교토대 동남아연구센터와 협력하면서 설립과 운영을 준비했으며, 2016년 2월에 공식적으로 발족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출범 직후에는 대만과 동남아 관계를 정치ㆍ안보, 사회ㆍ문화, 경제ㆍ투자 등으로 나누어 분석하는 정책 세미나를 개최하고, 중앙연구원 아시아태평양지역연구센터와 교류 협정을 체결하는 등 동남아지역에 대한 학술 및 정책연구에 참여했다. 2016년 출범 이후 이어진 대만과 동남아 관계에 관한 정책 세미나는 대학 부설 연구소가 국가의 대동남아 정책의 시작과 지속 과정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보여준다.4)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국제관계, 정치, 경제 관계, 국제기구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는 국립정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와 협업해 동남아지역 연구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학술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대만동남아학회는 2013년 SEASIA 설립에 참여한 연구단체 중 하나이고, 동남아연구센터는 2017년부터 SEASIA의 운영위원 중 하나로 참여하고 있다. 중앙연구원 아시아태평양지역연구센터가 대만과 아시아태평양지역 연구기관의 협력 촉진을 위해 활동하는 것과 같이 대만동남아학회와 동남아연구센터는 SEASIA 참여를 통해 동남아 연구의 국제교류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2) 동남아 출신 이주노동자

  대만에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태국에서 온 70만 명의 이주노동자가 아이와 노인을 돌보는 돌봄노동, 농업, 어업과 반도체산업 분야 등에서 일하고 있다. 1992년 취업복무법(就業服務法) 제정에 따라 대만에 동남아 출신 이주노동자가 유입되어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장기요양서비스 미비에 따라 이주돌봄노동자도 수용하게 되었다.5) 2022년 말 기준으로 이주노동자의 국적별 통계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각 25만 명, 필리핀 15만 명, 태국 6만 명으로 집계되며, 이중에서 65%는 제조업, 30%는 돌봄노동, 1.9%는 농림‧어업 등에 종사한다.6) 제조업은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순으로 많고, 돌봄노동은 인도네시아가 75%의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이며, 태국 출신 이주노동자가 가장 적다. 

  외국인이 대만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고용 가능한 체류자격을 취득하고 사업주가 정부로부터 고용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주노동자는 사업장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으며, 근무 지속이 불가능한 사유에 한해서만 이동 가능하다. 사업주는 매달 고용부담금을 납부해야하며, 이주돌봄노동자를 고용해야만 하는 취약계층은 고용부담금을 면제받기도 한다.7) 정부가 사업주에게 체류관리 책임과 비용을 전가하는 형태의 고용부담금은 이주노동자를 엄격하게 통제하는 장치가 된다.8) 이주노동자가 이탈하면 사업주가 정해진 계약기간까지 매달 고용부담금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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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의 고용관리업무를 관할하는 지방정부의 노공국(勞工局) 산하에 외국인노동자 상담서비스센터가 생활정보 제공, 법령 자문 및 종교 활동 정보 제공, 노사쟁의 조정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9) 하지만 이주노동자 쉼터를 운영 중인 시민사회단체 Serve the People Association(SPA)의 활동가는 이러한 시스템을 인지하지 못하는 이주노동자가 많을 뿐만 아니라 통역도 충분하지 않아 이주노동자가 자신의 문제를 정확히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문제를 제기하였다. 2008년 설립된 SPA는 인구 고령화에 따라 이주노동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미비한 법률과 권리보호에 대응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이주노동자 쉼터를 조성해 법률 상담, 의료 지원, 임금 체불 해결 지원 등의 활동을 수행해왔다.10)

  간판 없이 주택가에 자리 잡은 쉼터는 남성과 여성의 공간을 분리하고 공용주방과 거실을 공유하는 형태였다. 쉼터에 머무르는 이주노동자는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근무지 이동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으며 다음 일을 기다리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SPA는 이 과정에서 필요한 서류작업을 돕고 이주노동자가 대변하지 못하는 노동자로서의 권리 확보를 위해 개입한다. SPA의 활동가는 간병을 담당하는 이주돌봄노동자가 집안일을 하도록 강요받기도 하는 현실적인 문제, 정해진 사업장인 집을 벗어나 다른 지역에 위치한 고용주의 친척 집에서도 일을 하도록 요구받는 상황이 주요 문제라고 지적했다. 돌봄노동 영역에서 노동자의 권리침해는 증거확보도 어려울뿐더러 고용주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면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주노동자가 낯선 곳에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현지의 시민사회단체는 이주노동자의 권리의식을 고취하고 권리증진을 위해 노력하지만, 자원의 부족으로 최소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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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체류 마지막 날이었던 일요일, 필자는 대만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타이중(台中)에서 타오위엔국제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탑승하기 위해 타이중역을 향했다. 타이중역 광장에서는 히잡을 착용한 여성들이 모여 춤을 추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수도인 타이페이(台北)에서 고속철도로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리는 타이중은 대만 전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이주노동자(107,359명)가 체류하는 곳이다. 이주노동자가 가장 많은 도시는 국제공항이 위치한 타오위엔(桃園)으로 128,514명의 이주노동자가 있다. 타오위엔과 타이중 모두에 공업지대가 있어 이주노동자가 많다.

  AYSEAS를 공동주최한 대만아시아교류재단의 실무진은 신남향정책 추진을 위해 동남아에 주목하면서 대만 내 이주노동자 지원도 신남향정책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글에서는 이주노동자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대만에서는 동남아 여성과 대만 남성의 결혼이 증가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이주도 정책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낯설게 여겨졌던 대만 속 동남아는 필자가 연구하는 싱가포르의 상황과 유사하면서도 다른 부분이 있었기에 인상적이었다.



앞으로도 이어질 SEASIA 활동에 대한 관심 요청


  SEASIA는 2015년 이래로 2년에 한 번씩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2015), 태국(2017), 대만(2019), 인도네시아(2022)에서 개최되었으며, 2024년 7월 18일부터 20일까지 마닐라에 위치한 필리핀딜리만대학교에서 “De/Centering Southeast Asia”라는 주제로 5번째 정기학술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2023년 11월 30일까지 발표문 프로포절을 받고 있다. 정기학술대회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웹사이트(https://seasia2024.upd.edu.ph/)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동연은 공동주최자로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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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정기학술대회는 그동안 동남아지역을 응시해온 서구적인 관점의 지배 서사에서 벗어나 동남아만의 다양하고 복잡한 경험, 역사, 문화를 드러내고자 한다. 세부적인 주제로는 동남아의 자율적 지식생산의 개척과 과제, 정치와 거버넌스, 정치경제 변화, 동남아의 초국가주의, 동남아의 재창조: 성과와 유산, 동남아의 사회적 생활, 지정학ㆍ외교ㆍ국제관계, 동남아와 생태위기, 뉴미디어와 신흥 디지털 기술에 대한 비판적 관점으로 나누어진다. 동남아지역의 주체성과 정체성을 되찾기 위한 플랫폼이자 해당 지역에 대한 세밀한 이해를 시도할 이번 정기학술대회를 통해 SEASIA 회원기관뿐만 아니라 이들과 연계협력 중인 연구소ㆍ연구자가 상호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전동연은 SEASIA에 합류한 신생 회원기관으로서 한국의 많은 동남아지역 연구소와 연구자가 관련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고 패널을 구성하여 참가자를 모집할 계획에 있다. 패널이 아니더라도 연구자 개인 참여도 가능하니 많은 동남아 연구자의 참여를 희망한다. 그동안 대만에서만 두 차례 조직한 AYSEAS를 언젠가 한국에서도 개최할 수 있기를 바라며 전동연도 국제학술교류 활동 활성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다.



* 각주

1) SEASIA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웹사이트(https://seasia-consortium.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2) 중앙연구원 웹사이트(https://www.sinica.edu.tw)의 소개글을 참고하였으며, 아시아태평양지역연구센터는 자체 웹사이트(https://www.rchss.sinica.edu.tw)를 통해 정보를 얻었다.

3) 이 문단에서 정리된 대만의 신남향정책 결정 배경과 동기는 이권호(2021), “대만의 신남향정책과 한국의 신남방정책의 비교 연구”, 『중국지역연구』 8(4): 97-138의 104-106쪽을 참고했다.

4) 국립정치대학교 동남아연구센터의 출범과 활동에 관한 내용은 웹사이트(http://cseas.nccu.edu.tw/)를 참고했다.

5) 김유휘, 2020, “일본과 대만 노인돌봄 영역의 이주노동”, 『국제사회보장리뷰』 가을호 14: 79-94.

6) Ministry of Labor, Statistics, Yearly Bulletin, Table 13-4. Foreign Workers in Productive Industries and Social Welfare by Industry and Nationality(End of 2022).

7) 고용허가제와 고용부담금에 관한 내용은 노호창, 2019, 「외국인 고용부담금제도 도입 시의 법적 쟁점」, IOM이민정책연구원 워킹페이퍼 시리즈 No. 2019-03, pp.21-22를 참고했다.

8) 고용부담금의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최서리, “대만의 이주돌봄노동자 도입과 한국에의 시사점”, IOM이민정책연구원 이슈브리프 No.2016-07을 참고했다.

9) 설동훈‧김윤태, 2004, “대만의 외국인노동자 고용관리체계”, 『중소연구』 28(3): 69-117.

10) SPA에 관한 내용은 웹사이트(https://www.spa.org.tw/english)를 참고했다.

11) Ministry of Labor, Statistics, Yearly Bulletin, Table 13-6. Foreign Workers in Productive Industries and Social Welfare by Area and Nationality(End of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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