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1.01.21
수정일
2023.01.04
작성자
동남아연구소
조회수
1114

[11] 인도네시아 노동권에 대한 일자리창출법의 파장: 현지의 노동변호사 겸 활동가 인터뷰 ㅣ 전제성·엔당 로카니

[11] 인도네시아 노동권에 대한 일자리창출법의 파장: 현지의 노동변호사 겸 활동가 인터뷰 ㅣ 전제성·엔당 로카니 첨부 이미지


초록


인도네시아에서 일자리창출법은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여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취지에서 2020년 11월 2일에 제정되었다. 그렇지만 여러 노동조합들은 이 법이 노동권을 심각히 침해한다며 시위를 연이어 전개하고 헌법재판소에 제소하였다. 이렇게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된 일자리창출법이 노동권과 노동조합운동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관해 30년 관록의 현지 노동변호사 겸 활동가 엔당 로카니의 의견을 이메일 인터뷰를 통하여 들어보았다. 그녀는 노동 측의 권리와 이익을 침해하는 변화로서 업종별지역최저임금 철폐를 포함하는 최저임금제도의 간소화, 소기업과 영세기업의 최저임금 지급 의무 면제, 계약직 사용기한 자율화, 일방적 해고 절차 허용 및 퇴직금 삭감 등을 지목하고, 특히 최저임금제도와 해직 절차의 변화를 심각한 이익 침해로 강조하였다. 그리고 노동조합의 개입과 후폭풍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다. 입법 과정에서 노동조합운동은 다양한 방식으로 저항행동을 전개하였으나 불리한 법의 제정을 막을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세 부류로 분열되었기에 향후 반목을 이어갈 가능성도 낳고 말았다. 지역별 최저임금 결정 절차에서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임금위원회의 제안을 감안하던 절차의 폐지는 노동조합연맹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우리가 함께 생각해볼 숙제가 부연된다. 노동권의 후퇴에도 불구하고 이번 입법으로 촉진될 신규 투자가 일자리를 괄목할 만하게 창출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벌써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각료뿐만 아니라 국회까지 사업 친화적인 태도를 숨기지 않는 작금의 새로운 정치가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삶을 앞으로 어떻게 변형시킬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슈페이퍼 11호 원문 내려받기






인터뷰의 목적과 방법


전제성: 인도네시아에서 “일자리창출법”(고용창출법)이 2020년 10월 5일에 국회를 통과하고 조코 위도도(Joko Widodo, 줄여서 조코위 Jokowi) 대통령이 11월 2일에 서명함으로써 법으로 제정되었다. 이 법은 노동, 조세, 금융, 교육 등 여러 분야에 관련된 78개 법의 1,200여개 조항을 한꺼번에 개정 또는 폐기하겠다는 특별법이기 때문에 “옴니버스법”(omnibus law)이라고 불려온 사상 초유의 파격적인 법이다. 법을 하나씩 고치면 수십 년 걸릴 개정작업을 수개월 만에 완수했다. 그런 만큼 논란이 많았고 반발도 거셌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격하게 분노를 표출하였고 세계 각지 주요 언론의 이목을 끌었다.

  일자리창출법은 투자 허가를 간소화하고 기업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고용을 증대시키겠다는 취지로 제정이 추진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업 위기도 긴급한 입법의 필요성으로 나중에 부연되었다. 사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일자리를 늘이겠다는 명분으로 기존에 일각에서 투자와 사업에 제한을 가한다고 지목하던 법률 조항들을 대거 폐기하거나 수정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개정은 노동권, 환경 보존, 지방분권, 관습적 토지점유권 등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강력히 제기되었다. 일자리창출법을 거부하는 이들은 이 법이 인도네시아의 미래에 장기적인 손상을 입힐 것이며 지구적으로도 해악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자리창출법의 다양한 파장 가운데 우리는 노동자 권리(노동권) 측면을 먼저 살펴보기로 했다. 전북대 동남아연구소가 설정한 주요 연구 분야 가운데 하나가 노동 문제이고 일자리창출법을 가장 거세게 반대하고 시위를 앞장서 조직한 이들이 노동자들이었기 때문이다. 기사 몇 편만 읽어도 노동자들의 분노와 좌절이 느껴졌다. 반대 시위에 참여한 금속업종 여성노동자는 “팬데믹은 우리의 오늘을 빼앗고 이 법은 우리의 미래를 빼앗는다”며 좌절했고, 자카르타의 남성노동자는 “코로나가 한 세대에 관련된다면 이 법은 일곱 세대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BBC 2020.10.09). 동부 자바의 공장 파업을 주도한 여성노동자는 “대통령이 당선되도록 표를 준 보통사람들이 아니라 금전적으로 후원한 이들에게 보답하고 있다”며 분노했다(The New York Times 2020.10.08).

  일자리창출법은 노동 관련 분야에서 노동에 관한 2003년 13호법(노동법), 국가사회보장제도 (BPJS)에 관한 2004년 40호법(사회보장법), 국가사회보장공단에 관한 2011년 24호법(사회보장공단법), 인도네시아이주노동자보호에 관한 2017년 18호법(이주노동자법)의 조항들을 개정하는 광범한 효과를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SSEK 2020.12.04). 그런데 노동권에 대한 파장은 한 때 ‘근로기준법’이라 번역되었던 노동법(2003년 13호법)과 일자리창출법을 비교함으로써 일단 파악될 수 있을 것이다. 반대 시위에 참여한 노동자와 학생들은 주로 최저임금, 계약직 고용, 퇴직금, 모성 보호 휴가 관련 제도와 절차의 개정을 문제 삼았는데, 이런 제도는 모두 기존 노동법에 명시되고 보장되던 것들이기에 하나씩 짚어가며 변화의 여부와 정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궁금했던 점은 노동조합의 입법과정 참여에 관한 것이었다. 노동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법이라면 허다한 노동조합들은 입법과정에서 무엇을 했는지 의문이었다. 2003년 노동법은 경제위기의 충격에 대응하고 권위주의 제도 청산의 필요가 우선시되던, 이른바 ‘개혁시대’를 반영한 법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차례 법 개정의 필요가 제기되었으나 노동조합운동은 잘 방어해 왔는데, 이번엔 아니었던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번의 패배가 향후 노동조합운동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 여겨졌다. 그래서 필자는 현지의 관록 있는 노동변호사 겸 활동가와 서면 인터뷰를 추진함으로써 일자리창출법 제정이 초래한 노동권의 변화를 가늠하고 노동조합운동의 대응과 후폭풍도 함께 파악해 보고자 하였다.

  엔당 로카니(Endang Rokhani)는 노동조합에 자문을 제공하고 노동자를 법정에서 변호해온 노동변호사이다. 1991년부터 2006년까지 여러 노동권옹호단체에서 근무한 바 있고 지금도 각종 노동조합 연대회의에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는 활동가이기도 하다. 필자는 수하르토 집권 말기였던 1995년 여름에 엔당을 자카르타의 노동발전재단(YBM: Yayasan Buruh Membangun) 사무실에서 처음 만났다. 해외진출기업 노동인권문제를 파악하러 파견된 참여연대 조사단의 일원으로 한인기업 노동실태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당시 엔당이 근무하던 YBM은 국가조합주의 하의 어용노총(SPSI)과 협력하는 단체였다. 필자는 진보적인 법률구조재단(LBH: Lembaga Bantuan Hukum)에서 근무했던 변호사가 왜 어용노총과 협력하는 단체에서 일하는지를 물었는데, 엔당은 조직이 아니라 거기 속한 노동자들을 봐야 한다며 상담이 필요한 노동자들을 만나 법적 조언을 해 줄 수 있다면 어용노총과도 협력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후 엔당은 이슬람신도임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단체인 도시사회봉사회(PMK: Pelayanan Masyarakat Kota)로 이적하여 활동가로 근무하며 노동조합 간부들에게 상담을 제공했다. 수하르토 독재 체제가 종식된 뒤에 다시 만난 엔당에게 필자는 종교가 문제되지 않느냐고 물었는데, 이때도 엔당은 전과 유사하게 노동조합 간부들에게 자문할 수 있다면 종교는 상관없다고 답했다. 당시 엔당은 노동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노동권 안내서도 단독 집필하여 출판했다(Endang 1999).

  노동조합 전성시대가 도래하자 노동운동에 점차 흥미를 잃은 PMK로부터 10년 만에 ‘방출된’ 엔당은 각자도생의 길을 찾아야 했다. 국립인도네시아대학교에서 사업장 단위의 복수노조 간 경쟁과 갈등에 관한 석사학위 논문을 작성하여 사회학 석사학위를 받았기에(Endang 2006 & 2007) 연구보조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요즘 인도네시아 노동운동연구에서 쌍벽을 이루는 연구자들이 모두 엔당에게 노동자 인터뷰를 대행시켰으니 엔당의 노동자 접근성과 면접 조사능력은 탁월했다 할 수 있다. 최근에 엔당은 수도와 서부자바를 무대로 노동조합연맹 간부들에게 법률 자문을 제공하고 법정에서 노동자 측을 대리하는 변호사로 활동하며 생계도 꾸리고 운동성도 유지하고 있다. 노동 편에 서지만 노동조합연맹 간부들이나 조합원들의 미진한 행태에 대해서도 비판을 잊지 않는다. 늘 현장 지향적인 엔당은 조직이 아니라 사람을 보았고, 이념이나 종교가 아니라 삶과 실천을 중시해왔다. 그래서 필자는 혼란스러운 일자리창출법에 관한 평가도 엔당에게 먼저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필자는 일자리창출법안의 국회 통과 1주일 뒤인 10월 12일에 이메일 인터뷰를 제안했고 엔당은 흔쾌히 동의해주었다. 인도네시아어로 질문들을 작성하여 10월 19일에 보냈다. 엔당은 일자리창출법안을 입수 검토한 뒤에 인도네시아어로 작성한 답변을 11월 3일에 보내주었다. 답변을 읽고 추가 질문들을 보냈고 추가 답변은 11월 14일에 도착했다. 엔당의 답변을 통해 여러 궁금증이 다소 해소되자 게을러지기 시작했다.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인도네시아 학생 니탈리아 위자야(Nitalia Wijaya)에게 인터뷰 내용을 연습 삼아 할 수 있는 만큼만 한글로 번역해보라며 맡겼다. 니타가 실로 애써 번역한 결과를 전달받은 날이 12월 11일이었으니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이다. 다른 해야 할 일이 많아 미뤄 두었다가 엔당의 신년 인사를 받고서야 더 이상 늦어서는 안 될 것 같아 부랴부랴 작성에 들어갔다. 필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원문을 대조하며 다시 번역하였고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나 재차 확인이 필요한 부분은 엔당에게 몇 차례 간단한 질문들을 보내서 답을 또 받았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필자가 인터뷰의 몇 곳에 해설 각주를 달았고 엔당이 보내준 사진들에 설명을 붙였다. 끝으로 머리말과 맺음말을 추가하고 연구소 동료들의 교정을 거쳐 이렇게 이슈페이퍼로 내놓게 되었다.


엔당 로카니 인터뷰


전제성(이하 전): 인도네시아에서 최근 논란의 중심이 된 일자리창출법, 일명 ‘옴니버스법’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제정되었는지 간략히 말씀해주세요.


엔당 로카니(이하 엔당):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2019년 10월 20일에 국민협의회(MPR)에서 두 번째 임기의 대통령 취임 연설을 할 때 고용창출을 위한 옴니버스법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를 처음 공개하였습니다. 이어서 12월 17일에 국회(DPR)는 이 옴니버스법을 포함하는 50개 법안을 2020년의 우선 입법 계획 목록으로 정하는 데 정부와 합의하였습니다. 2020년 2월 12일 수요일에 정부가 국회에 법안을 상정하면서 입법과정이 시작됩니다. 대통령이 연설할 때 100일 이내에 이 옴니버스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제정 과정에서 각계의 거부에 부딪쳤습니다. 노동자, 농민, 환경운동, 아닷(adat: 독자적인 관습법)을 지키는 지역민들은 정부가 초안을 국회에 이관할 때부터 반대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2020년 10월 5일에 국회 총회에서 옴니버스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국회 통과 이후 대학생들의 지지를 받는 노동자들이 계속적인 시위를 전개하여 거부의 입장을 표출했습니다. 그렇지만 2020년 11월 2일에 조코위 대통령이 서명함으로써 옴니버스법은 고용창출에 관한 2020년 제11호 법(Undang-Undang Nomor 11 Tahun 2020 tentang Cipta Kerja)으로 제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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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법안 통과 직후에 많은 노동자와 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분노에 찬 시위를 연이어 전개한 이유 중에 하나는 입법 과정에서 관련 당사자들이 법안을 공유하고 협의하는 ‘사회화’(sosialisasi) 과정이 잘 안 되었기 때문인가요?


엔당: 노동자들은 입법과정 초반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일자리창출법을 거부했습니다. 그런 이유 가운데 하나는 노동자들이 이 법을 입안하는 과정의 논의에서 배제되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입법과정에 노동 측을 결부시키고자 여러 노동조합을 정부의 법안 검토 위원회에 초대하였습니다. 수차례 회의에 참석한 뒤 일부 노동조합은 위원회를 탈퇴하기로 했습니다. 그 이유는 정부가 노동자의 희망을 실제로 반영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탈퇴한 노동조합은 안디 가니 누와웨아(Andi Gani Nuwawea) 위원장이 이끄는 KSPSI(Konfederasi Serikat Pekerja Seluruh Indonesia: 전인도네시아근로조합총연맹)와 KSPI(Konfederasi Serikat Pekerja Indonesia: 인도네시아근로조합총연맹)였습니다. 정부 위원회에 잔류한 노동조합은 요리스 라웨야이(Yorrys Raweyai) 위원장이 이끄는 KSPSI(Konfederasi Serikat Pekerja Seluruh Indonesia: 전인도네시아근로조합총연맹), KSBSI(Konfederasi Serikat Sejahterah Indonesia: 인도네시아번영노동조합총연맹), KSPN(Konfederasi Serikat Pekerja Nasional: 전국근로조합총연맹),K-Sarbumusi(Konfederasi Sarekat Buruh Muslimin Indonesia: 인도네시아무슬림노동조합연맹)였습니다.1)

  저는 일자리창출법안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에 따라 노동조합들을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정부와 같은 편에 서 있는 부류로서 정부 위원회에 잔류했던 요리스의 KSPSI, KSBSI, KSPN, K-Sarbumusi가 여기에 속합니다. 두 번째 부류는 정부 법안에 동의하지 않지만 국회에 입장을 전달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함으로써 마치 국회와 같은 편인 것처럼 보이는 안디 가니의 KSPSI, KSPI, 그리고 전국복지운동연대(GEKANAS) 소속 노동조합연맹들입니다. 세 번째 부류는 법 제정을 애초부터 강경하게 거부했고 정부나 국회와 어떤 대화도 시도하지 않았던 KASBI(Kongres Aliansi Serikat Buruh Indonesia: 인도네시아노동조합동맹회의)와 GSBI(Gabungan Serikat Buruh Indonesia: 인도네시아노동조합연합)를 비롯하여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노동조합들입니다. 그러므로 협상과 사회화 과정이 원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이 법을 완강히 거부하는 부류도 있었던 것입니다.

  일자리창출법이 통과되자 두 번째와 세 번째 부류는 예상 가능하듯이 가만있지 않고 시위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정부와 같은 편으로 간주되었던 KSBSI마저도 여러 차례 시위를 전개하였습니다. 정부와 국회를 불신하는 분위기가 만연했는데, 그동안 공개적으로 배포된 법안들의 들쭉날쭉한 페이지 수 변화는 일자리창출법이 엉망이라는 징표처럼 보여 혼란을 가중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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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안에 반대하면서 국회에 로비를 전개했던 두 번째 부류에 속하는 복지운동 연대조직 그카나스(GEKANAS)에 대해 더 자세히 소개해 주세요.


엔당: 그카나스는 전국복지운동(Gerakan Kesejahteraan Nasional)의 줄임말입니다. 1945년 헌법과 국시 빤짜실라(Pancasila)의 가치를 받들며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연대 관계로 이루어진 특별위원회입니다. 그카나스는 사회보장행동위원회(KAJS: Komite Aksi Jaminan Sosial) 운동을 계승하는 조직으로 2015년 6월 23일에 결성되었습니다. KAJS는 아시다시피 국가사회보장공단(BPJS: Badan Penyelenggara Jaminan Sosial)에 관한 법(2011년 24호법)의 제정을 촉진하고 수호했던 연대운동조직이었죠.

  그카나스는 12개 노동조합연맹이 창설했습니다. 회원 조직으로 전인도네시아근로조합총연맹(Konfederasi Serikat Pekerja Seluruh Indonesia, KSPSI) 산하의 화학에너지광업근로조합연맹(FSPKEP - SPSI: Federasi Serikat Pekerja Kimia Energi Pertambangan), 금속전자기계근로조합연맹(FSP LEM - SPSI: Federasi Serikat Pekerja Logam Elektronik Mesin), 담배식음료근로조합연맹(FSPRTMM - SPSI: Federasi Serikat Pekerja Rokok, Tembakau, Makanan dan Minuman) 및 직물신발가죽근로조합연맹(FSPTSK – SPSI Federasi Serikat Pekerja Tekstil, Sandang dan Kulit), 그리고 인도네시아근로조합총연맹(Konfederasi Serikat Pekerja Indonesia, KSPI) 산하의 화학에너지광업근로조합연맹(FSPKEP - KSPI: Federasi Serikat Pekerja Kimia Energi Pertambangan), 관광업근로조합개혁연맹(FSP PAR REF - KSPI Federasi Serikat Pekerja Pariwisata Reformasi) 및 인쇄출판언론정보근로조합연맹(FSP PPMI – KSPI: Federasi Serikat Pekerja Percetakan Penerbitan dan Media Informasi)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근로조합연맹(FSPI: Federasi Serikat Pekerja Indonesia), 1998년창설인도네시아무슬림근로형제단(PPMI'98: Persaudaraan Pekerja Muslim Indonesia 1998), 전인도네시아노동조직연합(GOBSI: Gabungan Organisasi Buruh Seluruh Indonesia), 인도네시아독립근로조합연합(GASPERMINDO: Gabungan Serikat Pekerja Merdeka Indonesia), 가루다인도네시아승무원협회(IKAGI: Ikatan Awak Kabin Garuda Indonesia) 같은 독립 노조연맹들도 함께하고 있으며, 노동권옹호정책분석센터(ELKAPE: Lembaga Analis Kebijakan dan Advokasi Perburuhan)나 노동권옹호및정책연구소(PAKKAR: Pusat Kajian Kebijakan dan Advokasi Perburuhan) 같은 비영리단체도 동참하고, 노동문제에 관심을 갖는 연구자들도 연계되어 있습니다.


: 일자리창출법은 최저임금제도의 변화를 꾀하고 있어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고 들었습니다. 최저임금제도와 관련된 중요한 변화는 무엇인가요?


엔당: 일자리창출법은 주지사에게 최저임금(UM: Upah Minimum)을 정할 의무를 부여하지만, 시(Kota)/군(Kabupaten) 단위 지역별 최저임금(UMK: Upah Minimum Kabupaten/Kota)을 정할 의무는 없앴습니다. 그리고 지역의 업종별 최저임금(UMSK: Upah Minimum Sektoral Kabupaten/Kota)을 폐지했습니다. 최저임금을 지역별 물가인상과 경제성장을 변수로 집어넣은 특정한 공식으로 계산토록 했고, 구체적인 방안은 정부의 시행령(PP: Peraturan Pemerintah)에서 명시하도록 했습니다. 노동에 관한 2003년 제13호 법(UUK: Undang-Undang Nomor 13 Tahun 2003 tentang Ketenagakerjaan, 근로기준법 또는 노동법) 제89조 제3항은 주지사가 임금위원회(Dewan Pengupahan)의 추천을 근거로 최저임금을 정하도록 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일자리창출법에 의해 노동법 제89조가 폐기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주지사가 최저임금을 정하기 위한 토대는 권위 있는 통계 전문기관이 제공하는 노동 및 경제 상황에 대한 데이터뿐입니다(일자리창출법 제88C조 참조). 시/군 단위는 물론이고 주(Propinsi) 단위의 최저임금 결정 절차에서 임금위원회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습니다. 일자리창출법이 소기업과 영세기업(usaha mikro)에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확실히 명시한 점은 아주 새롭습니다. 소규모 사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체계적인임금 차별로 불이익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 그렇다면 일자리창출법으로 인한 최저임금제도의 변화가 노동자들에게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하겠군요?


엔당: 물론입니다. 노동자들에게 불리합니다. 우선적으로 주 지역 최저임금(UMP: Upah Minimum Propinsi)에 비해 상당히 높은 액수로 결정되는 시/군 지역 최저임금(UMK)의 혜택을 누리던 지역의 노동자들이 손해를 볼 것입니다. 자바섬의 경우를 보면 UMP만 있는 수도 자카르타특별주를 제외한 모든 주의 시/군에서 UMK가 매년 따로 정해져 왔습니다. UMK와 UMP의 비교를 위해 2020년 중부 자바주와 서부 자바주의 예를 표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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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지금까지 시/군단위 최저임금뿐만 아니라 업종별 시/군단위 최저임금(UMSK)과 업종별 주단위 최저임금(UMSP: Upah Minimum Sektoral Propinsi)도 있었잖습니까? UMSP는 UMP보다 더 높게 책정되었고 UMSK는 UMK와 UMSP보다 더 높게 책정되곤 했습니다. 일자리창출법이 업종별 최저임금을 폐지하였으니 이제 이런 이득은 사라지게 됩니다.

  추가적인 불이익은 노동 측의 대표자들이 더 이상 시장 가격 조사에 개입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정기적으로 수행되던 물품 가격 조사가 없어지면 최저임금 결정은 해당 지역의 실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됩니다.2)


: 일자리창출법은 계약직과 아웃소싱(outsourcing, 외주노동) 사용을 늘리는 효과도 주겠죠? 반대 시위에 참여하는 이들은 일자리창출법으로 인해 계약직으로 평생 전전하는 처지가 될 것이라고 말하던데, 이런 우려를 어떻게 보시나요?


엔당: 일자리창출법은 계약직의 근로 유형과 계약 기간을 상세하게 명시하지 않고 그런 것들은 나중에 정부시행령(PP)으로 정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정부시행령에 담길 내용에 대해 이미 회의적입니다. 노동자들은 지금 정부가 사업가 측 편의를 많이 봐주고 있다고 보고 있어서 앞으로 만들어질 정부시행령이 노동자의 이익을 확고히 보호해 줄 것이라고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을 매우 우려하게 만드는 것은 일자리창출법이 계약노동의 사용 기한을 명확히 제한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2003년 제13호 노동법은 계약 기간을 최대 3년으로 제한하였습니다.3) 그런데 일자리창출법은 계약 기한을 비롯한 모든 사안을 노동자와 사용자의 고용계약에 따르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규정은 큰 우려를 낳습니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인도네시아 노동자는 고용 계약 과정에서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며 협상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계약직 노동 관련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일자리창출법 제61A조 1항에 계약 기간이 끝난 노동자에게 고용주가 해직보상금(uang kompensasi)을 지급할 의무가 명시되었습니다. 이어지는 2항은 보상금액이 근속 기간에 비례하도록 명시하였습니다. 물론 다른 경우처럼 3항에서 더 상세한 규칙은 정부시행령에서 정한다고 미뤄두었습니다. 그러나 보상금 지급 조항이 그저 법 조항일 뿐 실행은 어려우리라 예상합니다. 실행 방법을 짐작하기 어려워 일종의 ‘사탕발림’(gula-gula) 조항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보상금을 계약 기간이 종료된 노동자들이 자동적으로 받을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계약서에 따로 명시되어 있어야 받을 수 있는 것인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알려면 관련 정부시행령을 기다려 봐야 합니다. 한편 일자리창출법 제66조는 아웃소싱 노동자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제66조 2항은 아웃소싱 노동자 보호, 임금 및 복지, 근로 조건, 그리고 발생하는 분쟁 조정은 법이 정한 바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며 그 책임이 아웃소싱회사(perusahaan alih daya: 인력제공회사)에게 있다고 했고, 3항은 계약 기간 중에 아웃소싱회사가 바뀌더라도 업무가 남아있는 한 아웃소싱 노동자의 권리가 보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만약 일자리창출법의 이런 조항들이 잘 지켜진다면 계약직 노동자와 아웃소싱 인력에게 제공되는 보호의 여지가 아직 남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만, 인도네시아에서 이런 법 조항의 집행은 대체로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 노동자를 위한 수당과 복지 측면에서 달라지는 것이 있습니까? 일자리창출법 반대 시위대는 생리 휴가나 출산 휴가 같은 모성 보호가 사라질 것이라 주장하던데, 과연 그런가요?


엔당: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큰 변화는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실업보험(Jaminan Kehilangan Pekerjaan)이 생겨서 조금 개선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말하는데 법의 실행을 의심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실업보험이 전에 없었던 것이기도 하거니와 이 보험의 재원이 국가재정 지출로 조달될 것이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의 경제 상황을 고려한다면 실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법 초안에는 여성들만의 휴가를 누릴 권리, 즉 생리 휴가와 출산 휴가에 관해 언급함으로써 변화를 꾀할 것 같았습니다만, 최종안에서 명시되지 않아서 이런 권리들은 노동법에 따라 그대로 존속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일자리창출법에서는 생리휴가와 출산휴가에 관한 설명이 없기 때문에 기존 노동법의 보장 규정이 유효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 계약직 노동에 대해서나 모성보호 측면에서나 사위대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면이 있는데, 그렇다면 정부가 주장한 것처럼 시위대들이 일자리창출법에 관한 가짜뉴스(hoax)에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시나요?


엔당: 정부가 지적한 일자리창출법안에 대한 가짜뉴스 유포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narasi)가 가짜인지 진짜인지 구별하려면 그 이야기가 만들어진 시점과 준거 문서를 알아야 합니다. 일자리창출법의 초안을 살펴보면 맞는 이야기지만 최종안을 보면 틀린 이야기가 됩니다. 국회의 법안 심의 과정에서 변경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일자리창출법의 초안에서 여성만을 위한 모성 보호 휴가 권리를 폐지한다는 조항을 담았다가 최종안에서는 빼버린 경우가 그렇습니다. 또한 계약직 노동자 관련해서 일자리창출법 초안은 근로기준법 제59조를 변경하여 계약직 노동의 사용 기한 규정과 사용 가능 업무 제한 규정을 모두 철폐했습니다만, 최종적으로 제정된 법은 근로기준법 제59조를 대체로 유지하면서 그 4항으로 계약직의 직무 유형, 근로 시간, 고용계약 연장의 기한 제한 등은 정부시행령으로 정한다는 규정을 추가했을 뿐입니다. 물론 이 조항에 의해 추후 제정될 정부시행령에서 이런저런 제한이 가해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 해고 관련 문제는 어떤가요? 일자리창출법에 따라 사용자가 지불해야 할 퇴직금이 줄었고, 앞으로 해고가 용이해질 것이라던데요.


엔당: 일자리창출법을 읽으며 제가 가장 실망했던 것은 고용관계중단(PHK: pemutusan hubungan Kerja) 절차와 관련된 것입니다. 앞으로 해고가 훨씬 더 쉽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노동자는 회사가 결정한 해고를 거부할 수 없게 됩니다. 회사 측에서 해당 노동자에게 통보만 하면 해고가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회사 측이 노동자를 해고하고자 한다면 그 노동자는 자신의 일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거의 없게 된 것이죠. 일자리창출법이 노동법 제155조를 폐지하였기 때문에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경영자에 의한 해고를 “무효화”(pembatalan) 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노동법 제155조 1항은 일정한 요건(151조 3항)을 갖추지 않은 해고는 “법적으로 무효”(batal demi hokum)라고 명시했습니다.4) 근로기준법 제155조 1항 덕분에 해고당하는 노동자에게 일정한 교섭 여지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노동자의 실수를 증명할 수 없거나 확실한 해고 사유를 제시하지 못하면 -이를테면 2년 내내 회사가 손해를 보았다든가- 노사관계법원(PHI: Pengadilan Hubungan Industrial, 간단히 노동법원)이 회사에 의한 해고를 무효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자리창출법이 노동법 155조를 폐지했으므로 해고의 무효화 여지도 이젠 없어지겠죠.

  또한 노동자들은 기존 노동법을 적용했을 때보다 퇴직금(pesangon)을 더 적게 받을 것입니다. 노동법은 퇴직의 원인에 따라 퇴직금이 다르도록 명시했는데 이제는 퇴직의 이유가 무엇이든 퇴직금이 같도록 변경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더하여 의료비와 이사비용 명목으로 퇴직수당 또는 근속수당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을 추가 지급하도록 명시했던 노동법 제156조 4c항도 없애버렸기 때문입니다.


: 지금까지 살펴본 일자리창출법은 궁극적으로 노동운동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엔당: 노동운동과 관련하여 볼 때 일자리창출법이 가한 중요한 변화는 노동조합이 최저임금의 결정과 무관해진다는 것입니다. 물론 최저임금결정에 관한 정부 시행령을 기다려봐야 하지만, 주 단위와 시/군 단위 임금위원회(Dewan Pengupahan)의 격하된 지위는 기본적으로 달라지지 -이를테면 노동법의 규정으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노동조합을 절단 낸 것과 같아요. 왜냐하면 이러한 정부 정책으로 인해서 노동조합연맹들이 최저임금을 인상시키는데 기여할 수 없다면 조직에 대한 회원들의 실망이 아주 클 것이기 때문입니다. 노동자들이 자기 회사 측과 임금 인상을 교섭할 수 있지만, 사업장 단위의 노동조합이 교섭력이 약하거나 자기 회사의 경영자들이 정부가 정한 최저임금에 딱 맞춰서 임금을 지급하려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에 크게 기대고 의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제 노동조합들이 각 사업장에서 투쟁하지 않으면서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려 주리라 믿고 있을 수는 없게 된 것이죠.

  많은 이들이 조코위 정부가 일자리창출법과 여러 정책을 통해서 기업가 편을 너무 들어준다며 실망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실망은 -물론 일부 노조는 정부 편이지만- 실로 엄청납니다. 일자리창출법 제정에 이어서 2020년 인력부장관회람서신(SE Menaker No.M/11/HK.04/X/2020)을 통해 2021년 최저임금은 2020년 최저임금과 동일할 것, 즉 2021년 최저임금의 동결을 공표했기 때문입니다.

  노동조합의 투쟁은 계속 힘겨울 것입니다. 회사 측이 계약직과 아웃소싱 노동자를 더 쉽게 채용할뿐더러 노동자를 더 쉽게 해고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변화는 노동조합의 회원수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연한 노동관계와 손쉬운 해고의 맹공격을 받으며 노동조합이 조합원을 지켜낼 수 없을 때 노동조합의 가장 기본적인 힘도 상실될 것이 확실합니다. 노동조합의 힘은 회원 수에 있다는 여러 이론들이 알려주듯이, 노동조합이 노조원을 지탱하지 못한다면 당연히 노동조합이 약해져서 노동자의 이익에 어긋나는 정책에 맞서는 교섭 능력도 사라지게 되겠죠.


: 이렇게 매우 불리하게 전개되는 정책 변화에 맞서 노동운동은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엔당: 노동운동이 구사해야 할 전략에 관해서는 저도 지금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아직 잘 모르기에 답하기 어렵습니다. 노동조합들이 여전히 분열되어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양한 노동조합 연맹의 이름으로 쪼개져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와 국회를 상대하는 입장에 따라 또한 분열되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국가를 상대하는 입장에서 세 부류로 나눠져 있지요. 즉, 정부의 어떤 정책이든 완전히 지지하는 첫 번째 부류,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지 않으나 정부나 국회와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두 번째 부류, 정부의 노동 정책을 거부하며 정부나 국회와 소통하지 않는 세 번째 부류. 이렇게 세 부류로 나눠진 상황은 노동조합 진영이 정부 정책에 최대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 최대한 응집하는 것을 아주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그동안 일자리창출법 제정에 반대했던 사람들의 투쟁들에 대해 부연하실 말씀이 있으면 어떤 것이든 남겨주세요.


엔당: 고용창출 옴니버스법 제정 거부 운동은 처음부터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사실 일자리창출법이라는 명칭 자체가 그 이름을 갖고 말장난하는 방식으로 전개된 사회적 저항의 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법안(RUU: Rancangan Undang-Undang)의 처음 명칭은 찝따 라빵안 꺼르자(Cipta Lapangan Kerja)에 관한 옴니버스법안이었지만 나중에 찝따 꺼르자(Cipta Kerja)에 관한 옴니버스법안이라고 바뀌게 됩니다.5) 노동자, 대학생은 물론이고 학자들까지 집단적인 방식으로 찝따 라빵안 꺼르자를 찔라까(CILAKA)라는 줄임말로 만들어 불렀기 때문입니다. 찔라까(cilaka)는 자바와 순다 말로 인도네시아어의 쩔라까(celaka: 재앙, 고난, 역경, 불운, 불행, 저주)와 같은 뜻입니다. 이 캠페인이 아주 효과적이었습니다. 아주 자극적이고 기억하기 쉽기 때문이었죠. 결국 정부는 명칭을 찝따 꺼르자 법안으로 변경해야 했습니다. 다른 유형의 저항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감안하여 각종 현수막 내걸기, 소셜 미디어에 글 올리기, 온라인 세미나 개최하기 등의 방식을 통해 전개되었습니다.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위를 다양하게 전개한 것은 물론이고요, 특히 노동조합 측이 여러 분파로 갈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위를 계속 벌였지요. 노동자들은 법안 심의 초반부터 여러 가지 방식으로 거부 행동을 전개했습니다. 시위, 국회 청원, 포스터 제작 배포에다가 심지어 무슬림합동기도회(istigosah)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노동자들의 저항은 노동조합연맹의 본부, 지부, 사업장 단위의 모든 층위에서 전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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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기본적으로 시민사회(masyarakat)의 다양한 그룹들이 거부 행동을 전개했다고 보아야 합니다. 어민 단체, 농민 단체, 농지 개혁을 주장하는 단체, 아닷(adat: 관습법)을 지키는 지역주민 단체들과 여러 학문분야의 학자들이 일자리창출법안에 대한 거부에 동참했고, 나흐다툴 울라마(NU: Nahdatul Ulama)와 무함마디아(Muhammadiyah) 같은 이슬람단체를 비롯한 대중적 종교단체들도 -이 단체들은 교육 관련 개정 사안에 초점이 있었지만- 거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렇지만 시위를 계속적으로 전개할만한 에너지와 인원을 지닌 측은 노동자와 학생조직이었습니다. 여기엔 중등교육과정의 학생들도 포함됩니다. 그런데 가끔 폭력이 수반되는 시위에 기술계 고등학교 아이들이 참여한다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에 관하여 시민사회 내부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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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위와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리는 거부 행동 외에 법안의 조항들이 지닌 문제를 일일이 비판하면서 법 조항의 개선을 제안하거나 노동 분야 개정안 전체의 철폐를 요청하기 위해 국회에 의석을 가진 정당들과 정부에 대한 지속적 로비를 전개한 노동자 조직과 학자 집단도 있었습니다. 국회가 일자리창출법안 심의 회의장을 계속 바꾸었지만 참관하려는 이들이 매번 도착했고, 이 역시 반대 실천의 일환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일자리창출법안은 통과되고 말았습니다. 법이 만들어졌지만 거부 투쟁은 아직 멈추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도 매주 대통령궁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일부 조직들은 헌법재판소에 사법 심사를, 국회에는 입법심사(legislative review)도 요청하였습니다.6)


인터뷰를 마치고


전제성: 일자리창출법의 제정으로 인한 파장을 온전히 가늠하기엔 아직 이르다. 법률 조항의 해석과 비교가 더 필요하고 곧 제정될 정부시행령이나 대통령령을 기다려봐야 한다. 그리고 법의 조항들이 집행 과정에서 어떻게 관철 또는 굴절되는지도 앞으로 살펴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노동권에 대한 영향과 관련하여 현지의 노동 편에서 관심을 갖고 우려하는 사안들이 어떤 것인지 대체로 파악할 수 있었다.

  현지의 노동변호사 겸 활동가인 엔당 로카니는 노동자의 권리와 이익을 침해하는 변화로서 지역별 최저임금제도에서 업종별지역최저임금이 폐지되고 기초단위(시/군단위)지역최저임금의 제정이 의무에서 제외된 점,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지역별 임금위원회의 추천을 반영하는 절차를 삭제한 점, 소기업과 영세기업의 최저임금 준수 의무를 면제한 점, 계약직(기간제) 사용기한을 고용계약의 자율에 맡긴 점, 서면 통보만으로 해고가 가능해진 점, 퇴직금이 삭감된 점 등에 주목하였다. 계약직 근로자에 대한 퇴직보상금 지급, 아웃소싱 노동자 보호 명시, 실직보험 신설 등은 노동 측에 유리한 조항들이지만 그 실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보았다.

  그 사이 우리 공관도 일자리창출법 제정으로 인한 노사관계 변화를 분석한 정보를 대사관 홈페이지에 게시하였다(주인도네시아대한민국대사관 2020). 우리 공관의 노무관은 엔당이 지적하지 않은 노사관계 관련 변화에 대해서도 세부적으로 적시하였는데, 대표적으로 외국인력 고용허가 면제 대상의 확대, 초과근로시간 한도의 확대(하루 3시간 주간 14시간 한도에서 하루 4시간 주간 18시간 한도로 변경), 6년간 근속한 근로자에게 최소 2개월간 장기휴가 부여 조항의 삭제, 주된 업무나 생산 활동에 아웃소싱 사용 금지 규정 삭제, 회사 파산 또는 청산 시 일반 채권보다 임금 우선 지급 규정, 해고 가능 사유로서 기업 합병 및 분리, 경영효율화나 근로자의 구속 등 다양하게 새로이 명시, 근로관계 해지 사유에 따라 보상금이 달리 가산되던 조항 삭제 등이다. 이런 안내는 본 인터뷰와 함께 읽어볼 가치가 있는 선제적 정보라 할 수 있다.

  사업가 편의 분석을 제공하는 현지 로펌의 설명도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다(SSEK 2020.12.04). 다국적 변호사들이 참여하는 이 로펌은 엔당처럼 정규직 해고 절차의 변화를 가장 중시하였다. 물론 취지는 정반대였다. 인도네시아에서 드디어 고용주가 “일방적으로 해고할 권리(right to unilaterally terminate employment)”를 얻게 되었고 이로써 노동자의 교섭력을 “부당하게”(unfair) 높여준다고 재계가 오랫동안 문제 삼았던 절차가 폐기되었다고 평가하였다. 계약직 사용 기간의 제한 폐지를 “매우 중요한 변화”로 보았고, “특정한 프로젝트의 완료”를 근거로 계약직 노동자의 해고가 가능해진 점도 소개했다. 정규직 퇴직금 삭감을 비롯한 퇴직금 계산 방식 변화는 소개만 했으나 계약직 노동자 퇴직금 지급에 대해서는 “매우 중요하고 논쟁적인(controversial) 변화”라고 표현했다. 실직자에게 6개월 봉급 이하의 현금 지급을 계획하고 초기 자금은 정부가 제공한다는 내용으로 국가사회보장시스템에서 실업보험을 창설하겠다는 조항들에 대해서는 “매우 야심찬(ambitious) 변화”라고 언급했다. 최저임금결정제도의 변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2021년 최저임금 동결에 관한 장관 서신, 코로나19로 인한 최저임금 유예 관련 절차만 간단히 소개하였다. 이런 로펌의 법 해석도 엔당 인터뷰와 함께 비교해 볼 가치가 있다.

  시일이 흐르며 다양한 분석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번 인터뷰의 특별한 가치는 노동조합운동의 개입과 후폭풍도 함께 살펴본 점이라 할 수 있겠다. 엔당은 일자리창출법 제정 과정에서 전개된 노동조합과 시민사회의 거부 행동을 사진과 문서 자료와 함께 상세히 전달하였다. 이러한 저항을 통하여 노동조합 진영은 완패를 면할 수 있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엔당은 그 시행 가능성을 의심하지만, 기간제 근로자 해직 시에 보상금 지급이나 실업보험을 신설한 것은 분명히 노동 측에게 유리한 조항이다. 우리 공관의 노무관이 지적하였듯이 법의 원안에서 기간제(계약직) 근로자의 사용사유 제한을 폐지하고자 했으나 유지되었고, 생리·질병·결혼 등으로 인한 유급휴가 보장 규정을 삭제코자 했으나 최종안에서는 유지되었다(주인도네시아대한민국대사관 2020). 노동조합의 저항이 강했기 때문에 절충된 부분들이 있고 그런 만큼 이번 싸움에서 노동조합 진영이 완패한 것은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한인기업 경영자들이 일자리창출법이 애초의 기대만큼은 못하다고 여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지만 엔당은 노동조합운동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엔당이 설득력있게 강조한 근거는 크게 두 가지로서, 첫째는 이번 입법과정에서 노동조합운동이 크게 세 쪽으로 갈린 것이고 둘째는 지역별 최저임금 결정 절차에서 임금위원회의 무력화이다. 이런 상황의 심각성은 이전 시기 노동조합운동이 보여준 역동성을 떠올려본다면 잘 이해될 수 있다(전제성 2013; 2016). 인도네시아 노동조합운동은 수많은 노조연맹들로 분립되어 있지만 사안별로 광범한 연대를 형성함으로써 방어적 효과성을 발휘해 왔었는데 이번에는 그러하지 못했다. 더구나 엄중한 국면에 노정된 심각한 분열의 경험은 앞으로 노동조합 진영 내부의 깊은 반목을 조성할 수도 있겠다. 최저임금결정에서 임금위원회를 통하여 노조연맹들이 노동자 대표성을 발휘하고 위력을 과시해 왔는데, 임금위원회가 절차에서 배제된다면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조직의 힘과 가치를 증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변화의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도 문제이다. 이번 입법 과정 전반에서 정부나 국회가 예전과 달리 대다수 노동조합연맹들을 포괄하는 ‘사회적 대화’를 중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권 수호를 위한 전국적인 대표기관으로서 노동조합연맹들의 위상에 이미 심각한 타격을 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정부가 기존 관행과 달리 전국적 수준이든 지방적 수준이든 노동조합을 폭넓게 포괄하고 배려하지 않는 정책을 계속 펼친다면, 이런 ‘낯선 배제’의 굴레를 앞으로 노동조합 진영이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자리창출법이 노동권이나 노사관계를 넘어서 엄청 다양한 분야와 관련된 법이기 때문에 앞으로 관련 연구들도 많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관련된 산업분야만 열거해도 농업, 어업, 임업, 광물, 석탄, 석유 및 천연가스, 전력, 원자력, 건설, 철도, 항공, 영화, 방송, 보건, 병원, 방위산업 등에 걸쳐 있다고 한다(이대호 2020). 이런 산업부문의 사업 허가 및 규제의 완화는 노동권 약화뿐만 아니라 환경 침해 문제와도 깊이 연관되어 있다(이슬기 2020). 환경 침해 문제는 침해당하는 환경과 연동되어 살아가는 주민들의 생계와 권리도 타격할 것이다. 그래서 일자리창출법이 대대적인 “인권의 위기”를 초래하는 반면에(Usman and Ary 2020), 사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특권층의 배만 불릴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 제기되고 있다(Aulia 2020). 그런데 이런 후퇴를 대가로 지불하고 법의 명칭대로 ‘일자리 창출’이 괄목할만하게 이루어 질 것인가?

  수업 중에 전북대 학생들에게 인도네시아 일자리창출법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우리 학생들의 의견은 팽팽하게 갈렸다. 입법을 지지하는 절반의 학생들은 일자리를 위해서 권리는 유보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투자진흥법’이 적절한 명칭인데 왜 일자리창출법이라 이름 지어 논란을 키웠을까 생각했었는데, 우리 학생들의 지지의견을 들으니 오히려 정부가 이름 덕을 본 것 같다. 그런데 권리보장만 후퇴하고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면, 이 법은 반대 캠페인 용어처럼 민중들에겐 “재앙”(celaka)일 것이다. 논쟁적인 옴니버스 법의 제정은 정착된 법률과 관행을 흔들어 투자자들이 싫어하는 불확실성을 유발함으로써 외국인 투자가들을 망설이게 만들 것이므로 투자 여건 개선을 통한 고용창출이라는 입법취지의 실현 가능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무디스의 우려가 이미 보도되었다(The Jakarta Post 2020.10.09). 더 주목할 만한 주장은 최근 수년간 투자와 고용 추이에 대한 분석에 근거한 비관이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인도네시아에서 투자 실현은 계속 증대하였다. 이를 근거로 파이살 바스리(Faisal Basri)같은 저명한 경제학자는 옴니버스법을 무리하게 제정할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했다(VOI 2020.12.08). 그런데 더 중요한 지적은 같은 시기에 투자만 증대하고 신규채용은 계속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일자리 창출을 원한다면 투자 유치가 아니라 어떤 투자인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돌이켜 살펴보니 최근 투자 증대의 주역은 제조업이 아니라 3차 산업(서비스 부문)이고, 인프라(건설, 통신, 교통, 전력 등)와 농장, 광업, 산림 부문이 가세하는 형국이었는데, 이런 부문들은 대체로 고용의 양과 질에서 취약하다는 것이다(Aulia 2020). 이로부터 두 가지 어두운 가능성이 제시될 수 있다. 일자리창출법이 증대시킬 투자가 고용을 크게 증대시키지 못할 것이고, 기존의 제조업 일자리의 질만 추락시킬 것이라는 우려이다. 과연 그러할지 우리는 앞으로 수년간 더 추적해 봐야 할 것이다.

  이런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입법을 추진한 동기는 무엇일까? 대통령의 말처럼 ‘인도네시아 노동인력의 다수는 교육수준이 낮기 때문에 그런 인력을 위한 일자리가 많이 필요하다’는 명목적 취지 외에 또 다른 동기가 있을까? 이번 일자리창출법 제정 과정에서는 인도네시아 입법 과정의 미덕이라 할 수 있는 숙의적 절차로서 사회적 대화 혹은 무샤와라(musyawarah)의 관행이 중시되지 않았다. 법안의 내용이 과정은 물론이고 통과 이후에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큰 혼란을 초래했다. 혼란의 원인은 정부와 의회가 제공했으나 정부는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불순한 배후세력들이 시위대를 조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도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숙의과정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익집단을 포괄적으로 참여시키지 않아 학생들의 거리 정치가 부활하고 그에 대해 배후 세력 운운하는 정부의 태도는 과거 수하르토 독재 시대의 통치와 언술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Aspinall 2020). 그런데 과거 회귀적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새로운 배경도 있어 보인다. 일자리창출법 제정 과정에서 조코위 대통령은 ‘흙수저 출신’보다는 ‘사업가 출신’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7) 국회의 협조도 두드러졌다. 9개 정당 중에 2개 정당만 법안에 반대했을 뿐이라니(한국일보 2020.10.22), 대통령과 각료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 역시 사업친화성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정당보다 금전과 개인이 더 중요한 영향력을 발하도록 선거제도가 변한 뒤에 인도네시아의 청년정치인들이 금수저 사업가 출신들로 채워졌다는 최근의 분석(서지원 2020)은 사업친화적 일자리창출법의 제정 배경을 인도네시아 선거정치의 변화 측면에서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지난 20여 년간 인도네시아 정치에 역동성을 불어넣었던 정당정치와 시민사회의 상호작용은 이렇게 퇴조하고 있는 것인지, 이런 식의 새로운 정치가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삶을 어떤 방향으로 몰고 갈 것인지 앞으로 더 살펴봐야겠다.




* 각주

1) 수하르토 집권기 단일노총이었고 민주화 이후 최대노총으로 간주되는 KSPSI는 몇 해 전에 리더십 승계문제로 양분되었으나 조직 명칭을 여전히 동일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위원장이 누구인지로 구분하여 요리스의 KSPSI와 안디 가니의 KSPSI라 부르곤 한다.

2) 최저임금을 구성하는 생필품 목록이 법으로 정해져 있고 그 지역별 가격을 반영하여 지역별 최저임금이 결정되어 왔다. 생필품의 지역별 가격은 지역별 임금위원회에서 조사와 협의를 통해 정한다. 임금위원회에서 노동조합 측 대표들은 가격 조사 결과를 무기로 경영자단체 측의 가격 조사 결과와 대결하며 최저임금 교섭을 수행하곤 했다. 그 교섭 결과가 임금위원회 권고였던 것인데, 일자리창출법은 임금위원회의 권고를 받는 절차를 삭제했다. 따라서 노동조합들은 기존의 교섭 전략을 사용할 수 없으며 노동조합의 노동자 대표성도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3) 계약직 사용기간에 대한 현행 법적 제한은 “2+1+2 법칙”이라 불린다. 2년 계약하고 1년 연장 가능하다. 그 인력을 다시 사용하려면 30일 간격을 둔 뒤에 2년 더 고용할 수 있다고 한다. 엔당의 최대 계약 3년은 30일 간격 이전의 2+1을 말한 것 같다.

4) 노동법 제151조 3항은 노동자와의 협의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노동분쟁조정기구의 결정을 통해 근로관계를 종결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즉 해고당하는 노동자가 합의하지 않으면 노동분쟁조정 절차를 수개월간 거쳐야 한다. 이에 근거하지 않은 해고는 무효라고 명시한 것이 155조 1항이다. 요컨대 기존 노동법에 따르면 노동자와 합의를 해야 해고 절차가 신속 간편한 것이다.

5) ‘찝따’는 만들다/창출하다는 뜻이고, ‘꺼르자’는 일/직업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찝따 꺼르자’ 법안은 단순히 ‘일거리/일자리를 창출하는’ 법안을 뜻할 것이다. 그런데 운동장/필드/마당이라는 뜻의 ‘라빵안’이 더해진 ‘라빵안 꺼르자’는 일거리가 한데 모인 마당이나 일자리가 생성되는 공간을 뜻하는 것일 테니 ‘찝따 라빵안 꺼르자’는 일자리 관련하여 좀 더 집합적이고 기본적인 여건을 창출한다는 정책적 함의가 담겼던 명칭으로 간주할 수 있겠다.

6) 헌법재판소 제소는 11월 3일에 공식 접수되었으며 사이드 이크발(Said Iqbal)이 이끄는 KSPI 노총과 안디 가니가 이끄는 KSPSI 노총이 주도하였다(VOI 2020.12.08).

7) 석탄 광업의 치명적 횡포와 정치인 관련성을 다뤄 2019년 선거 과정에서 크게 주목받았던 다큐멘터리 Sexy Killers는 광산업과 깊이 연관된 정치인들을 지목하면서 조코위 대통령도 포함시켰다. 유튜브에 전체 영상이 무료 공개되어 있는데(Watchdoc Image 2019), 석탄광업과 정치인 연계망은 영상의 마지막 부분에서 펼쳐진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워치독은 올 해의 광주인권상 특별상 수상단체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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