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0.06.24
수정일
2023.01.12
작성자
동남아연구소
조회수
634

[4] 한국 대학의 동남아교육 실태와 개선 방안 ㅣ 전제성·김현경·박사명

[4] 한국 대학의 동남아교육 실태와 개선 방안 ㅣ 전제성·김현경·박사명 첨부 이미지


초록


정부의 신남방정책 추진으로 한국에서 동남아 연구 및 교육은 최대 호기를 맞이하고 있으나, 국내 대학의 동남아 교육은 전공과 과목 개설의 측면에서 여전히 희소하고 지역적으로 편중되어 있는 저발전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동남아 관련 교육의 심화와 확산을 통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없다면, 신남방정책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지역적 확산 효과를 갖는 국립대부터 동남아지역학 관련 학과(전공)의 창설, 교과목 신설, 언어교육의 혁신에 나서야 한다. 정원의 유연성이 적은 국립대는 학부 연계전공과 대학원 협동과정의 창설이라는 우회로를 고려할 필요도 있다. 동남아언어교육을 교수와 수강생 양측이 공히 부족한 한국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방학 중 집체교육이 적절한 출로일 것이다. 대학의 교육과정을 국가적 목표에 조응시키기 위해 정부는 부처별로 대학 교육 지원 사업을 다양하게 가동하고 있는데, 신남방정책 추진 관련 기관들도 동남아지역학 교육과정의 확산을 원한다면 기존의 교육과정 지원 사업들을 연구하여 독자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리 동남아학계도 정부만 바라보지 말고 선제적이고 창의적인 동남아지역학 교육 방안을 고안 실천하며 그 성과와 과제를 집단적 논의 주제로 삼아 수시로 공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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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 속의 빈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11월 25일 부산에서 개최된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 환영 만찬사에서 “아세안의 꿈이 한국의 꿈"이라고 역설하였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이런 강도의 발언은 사상 최초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세안 사람들의 꿈은 무엇인지, 꿈을 이루기 위한 분투의 과정은 어떠한지, 우리는 그들과 함께 어떻게 꿈을 이룰 것인지 우리는 알고 있을까? 동남아의 역사, 정치, 외교, 사회, 경제, 환경, 그런 맥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질과 양태에 관한 학습과 연구의 증진 없이는 ‘사람 중심의 신남방정책’이란 실효성 있는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공허한 사상누각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

  가히 한국의 동남아 연구와 교육은 정부 차원의 신남방정책의 추진으로 ‘단군 이래 최대의 호기’를 맞이하고 있다. 신남방정책은 기저에서 전개되는 동남아와 한국 관계의 눈부신 발전이 외교적으로 투영된 결과이다. 한국 경제에서 동남아는 무역 2위(1위 중국), 투자 2위(1위 미국), 건설공사 1위(2위 중동), 노동 2위(1위 중국), 한류 3위(1위 일본, 2위 중국), 관광 1위 등 막중한 위상을 차지한다. 동남아의 중요성은 경제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반도 평화와 동아시아의 세력 균형을 위해 한국과 동남아의 연대가 중요하다는 인식의 확산도 필요하다(전제성 2017).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남아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모순의 노정은 ‘주변4강’에만 매달리는 학문적 사대주의 탓이 크다. 연구와 교육의 중심인 대학의 책임이 막중하다. 대학이 달라져야 사회적 인식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학은 달라지지 않고 있으며 특별한 처방 없이는 조만간 달라질 것 같지도 않다. 우리는 대학을 변화시키기 위한 구성원의 노력뿐만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특별한 처방도 요구한다.1)


동남아 관련 교육 실태: 희소성과 편중성


1.동남아 관련 학과(전공) 현황

  현재 우리 대학의 동남아 11개국 관련 학과(전공)는 15개뿐이지만 중국 학과(전공)은 255개, 일본 학과(전공)은 181개다(표 1). 무려 8만을 넘는 재중ㆍ재일 유학생까지 감안한다면 그 불균형은 너무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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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남아 15개 학과 및 전공은 대부분 한국외대와 부산외대에 개설되어 있다. 지리적으로는 청운대 베트남학전공을 예외로 하면 수도권과 부산에 국한되어 있다. 교육과정은 어학이 중심이며, 지역학적 경향성을 표방하는 곳은 서울대 동남아시아언어문명전공 뿐이다(표 2).

  지난 수십 년간 동남아가 신흥지역으로 부상한다거나 블루오션이라거나 동아시아지역협력의 중심이라거나 다문화현상과 이주의 시대에 대처하자면서 동남아 관련 교육의 필요성이 다각적으로 강조되어 왔지만, 대부분의 대학은 전혀 달리지지 않았던 것이다. 특별한 동기부여 정책이 없다면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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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동남아 교과목 개설 현황

  우리나라 대학에는 동남아 관련 학과 뿐만 아니라 동남아 관련 과목도 희소하다. 거점국립대 학부의 교과목 개설 현황부터 살펴보자(표 3). 서울대가 동남아 관련 과목을 27개나 개설한 점이 예외적으로 돋보인다. 최근에 서울대에 아시아언어문명학부와 그 산하의 동남아시아언어문명전공이 창설된 덕분이다. 이 하나의 전공에서 동남아 교과목을 21개 개설하고 있다. 반면에 지방거점국립대학의 경우를 보면 처참한 수준이다. 9개 지방거점국립대학에서 개설한 동남아 관련 과목이 14개에 불과하다. 5개 과목을 개설한 전북대가 예외적이고 나머지 대학은 1-2개 과목뿐이거나 심지어 과목이 없는 대학도 있다. 서울대와 지방거점국립대 사이의 격차는 동남아 학과(전공)의 존재 유무에서 결정적으로 기인한다.

  거점국립대 대학원 교과목 개설 현황(표 4)은 더 심각하다. 대학원 교과목은 관심 환기 수준을 넘어서는 전문적인 지식 전수와 학문후속세대 육성이 추진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본적인 지표로서 중요하다. 그런데 9개 지방거점국립대학의 대학원 전체에서 개설된 동남아 교과목이 7개에 불과하고 동남아 과목이 없는 곳도 4개 대학에 달했다. 이러한 현상은 기본적으로는 대학에 동남아전문 교원이 희소하고 동남아 관련 학과나 전공이 부재하기 때문이지만, 그렇다고 이런 현상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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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동남아 언어교육 현황

  동남아학 육성을 위해서 현지어 교육은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에서 동남아언어교과목을 가시적인 규모로 개설한 대학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동남아 언어교육의 선봉은 한국외대와 부산외대이다. 후발주자로서 서울대는 동남아시아언어문명전공의 노력 덕분에 11개 언어과목을 개설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런데 9개 지방거점국립대학 가운데 7개 대학은 어떠한 동남아 언어 교과목도 개설하지 않고 있다. 지방거점국립대 중에 전북대가 인도네시아어 초급수준의 강의를, 경북대가 베트남어를 교양강의로 개설하고 있을 뿐이다(표 5).

  동남아언어교육 역시 수도권과 부산에 집중되는 지역적 편중성을 노정하고 있다. 특수외국어교육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한국외대와 부산외대 등 일부 대학이 동남아 언어교육 관련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 사업의 결정적 약점도 지역적 편중으로 인한 확산성의 결핍이다. 크메르어나 타갈로그어 등 일부 언어의 경우 교원과 수강생 모두 희소한 문제도 안고 있다. 결국 동남아언어교육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더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교육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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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방안


1. 동남아학 전공 교육과정 신설

  사립대학ㆍ어학전공에 편중된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15개에 불과한 동남아 학과 및 전공을 대폭 증설하고, 전공과목도 역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분야를 두루 포괄할 수 있도록 확충되어야 한다. 즉, 학과를 초월하여 학제적인 지역연구를 교습하는 동남아지역학과(전공) 창설이 하나의 지름길이다.

  우리나라에서 동남아 관련 고등교육을 확산시키려면 국립대부터 변하기 시작해야 한다. 현재 지방거점국립대학 가운데 동남아 학과나 전공이 개설된 대학은 한 곳도 없다. 신남방정책이라는 국가전략은 물론이고 다문화 현상이라는 지역사회 필요에도 부응하지 못하는 매우 수구적인 현상이다. 거점국립대학들이 안일한 완몽에서 깨어나 동남아학과나 전공을 설립하기 시작한다면 전국 도처의 다른 대학에 대한 확산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새로운 학과 창설은 학생과 교원을 필요로 한다. 동남아 교육과정 증설을 단기간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립대 신입생과 교원의 수를 늘여주는 하향식 정책이 최선이다. 국립대에서 새로운 학과를 개설하려면 학부 신입생 정원을 배정받아야 한다. 국가적 필요에 따라 신산업분야 첨단 학과 신설이 권장되는 것처럼 신남방분야도 정부가 의지를 갖고 정원을 특별 배정해야 학과 창설이 순조롭게 실현될 수 있다.

  차선은 대학 스스로 내적 결의를 통해 추진하는 방법이다. 정부가 학생 및 교원 정원을 특별히 늘려주지 않는다면 다른 학과, 특히 정원 미충원 학과로부터 정원을 넘겨받아야 한다. 그런데 거점국립대에서 입학 정원을 충족하지 못하는 학과는 없다. 그렇지만 중도 이탈과 편입생 부족으로 인해 학과별 결손인원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학과로부터 결손 인원을 넘겨받는 식의 해법은 학내 결의와 동의가 이루어진다면 가능할 것이다. 교육부의 “2021학년도 대학 학생정원 조정계획 보완사항”이 이런 방식으로 첨단 분야 학과의 신설 및 증원을 가능토록 유도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가 참조해야 할 것이다.


2. 학부 연계전공과 대학원 협동과정 창설

  신입생 정원에 제한을 받지 않으면서 교육과정을 신규로 설립할 수 있는 방안은 학부 연계전공과 대학원 협동과정 창설이다. 주관 학과가 다른 학과 1개 이상의 동의를 구해 설립안을 제출하고 대학의 학무회의만 통과하면 창설이 가능하다. 연계전공은 2학년 이상의 학부생이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으로 선택하는 전공이어서 학부 신입생 정원과 무관하다. 협동과정은 대학원 신입생을 모집하나 대부분의 대학에서 정원이 남아돌아 정원배정에서 갈등적이지 않다. 연계전공 창설은 학부생의 선택권을 증대시키고 다양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협동과정 창설은 대학원 재학생을 증대시켜 대학 재정에 도움을 준다는 측면에서 대학의 정책결정자들이 기본적으로 환영하는 입장을 취한다.

  그런데 연계전공은 최소 42학점, 협동과정은 최소 36학점의 교과목을 편성해야 한다. 그리고 2개 학과 이상에서 교원 6명 이상을 참여교수로 확보해야 한다. 이런 일을 교원 중에 누군가 나서서 해야 한다. 기성 학과에 소속된 교원들에게 연계전공이나 협동과정의 창설과 운영은 부가적인 노동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교원의 동기부여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누군가 나서더라도 혼자서는 연계전공이나 협동과정을 만들 수 없다. 다른 학과에 동남아전문 교원이 존재하고 호응해야 한다. 동남아 과목이 희소한 상황이라면 신규 과목을 개설해야 하고, 그러려면 규정과 관행을 따지는 대학 본부 실무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따라서 외부 지원금이라는 특별한 인센티브 없이는 이러한 난관을 모두 돌파하기가 쉽지 않다.

  작년에 종료된 교육부의 학부교육선진화(ACE)사업은 대학별로 융복합 교육과정을 창설토록 유도한 바 있다. 전북대의 경우 이 사업의 수주를 위해 대학 본부가 융복합 연계전공마다 매년 2천만 원씩 4년간 지원한 결과 동아시아·다문화연계전공을 포함하여 4개 연계전공이 신설될 수 있었다. 지원금은 전공 교육과정 개발연구비, 신규 전공과목 개발연구비, 전문가자문 및 특강료, 웹사이트 개설비, 회의비, 교육조교(TA) 장학금 등으로 사용되었다. 정부 지원의 더 두드러진 성과는 서강대 대학원에 동남아지역학협동과정이 창설된 사례이다. 한국연구재단이 인문한국(HK) 사업으로 연간 10억씩 10년간 지원한 결과였다.

  전북대의 경우와 서강대의 경우를 비교하자면 전임교원의 고용지원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전북대는 동남아를 포함하는 동아시아 다문화 연계전공을 창설하였지만 동남아 전문 교원의 부족으로 인하여 동남아학 전공으로 특화 발전시킬 수는 없었다. 반면에 서강대는 동남아학 전임교원 5명을 채용해야하는 HK지원사업의 요건 덕분에 동남아 전문 교육과정이 탄생할 수 있었다. 연계전공이나 협동과정이든 그 전공을 전담하는 전임교원이 단 한 명이라도 채용되어야 전공의 지속성, 안정성, 전문성이 담보될 수 있는 것이다.


3. 동남아 교과목 신설 및 언어교육 혁신

  동남아학 전공이 창설된다면 교과목 개설과 언어교육의 시행이 뒤따르게 된다. 그런데 당장 전공 창설이 어렵다면 교과목을 개설하고 비교과 언어교육 프로그램을 가동시키는 작업에 돌입해야 한다. 그런데 국립대는 과목 신설조차 학과별 과목 총량 제한의 규제를 받고 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기존 강좌를 폐지해야 신설이 가능하다. 그러나 외부 지원이 있을 경우 규제가 유연해진다. 전북대의 경우 외부 자금을 지원받는 연계전공 신설 과정에서 전공별 5개 과목의 신설을 허용한 바 있다.

  동남아학 과목 신설은 과목 총량 규제의 문제만이 아니라 교수 요원의 부족 문제에 의해 제한받는다. 지방국립대의 동남아전문 교원은 전북대 2명, 강원대 2명, 창원대 2명, 부경대 2명, 경상대 1명, 목포대 1명뿐이다. 과목을 책임지고 지속적으로 강의할 수 있는 교원이 없고 강사조차 구하기 어렵다면 과목을 개설하기 어렵다. 교수 요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동남아학 과목을 확산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여러 외부 전문가들의 특강으로 내용이 구성되는 팀티칭 강의를 구상해 볼 수 있다. 물론 이럴 경우 특강비와 조교인건비 등을 충당해주는 소액의 외부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동남아언어교육의 혁신 없이 동남아학의 육성은 기대할 수 없다. 다행히 동남아언어교육의 혁신은 방학 중 집체교육 방식으로 지난해 여름부터 실험 중에 있다. 전북대와 부산외대가 영호남 협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동남아언어캠프가 그것이다. 여름방학 중에 전북대에서 동남아 5개 언어(베트남어, 말레이인도네시아어, 태국어, 미얀마어, 크메르어)를 전국에서 모여든 125명에게 교육한 바 있으며, 올 여름에는 8월에 부산외대에서 교육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부산외대가 함께하는 전북대 동남아언어캠프는 동남아언어교육의 강사와 수강희망생 분포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미국의 동남아연구여름학교(SEASSI: Southeast Asian Studies Summer Institute) 프로그램을 응용한 것이다. 그렇지만 4주간 80시간 교육하고 정규 학점이 부여되는 SEASSI와 달리, 우리 캠프는 2주간 45시간 교육하는 비교과 프로그램으로시행되고 있다.

  이런 혁신적 언어교육 프로그램은 새로운 시도여서 많은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를 꼽자면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부모 중에 한 명이 동남아 출신인 다문화가정 고교생들에게 동남아언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부여코자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모집이 쉽지 않고 캠프 숙박비 지원이 특별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SEASSI는 외국 언어 학습 및 지역연구를 위한 장학금 FLAS(Foreign Language and Area Studies Fellowships Program) 덕분에 수십 년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우리는 이런 장학 제도가 없다. 이 장학금은 미국 교육부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해외지역을 연구하고 현지어를 배우려는 학부생들과 대학원생들에게 개별적으로 지급하는 장학금이다. 우리 정부도 FLAS같은 해외지역연구지향의 목적성 장학 제도를 창안할 필요가 있다.


4. 정부의 동기부여 정책

  우리 정부는 국가적 필요를 감안하여 교육부뿐만 아니라 다른 부처들도 대학의 교육과정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통일교육, 공공외교, 국제개발협력 분야 교육과정 지원사업은 정치학자들에게 익히 알려진 교육과정 지원프로그램으로서 국가의 전략적 목표에 부응하는 고등교육을 촉진하려는 선례들이다. 이러한 정부의 대학 교육과정 지원사업은 정부 부처와 기관별로 제각기 자금을 투여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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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부가 연간 2억 2천만 원씩 4년간 지원하는 “통일교육 선도대학 지정·육성 사업”은 통일교육 시행대학을 육성하는 사업으로 교과목 개설, 연계전공과 협동과정 개발 및 운영, 시민교육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가장 규모가 크고 전공 창설을 유도할 수 있는 지원사업이다.

  외교부 산하 국제교류재단이 연간 최대 3천만 원씩 1년간 지원하는 “KF 공공외교 역량강화대학” 사업은 공공외교 관련 정규 교과목의 개발 및 운영, 그리고 공모전, 학회, 시민대상 특강 형식의 비교과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역시 외교부 산하인 국제협력단이 지원하는 “대학교 국제개발협력 이해증진사업”은 교과목 개설과 국내외 현장 활동, 개발협력 관련 행사 개최 등을 내용으로 연간 최대 2천 8백만 원을 지원한다. 두 사업은 교과목 신설을 유도한다. 그런데 후자는 국제개발협력 학과 신규개설을 추진 목표와 사업성과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전공 창설을 촉진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동남아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AIMS 사업은 2018년에 교육부의 후원으로 시작된 사업으로서 한-아세안 대학 간 학부생 교류(교환학생)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아세안 학생들을 국내 대학으로 초청하고 한국 학생들은 아세안 회원국 대학에 파견한다. 이 사업은 학생 교류 증진에 기여하지만 동남아학 교과목 개설이나 학과 창설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우리 학생들을 아세안 대학에 파견하므로 파견학생들에 대한 현지어 교육 필요는 증대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이러한 선례들을 연구하고 비교 검토하여 정부에서 동남아 관련 교육과정 창설을 위한 적절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한다면, 과목개설, 언어교육, 연계전공, 협동과정, 학과창설 등 다각적인 효과를 유발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확산성을 기하려면 소액 다수 지원을 통하여 실질적인 효과를 추구하라고 강조하고 싶다. 많은 과목이 개설되고 많은 학생들이 언어를 배울 수 있도록 펼쳐서 지원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전공 신설을 위한 지원의 경우는 전공 주임교원 채용을 조건으로 명시해야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아울러 강조하고 싶다.


코로나19 시대와 초대학적 교육 연대


  작년 말에 수행된 싱가포르동남아연구소(ISEAS)의 조사에서 아세안 여론주도층이 미·중 경쟁 상황에서 필요한 제3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가장 선호하고 신뢰하는 세력은 일본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전체 응답자 38.2%의 선호와 신뢰를 받았고, 미얀마,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브루나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유럽연합이 31.7% 지지를 받아 그 뒤를 이었는데, 싱가포르, 태국,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라오스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3%를 얻어 호주, 인도, 러시아, 뉴질랜드에 이어 7위이자 최하위를 차지했다(ISEAS 2020). 신남방정책의 열정적인 추진에도 이런 처참한 결과가 나온 배경에 한국인 동남아전문가의 부족과 한국 대학의 동남아 교육의 결핍이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 정부는 국가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면 이런 상황을 변경시킬 수 있을 힘과 자원을 지니고 있다. 대학의 교육과정에 투여하는 막대한 자금에 동남아지역학 교육 진흥이라는 목적성을 부여한다면 말이다. 그렇지만 정부의 정책을 하염없이 기다릴 수만은 없고 당장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학의 교원들 스스로 출로를 찾아 나서야 한다. 여러 방안에 관하여 본문에서 충분히 피력하였기에, 마지막으로 한 가지 추가 제안을 덧붙이고자 한다.

  지금 우리 대학 교원들은 코로나19라는 팬데믹에 대응하면서 비대면 화상강의에 익숙해지고 있다. 처음엔 번거로웠으나 지금은 장점도 발견하고 있다. 이런 위기이자 기회를 겪으며 새로이 습득하고 친숙해진 기법을 활용하여 초대학적으로 동남아지역학 대학원 협동과정을 창설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는 동남아 지역학 전공 대학 교원들이 합의하고 연대하여 동남아지역학 협동과정을 만들고 역시 흩어져 등록한 대학원생들에게 화상으로 강의하는 방안이다. 교원들은 각자의 과목을 각자의 전문성에 맞게 구체적으로 개설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런 과목들을 모아 잘 엮는다면 심화 교육이 가능한 커리큘럼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논문 지도와 심사 역시 화상으로 진행할 수 있다. 물론 주기적으로 학교를 순회하며 직접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국립대 소속 동남아 전문 교원들이 앞장서서 초대학적 동남아지역학 교육과정 창설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 각주

1) 우리의 주장이 처음은 아니다. 전제성은 일찍이 이재현과 함께 동남아지역학 후속세대 육성을 위한 교육개선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전제성·이재현 2008). 2년 전에 한·아세안센터의 하채균은 우리 대학의 동남아 관련 전공의 희소성이 한아세안 협력의 ‘약한 고리’라는 조사 보고를 발간했다(하채균 2018). 박사명은 작년 9월에 국무총리에게 거점국립대에 동남아 관련 학과를 증설할 것을 청원한 바 있다. 주인도네시아대사와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을 역임한 김영선도 한국의 동남아학을 육성할 필요성을 언론 지면을 빌어 역설한 바 있다(한국경제 2019/11/25). 우리의 글은 이런 일련의 주장들과 연결되어 있다. 이 글의 초고는 정책제안서 형식으로 올 해 초 대통령직속 신남방위원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발표된 바 있다. 당시 발표를 독려하고 자리를 주선하고 함께 참여해주신 김영선 전 대사께 감사드린다.



* 참고문헌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 2020. “2021학년도 대학 학생정원 조정계획.”

교육부. 2020. “2021학년도 대학 학생정원 조정계획 보완사항.”

교육통계서비스. 2019. “2019 고등교육기관(대학) 학교별 학과별 데이터셋.” https://k ess.kedi.re.kr/index

김영선. 2019. “김영선의 ‘ASEAN 톺아보기’ (31): 동남아학을 진흥시켜야.” 한국경제 11월25일.

문재인.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환영 만찬사.” https://www1.pr esident.go.kr/articles/7652.

박사명. 2019. “대학의 동남아 관련 학과 증설을 위한 청원.” 9월 1일.

연합뉴스. 2018. “부실한 아세안 교육 … 관련 전공 개설 대학 1.6% 불과.” 10월 5일.

전제성. 2017. “한-아세안 외교: 통상을 넘어 평화와 균형의 동반자로.” 『월간 헌정』 12월호.

전제성. 이재현. 2008. “한국의 동남아학 교육과정과 지역연구자 육성모델 연구.” 『동남아시아연구』 18(2).

정은숙. 2019. “미국의 동남아언어여름학교(SEASSI)의 성과와 과제.” 전동연 초청 특강. 6월 5일. 전북대학교.

하채균. 2018. “한-아세안 협력의 ‘약한 고리’: 한국의 동남아시아 교육.” 한아세안센터 아세안토크 2018 -07.

한국교류재단. 2020. “2020-2021년도 KF 공공외교 역량강화대학 지원사업 안내문.”

한국교육개발원. 2019. “2019 학과(전공) 분류 자료집.”

ISEAS. 2020. State of Southeast Asia: 2020 Survey Report. Singapore: Institute of Southeast Asian Studies.

SEASSI(Southeast Asian Studies Summer Ins titute). https://seassi.wisc.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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